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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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나의 기타 이야기 (5) |
2,545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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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장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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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06 - 등록 |
* 그동안 하도 바빠서 여기 들르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왜 바빴는지는 오비 게시판에 올리려고 하고... 오랜만에 계속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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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그룹의 기타리스트만 빼고는 모두 학교에서 '노는' 애들로 찍힌 아이들이었다. 컴컴하고 좁은 지하실에 모여서 줄담배를 피우고 밖에서는 최루탄 가스가 날아다니고 옆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하고... 최악의 환경이었다. 더구나 축제에 참가한다고 나설 때 어머니가 좀 못마땅한 눈치를 보였기에 기분이 더 억눌려 있었다.
애들이 나보고 마음껏 쳐보라고 하길래 그냥 애드립-즉흥연주-를 했다. 솔직히 일렉기타를 만져 본 것이 거의 처음이다시피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몰랐다. 그래도 구경하던 애들은 수근수근했고 특히 딴 그룹 아이들이 '야, 우리 기타보다 잘 친다'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그룹의 기타리스트는 다른 반 반장이자 국내 굴지의 대그룹 계열사 사장의 아들이었다. 체격도 좋고 언뜻 보기에도 귀공자 타입의 허여멀끔하니 잘생긴 친구였다. 소문에 의하면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같은 비싼 악기를 대여섯 대 갖고 있고 이펙터도 박스로 갖고 있다고 했다. 피아노 솜씨도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는 나중에 서울대 공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결정적으로 리드기타밖에 칠 줄 몰랐다. 리듬은 영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그룹 예선에서 연주할 곡도 정해오지 않았다. 그냥 즉석에서 이거 할까 저거 할까 하며 연주하였다. 난 곡 전체를 연주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어서 멍하니 있어야 했다.
아이들이 갑자기 '하이웨이 스타'를 할까 하더니 연주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국현이 베이스를 맡고 욱이 기타를 맡았다. 그런데 존 로드의 오르간 솔로를 욱이 기타로 연주하는 게 아닌가. 난 완전히 기가 죽었고 그냥 나와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뒤로 난 피크로 아르페지오 연습을 시작했다. 카르카시 교본에 있는 아르페지오 연습 등을 피크로 하고 '하이웨이 스타'의 오르간 솔로를 천천히 쳐보았다. 무척 어려워서 이걸 어떻게 인간이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그것이 나의 지상과제였던 것이다.
대학에 가서야 간신히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 가서는 빌라로보스 연습곡, 알함브라의 회상 등을 피크로 연주했었다. 그런데 뒤늦게서야 실상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즉 학력고사도 끝나고 고3들이 할 일이 없을 무렵 애들이 파고다 극장에서 공연을 하였다. 국현과 욱의 그룹에 새로 건반으로 우리집 옆집에 사는 아이가 참여하였다. 그 집에서는 종종 일렉기타 소리가 요란하게 났는데 실력이 별로라서 속으로 좀 비웃곤 했었다...
그리고 황이라는 친구가 스탭으로 어정거리고 있었다. 그는 참 특이한 아이였다. 이름이 지금 헷갈리는데 별명이 '돌'이었다. 생긴 건 제법 이쁘장하게 생긴 편이지만 워낙 사이코 같아 학교에서 유명했다. 머리는 프린스처럼 부스스 일어난 곱슬머리에 눈은 속눈썹이 길면서 개개 풀려 있었다. 평소엔 멍하고 실없는 농담하고 다니다가 갑자기 꼭지가 돌면 애들을 사정없이 패고 다녔다.
어쨌든 공연을 보았다. 합동공연이어서 여러 팀이 나왔다. 국현과 욱의 팀도 나왔다. 그런데 막판에 앙코르였나? 하이웨이 스타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옆집 아이는 새로 참여해서 연주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가만히 서서 딴 애들을 째려 보고 있었다.
드디어 오르간 솔로. 난 긴장을 했다. 다시 보게 되는구나. 어떻게 하는지 눈에 새겨 넣어야지.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오리지널과 달랐던 것이다. 기타로 치기 훨씬 쉽게 고쳐서 연주했던 것이다.
'나의 인생을 돌려줘...!'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때의 황당함이란...
그런데 알고 보니 나만 그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니었다. 퓨젼기타의 대가이자 '스피드스케일러'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알디메올라라는 기타리스트가 있다. 그는 오로지 피킹과 속주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굽어보는 기타리스트이다.
