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나의 기타 이야기(2) |
2,350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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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장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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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6 - 등록 |
* 오늘이 서울대 성적 제출 마감일인데 한 녀석이 전화를 걸어 지금 기말보고서를 보내겠다더니 아직도 안 보냈네요... 기다리다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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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중학교 때 다니던 기타교습소를 잊을 수 없다. 여름에 두 달 다니며 기본코드와 스트로크 등을 배웠고 잠시 쉬다가 겨울방학 때는 벤처스 곡을 배웠다. 그 다음 해였던가? 여름에 가니까 거기서 안 가르쳐줘서 근처의 다른 곳에 가 '마리아 엘레나' 같은 곡을 배웠다. 막판에는 딥퍼플의 '블랙나이트'나 '스모트 온 더 워터', 레인보우의 '템플 오브 더 킹' 등을 배웠다...
당시에 꽤나 열심히 쳤지만 나의 취약점, 바로 리듬감은 그때 망쳤던 것 같다. 선생님들도 열심히 교정해주려다 거의 포기를...
그리고 그 무렵, 소중한 친구 하나를 알게 되었다. 중1 때 짝이었지만 그땐 잘 몰랐고 오히려 나중에 더 친해졌다. 그 친구와 팝송 이야기를 하며 지냈고 나중에는 서로의 집에 놀러가 락음악을 틀어놓고 방바닥에 누워 말없이 음악만 몇 시간씩 듣곤 했다.
어쨌든, 중2 때부터 난 자연스럽게 락음악에 빠져들었다. 딥퍼플, 레드제플린, 블랙사바스, 퀸, 이글스, 산울림, 마그마, 작은거인.... 그땐 음반 구하기도 어려웠다. 턴테이블이 신통치 않아 테이프만 샀는데 그땐 해적판이 훨씬 많았고 웬만한 뮤지션들은 해적판이 아니면 구할 수도 없었다.
교습소에서 딥퍼플 곡을 아주 간단하게 조금 배우면서 락기타를 쳐 보고 싶다는 갈망이 싹텄다. 겨울쯤에는 삼호출판사의 '리치 블랙모어 기타 교본'을 구입했다. 그리고 내 통기타의 조율을 낮추어 먼저 에릭 클랩튼이 있던 밴드 'Cream'의 'Strange Brew'라는 곡의 기타 솔로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2 때 누나가 서울대 미대에 입학하고 화현회라는 서클에 가입을 했다. 내가 기타치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더니 결국 가입을 한 것이다. 클래식기타도 샀다. 세고비아 30호... 그땐 이렇게 비싼 기타를 사다니 분에 넘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 TV에서는 김금헌 선생이 진행하는 '기타를 배웁시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난 삼호에서 나온 클래식기타 첫걸음이라는 교본을 사서 혼자 낑낑댔고 그 프로를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
클래식기타는 확실히 어려웠다. 그 교본 뒤에는 '알함브라의 추억'도 있었는데 이런 곡을 연주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무슨 곡인지도 모르다가 나중에야 TV 방송시작 전 화면에 늘 나오던 곡임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중2 때, 즉 82년도는 클래식기타와 일렉기타 양쪽을 처음 시작한 기념할 만한 해였다. 하지만 주로 연주했던 것은 일렉 쪽이었다. 그땐 클래식기타 음악이라곤 누나가 서클 선배에게서 녹음해 받은 테이프-세고비아의 바흐 연주곡집-와 나르시소 예페스의 20곡집 정도밖에 못 들었으니.
월간팝송사에서 나온 '퀸 기타교본'과 삼호의 '에릭 클랩튼 주법' 등 악보를 사 모으기 시작했고 누나가 사온 악보와 카르카시 교본 등을 혼자서 쳐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때도 난 16분음표를 좋아했다. 물론 지금은 32분음표를 더 좋아한다.
중2 때던가. 소풍을 갔을 때 반별 장기자랑이 있었는데 한 애가 노래를 할 테니 나보고 반주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난 노래를 부르기 싫어했으므로 반주도 별로 하지 않았고 단순히 코드 보며 기타 치는 일도 쉽진 않았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코드 외워 치려면... 결국 나갔다가 코드를 잊어버려서 그냥 들어오는 비극을 맞고야 말았다...
중3 겨울방학 때였나... 누나가 정진덕 선생한테 레슨 받으러 가는데 나보고도 같이 가라고 엄마가 권유하셨다. 난 사실 화양리에 가서 다른 종류의 기타레슨을 받고 싶었는데 엉뚱하게 클래식기타 레슨을 받으라고 하셔서 좀 심통을 부렸다. 기타를 배우는 것 자체보다는 친구와 학원 가서 노는 게 좋았던 것이다. 결국 어린 시절 정 선생께 배울 기회를 놓쳤다.
그땐 중곡동의 단독주택에 살았었다. 그 집에는 차고가 있었지만 차는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차고를 누나의 작업실로 꾸미고 거기서 레슨도 했다. 간혹 연주회 연습을 한다고 누나의 친구나 선배들이 기타를 들고 온 적도 있었다.
누나가 연습하고 있으면 부모님은 '틱틱거린다'고 놀려대곤 하셨다. 그런데 누나가 연습하는 곡 중에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이 몇 개 있었으니, 하나는 카룰리의 '세레나데'-브림과 윌리암스가 연주했던-였고 다른 하나는 바흐의 류트조곡 1번 E단조의 부레였다.
특히 후자는 독립된 두 성부의 움직임에 깜짝 놀라서 듣자마자 누나한테 쫓아간 곡이었다. 알고 보니 이전에 프로그레시브 락 그룹 제스로툴이 연주한 것을 듣고 희한한 곡이라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어쨌든 그 무렵부터 나는 기타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다. 화현회에도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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