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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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재즈 피아니스트 장원국 |
1,732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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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장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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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14 - 등록 |
* 이것도 예전에 다른 곳에 썼던 글입니다. 의무감이 들어서 자꾸 이렇게라도 쓰게 되는군요. 요즘 듣는 음악이 거의 재즈나 록이라서 이쪽에 대해서만 쓰게 되니 양해 바랍니다. 후배들도 음악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고 싶을 때 여기에 썼으면 좋겠습니다.
저번 모임 때 모베터에서 연주한 피아노 트리오의 피아노 주자 장원국 씨... 동덕여대인가 어디 교수라고 고모부님이 말씀해 주셨지요.(주: 모베터 블루스 사장님은 화현회 91학번 황민하 군의 고모부님이십니다)
나이도 좀 들어보이고 몸집도 있고 그런 사람인데 피아노의 터치가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보통 쿨이나 모던 재즈에서 들을 수 있는 피아노는 터치가 가볍죠. 그리고 음을 많이 안 씁니다. 마치 색소폰이나 기타 솔로를 듣는 것처럼 몇 개의 음만을가지고 리듬감을 살려서 연주하지요. 중간중간에 여백도 많이 집어넣고. 그래서 아주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빌 에반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연주자들보다 더욱 담백한 음악을 들려주지요. 물론 트리오라는 작은 편성에서 베이시스트와 소위 인터플레이를 창안한 사람이므로 다른 여러 가지 구성을 섞지만 솔로를 들어보면 역시 간결합니다. 심지어 기타리스트 짐 홀과 듀엣을 할 때도 자신의 솔로시 왼손은 가벼운 콤핑만 살짝살짝 넣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보통 밴드로 연주할 때는 베이스가 화음과 리듬을 담당해 주기 때문에 피아니스트가 왼손을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죠. 콤핑이라는, 펑키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리듬커팅 기타를 연상시키는 리듬워크를 주로 해 줍니다.
화음은 베이스에 의해 그 기본 이름이 정해집니다. 일단 베이스가 도를 치고 위에 미와 솔이 들어가면 도미솔 화음이 되겠죠. 재즈는 이 위에 레-파-라도 들어가고 그 밖의 어떤 음이든 올려놓습니다. 이것이 재즈 특유의 몽롱하고 풍부한 울림의 비결이지요.
만약 피아노 혼자 연주한다면 왼손이 이 베이스를 담당해야 합니다. 느린 발라드를 연주할 때는 왼손의 활약이 커지지요. 하지만 밴드에서는 베이스가 훌륭한 독자적인 움직임을 가지므로 피아노는 자유롭게 여러 음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음을 적게 쓰게 되는 거죠. 피아노가 음을 많이 쓰면 사운드가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베이스와 부딪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주 스타일이 미국식 모던 재즈라면 유럽에서 아직까지 연주되는 스윙 스타일은 'hot'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아무래도 클래식과 민속음악의 전통이 근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고 장고 라인하르트와 같은 대가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스윙 스타일에서는 음을 아주 많이 씁니다. 여백도 별로 없고 클래식에서 말하는 '무궁동', 즉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서 공간을 채워버리는 연주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아주 다이나믹하고 열정적인 연주가 됩니다.
그리고 클래식의 기반이 확실한 연주자는 페달을 잘 활용하지요. 클래식 피아노에서는 연주자의 기량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페달 사용입니다. 모던 재즈 이후의 건반 주자들은 페달을 자제하지요. 울림이 너무 강해서 밴드와 조화를 이
루기가 어려우니까. 하지만 오스카 페터슨 같은 몇몇 이들은 페달과 화려한 아르페지오, 강력한 타건 등 클래식의 연주법을 그대로 씁니다. 이래서 오스카를 싫어하는 재즈팬도 많습니다.
이런 스타일을 국내에서는 많이 볼 수 없습니다. 국내 피아노 주자들은 보통 상당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것 같습니다. 서울대 작곡과 출신 이영경 씨는 오스카를 연상시키는 연주를 합니다. 그가 듀오 '아침'을 할 때는 전자악기를 연주했는데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악기가 흔들거릴 정도였습니다.
장원국 씨도 바로 이런 스타일이더군요. 참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신하 군이 그러더군요. 옛날에 본 사람이라고.
몇 년도였더라... 대략 90년쯤이었을 겁니다. 서울대 작곡과 몇 사람이 학교에서 재즈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재즈는 접하기 쉽지 않았을 때이고 더구나 재즈나 락 공연을 학교 내에서 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서울대에도 연대 소나기나 건대 옥슨과 같은 대표 밴드가 있었지요. 갤럭시라는 밴드가 있어 음반도 내고 TV에도 출연했었습니다. 그런데 80년대에 학생회에서 그들을 축출해 버렸습니다. 미제 부르조아 상업문화에 빠져있다고. 솔직히 제가 입학할 당시 갤럭시가 있었다면 거기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래서 어떤 헤비메탈 밴드는 서울대에서 공연하면서 '우리 목숨 걸고 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더군요.
작곡과 학생 둘이 주축이 된 그 재즈 공연은 사실 본격적인 재즈 공연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워크숍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바이올린, 콘트라 베이스 등 몇 가지 악기가 함께 했지만 그 연주자들은 재즈 경험이 없어서 주어진 악보대로만 했지요.
곡도 스탠다드 넘버는 별로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의 대가 프리드리히 굴다가 작곡한 재즈풍의 곡이라든지 두 개의 코드로 하는 즉흥연주라든지 이런 것이었죠. 강의를 하면서 연주를 했었습니다.
그래도 교내에서 접한 최초의 재즈 공연이었으므로 나름대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때 연주했던 사람이 바로 장원국이라는 겁니다. 충격을 먹었습니다. 왜냐, 그렇다면 그 사람은 저보다 나이가 적다는 얘기인데... 전 저번에 보고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쯤 되는 줄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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