그가 피킹의 달인이 된 계기가 있다. 레코드에서 어떤 연주자의 연주를 듣고 충격을 먹은 것이다. 아르페지오성의 음계를 너무나 빠르고 매끄럽게 연주하는 것을 듣고 나처럼 충격을 받아 열심히 그것을 연습했다고 한다. 피크로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것은 고난도 테크닉이고 엄청난 노가다이다.
그런데 몇 년 뒤, 그가 간신히 숙달되고 나서 그 연주자의 공연장을 찾았다. 그는 입을 딱 벌렸다고 한다. 그 연주자는 핑거피크(각 손가락에 하나씩 끼우고 쓰는 피크-그러므로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거나 마찬가지다)로 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비록 고등학교 때 그룹 활동은 못 했지만 그래도 오디션에 참여했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게 되었다. 그 뒤로 합주에 대한 열망이 강해서 앞에서 말했던 K라는 친구와 몇 번 더 통기타로 합주를 했다.
그리고 인연은 묘한 것이라 고3이 되었을 때 국현과 같은 반이 되었다. 그는 나를 보자 반가워하며 짝을 결정할 때 일부러 내 옆으로 왔다. 좀 날라리 같은 아이였지만 그래도 착한 녀석이었다. 학력고사 볼 무렵 냉방병과 위염 때문에 절망 상태에 빠진 나를 열심히 위로하고 당일에도 계속 위로하던 생각을 해보면 무척 고맙다.
짝이 되어서 좋은 점은, 그가 일본 밴드 라우드니스라든지 그 무렵 라디오에 처음 소개되어 국내 기타리스트와 지망생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절망감을 심어준 잉베이 말름스틴의 <파 비욘드 더 선>의 악보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잉베이의 곡은 사람이 절대로 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더구나 일렉기타가 없어 통기타로 쳐야 하는 나로서는. 국현은 가끔 친구들과 합주해봤는데 그래도 20초 정도는 연주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결국 잉베이가 나의 새로운 목표가 된 셈이었다. 그때까지는 게리 무어가 최고의 테크니션인 줄로 알았었고 나름대로 연습을 했었다.
학력고사를 보고 난 뒤 겨울에 난 동네 기타 학원에 가서 클래식 기타를 배웠다. 한달 간. 그때 나를 가르친 사람은 피어선 대학 클래식 기타 전공의 학생이었다. 여자였는데 푸근한 인상이었고 나보고 잘친다며 이것저것 가르쳐주었다. 그때 <마적>도 레슨을 시켰는데 아직은 어려웠다.
또 중학교 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애는 알함브라를 연습하고 있었다. 아직도 가끔 걔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송어 변주곡>인가를 연습하고 있을 땐 그 선생님의 남자 선배가 왔다가 나를 흘낏 보더니 퉁명스럽게 선생님보고 '송어 치고 있는 쟨 누구야?'라고 물었다. 그리고 기타를 잡고 무언가를 열심히 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빌라로보스 연습곡 2번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한달 뒤 내가 더 안 나온다고 하자 선생님은 뭐든 배우고 싶은 거 가르쳐주고 쳐달라는 대로 쳐주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독창적 환상곡>과 <마적>을 연주해 달라고 하였다. 선생님은 어려운 것도 시킨다고 한숨을 쉬고는 훌륭하게 연주해 주었다.
둘 다 무척 섭섭해 하며 헤어졌고 그 중학교 아이는 내가 간다고 투덜댔다. 그 다음 해, 즉 대학 1학년 겨울방학에 다시 배우러 갔더니 이미 스페인 유학을 떠난 뒤였다.
대학 졸업하고서야 그 선생님을 재회했다. 물론 선생님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서 인사를 했더니 친구와 함께 '내 제자가 벌써 대학을 졸업했네'하며 웃으며 갔다. 그 선생님의 이름은 이진아이다. 요즘도 가끔 연주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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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5편이군요..^^ 잉베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사람 몸이 성장하기 전부터 팬더를 붙잡고 산 탓에 갈비뼈가 팬더 바디에 맞게 모양이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연습을 했으니 그정도 테크닉을 가지고 있겠죠.. 아이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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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2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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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재밌는 이야기군. 퓨전 기타리스트 래리 칼튼은 하도 피킹을 해서 오른손이 거기에 맞게 굽었다고 보여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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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2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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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이네요... 경현형 결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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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7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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