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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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재즈와 칵테일 |
1,721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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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장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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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6 - 등록 |
* 제 이야기 때문에 이 게시판이 만들어진 것 같아 의무감이 생기네요. 불량이가 힘들여 글을 퍼오는 것도 그렇고.
오랜만에 공연 게시판을 보니 종은이가 쓴 짤막한 글이 있던데 제가 다른 곳에 예전에 썼던 글과 제목이 같아서 생각이 났습니다.
클래식 이야기가 아니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이런 거니까 퍼오기로 했습니다. 원래 제가 싸이월드에서 운영하는 칵테일과 재즈를 주제로 한 클럽에 썼던 글입니다.
이 게시판에 누구나 음악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지한 생각을 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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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즈와 칵테일을 결부시키는 일은 참 진부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대개 재즈=분위기, 칵테일=분위기... 뭐 이런 식으로 떠올리니까요. 물론 재즈바에서 칵테일을 주로 마신다는 사실에 연유한 바도 있긴 하지만.
수년 전부터 재즈 이론서 등을 사 모으고 조금씩 읽어보긴 했지만 사실 참 어려워서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죠. 화성법, 스케일 이론 들이 추상적으로만 느껴지고 와 닿지 않았습니다. 재즈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도 별로 와닿지 않았고. 그래서 재즈 연주를 들을 때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할 수 있을까 참 신기했습니다.
듣기에는 편한데(물론 편하지 않은 것도 많지만) 실제로 연주하려면 너무 골치 아파서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절대로 연주할 수 없는 게 재즈죠. 흔히 재즈라고 하면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정말 많은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는 것이 재즈이기도 합니다.
저는 무얼 배우는 과정이 참 느립니다. 조금씩조금씩 확인하면서 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늘어나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너무 게을러서 처음에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겠지요...
요즘은 갑자기 재즈에 대한 문리가 터졌다고 할까? 이론서를 다시 보니 이젠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동안 두서없이 경험했던 것들이 어느새 머리에 정리가 돼 있음을 느낍니다. 재즈는 그 본질에 접근하기 아주 어렵지만 일단 알면 생각보다는 간단합니다. 그렇게 먼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셈이죠.
재즈는 역사적으로 보아도 여러 가지 음악이 혼성된 결과이고 또 그것이 클래식, 락, 발라드, 펑키, 민속음악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다시 그렇게 영향 받은 다른 음악을 받아들여 또 섞이는 그런 모습을 보입니다.
또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재즈의 화성은 단순한 도미솔도가 아니라 그 위에 온갖 다른 음들이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화성은 사실 재즈 고유의 것이 아니라 클래식에서 영향을 받은 거지요. 클래식은 특히 후기 낭만주의로 가면서 첩첩이 쌓인 화성을 즐겨 사용했으니까요.
서양음악은 선법에서 화성으로 발전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중세 성가는 화성이 없는 단선율의 음악이었죠. 그런데 재즈는 그것을 거꾸로 받아들였습니다. 화성이 발전하다가 마일즈 데이비스 이후 선법을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전개를 맞았던 거지요. 우리나라는 단선율만 있다가 서양음악의 영향으로 화성을 받아들였고 현재는 화성 위주의 음악이 지배하다시피 합니다.
재즈 애드립을 하는 방식도 처음에는 화성에 철저하게 반응하는 방식이다가 점차 화성을 발전시켜 새로운 음을 쓰고 여기에 선법을 활용하는 식으로 되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스윙을 들으면 따뜻하고 익숙하게 들리고 점차 현재에 가까울수록 뭔가 좀 낯설고 묘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한 마디 내에서 조바꿈이 일어나고 하니까요.
사실 선법이란 건 오히려 락이나 블루스 쪽에서 더 많이 썼었지요. 이런 식으로 보면 재즈는 정말 여러 면에서 많은 요소가 섞인 음악입니다. 리듬도 점점 복잡한 방향으로 바뀌어갔고 옛날 밴드의 단순한 4비트 편곡이 이젠 각 악기가 다양한 리듬 패턴을 새기며 어울리는 '다양성의 조화'라는 면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렇게 보다 보니 정말로 재즈는 칵테일과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칵테일이란 것이 실제로는 따로 마시던 술과 음료를 여러 방식으로 조합하여 아주 다양한 맛과 색깔을 낸 것이듯, 재즈도 기존에 있던 화성과 선법과 리듬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풍부한 색채를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C코드와 D코드가 한 마디 안에서 섞여 버리면 각각의 원래 음향과는 다른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음을 냅니다. 마치 각각 다른 술이 섞일 때 원래의 맛과 다른 새롭고 산뜻한 맛을 내는 것과 같지요. 그리고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또 상식을 완전히 바꾸고 고정관념을 깨기도 하지요. 재즈맨들은 그렇게 여러 가지로 상상하고 머리를 굴려서 기존의 것을 깨고 발전해 온 겁니다.
여러분도 이제는 이런 사실을 통해 재즈와 칵테일이 정말 최고의 조합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우아하게 재즈를 들으며 칵테일을 즐긴다는 것이 아니라...
칵테일을 마실 때 우리는 재즈를 혀로 음미하고 있는 것이고 재즈를 들을 때 우리는 칵테일을 귀로 맛보고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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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말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ㅠ_ㅠ..
관심은 늘 갖고 있는데 제대로 아는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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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8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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