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나의 기타 이야기(4) |
1,790 - 조회 |
|
- 작성자이름 : 장경현
|
2003/01/09 - 등록 |
고1 말인지 고2 땐지는 통기타의 브리지가 떨어져 나갔다. 그 때문에 난 한동안 클래식기타밖에 칠 수 없었다. 전에는 내 구박을 받으며 나한테 기타를 배우던 누나가 이제는 나보고 음색이 나쁘다느니 하며 오히려 구박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땐 음색을 어떻게 내는 것이 좋은 건지도 잘 몰랐다. 다만 TV에서 들을 수 있는 명인들의 소리가 나와 달리 힘차고 뚜렷하다는 것밖에.
야마시타가 왔을 때 <기타를 배웁시다>에 출연하여 <마적>을 연주했는데 그 화려함이 혼을 빼놓을 정도였다. 하긴 <어우러진 줄>에 야마시타 내한공연을 본 81 김종민 선배의 감상문이 실려 있었는데 거의 비몽사몽이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조금 빠른 연주만 보면 저런 건 난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헨체의 <녹턴>의 감미로움을 만끽하다 차츰 타레가의 <눈물>을 치기 시작했고 파가니니 <소나티네> 같은 것도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집에는 누나가 사온 보케리니 기타 5중주 음반-나르시소 예페스 연주의-과, 나르시소 예페스의 <아랑페즈>, <20히트곡집>, 그땐 몰랐던 세고비아의 바흐 연주 테입 등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클래식 자체를 잘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락음악에 심취해 있다 보니 클래식에도 관심이 조금씩 가게 되었다. 프로그레시브 락이니 하드락이니 하는 것에는 클래식을 원용하거나 흉내낸 것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락을 듣던 귀로 클래식을 듣게 되었다.
내가 처음 좋아하던 클래식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왜냐, EL&P라는 영국의 3인조 프로그레시브 락 그룹이 이 곡을 연주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처음 접한 버전도 이 버전이다. 이후 관현악 버전을 들었고 다음 원래의 피아노 버전을 들었다.
그러면서 언젠가 여름밤에 FM에서 밤마다 주로 20세기 음악을 틀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간을 애청하게 되었다. 무소르그스키, 히나스테라, 졸탄 코다이, 바르톡, 드뷔시 등이 그 시간에 소개된 음악들이었고 현대 작품도 많이 들려주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현대 작품에 기타곡이 꽤 많다는 사실이었다. 심심치 않게 기타 곡이 나왔고 기괴한 효과음이 나올 때마다 쾌감을 느꼈다. 누나가 갖고 온 '화현회 연습곡집' 뒤에 전혀 해독할 수 없는 현대음악 악보-오선지가 아닌-를 보고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어쨌든 난 특이하게도 현대음악에서부터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고2 때, 수학여행이 가까워질 무렵 앞에서 말했던 K2라는 친구가 날 찾아왔다. 낯선 친구 하나를 데리고 말이다. 그는 한국현이라는 친구로, 바로 전 해 축제 때 <해야>를 연주한 그룹의 기타리스트였다. K2가 같은 반이 되고 친해져서 날 소개한 것이다. 그는 이젠 베이스로 전업했고 세컨드 기타리스트를 구한다고 했다.
난 리듬에 취약했기 때문에 좀 부담스러웠지만 호기심이 들고 작년에 열광했던 그룹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분을 가눌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조심스럽게 보류를 했다.
축제기간에 돌입하여 학교가 들썩이고 있었다. 그런데 모의기사 기간이기도 했다. 참가자 예선이 있기 전날, 국현은 다시 날 찾아와 같이 하자고 했다. 난 시험 때문에 고민했지만 마음을 먹고 하겠다고 했다.
연습 장소는 건대 근처 연립주택의 지하실이었다.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난 그들과 만났다. 국현과 욱(먼저의 베이시스트)의 그룹, 그리고 또 하나의 그룹이 있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