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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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나의 기타 이야기(3) |
2,342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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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장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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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31 - 등록 |
나에겐 기타가 두 대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하나는 누나의 기타였지만. 세고비아에서 나온 19000원짜리 선버스트 통기타와 세고비아 수제 30호. 그 당시 세고비아 30호는 상당한 수준의 기타로 꼽혔었다. 전설적인 명장 J.Y.Kim의 작품이었다.
처음엔 이 정도로 만족했으나, 리치 블랙모어, 에릭 클랩튼, 브라이언 메이의 악보를 갖고 씨름하다 보니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렉기타가 아니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트레몰로 암이나 피드백이다. 트레몰로 암은 일렉기타의 브리지에 달려있는 손잡이로, 이걸 잡고 누르거나 올리면 브리지 전체가 움직여 줄 전체의 피치가 바뀐다. 프렛으로 한정지어져 있는 기타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능을 가진 것이다. 피드백은 앰프의 스피커와 기타 픽업 사이의 무한 공명을 이용해서 아주 길게 늘어지는 소리나 강한 배음을 유발하는 주법이다.
지미 페이지나 신리지의 스코트 고햄, 피터 프램튼의 사진에 반해 처음엔 깁슨 레스폴 선버스트를 갖고 싶었지만 나중에는 암이라든지 볼륨주법이 가능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1이 될 때까지 난 일렉기타를 만져보지도 못했다.
당시 TV에서는 생각보다 클래식기타 연주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EBS 등에서는 프로그램 막간에 로스 로메로스나 나르시소 예페스 등의 공연 실황을 잠깐씩 틀어줬고 김금헌의 '기타를 배웁시다'에도 국내 연주가들 연주가 계속 소개되었다. 가끔 지그프리트 베렌트나 야마시타 같은 이가 내한하면 그 프로에 나와 인터뷰도 하고 연주도 했다. 야마시타는 <마적>을 연주한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 난 락 음악에 더 빠져들었다. 산타나나 블랙사바스 등을 연습했고 락을 잘 하려면 기본이 되는 블루스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구할 수 있는 에릭 클랩튼 악보를 사다가 연습했다. 클래식은 그다지 연습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카르카시 연습곡집과 김금헌 편 클래식기타 명곡집을 조금씩 연습해 보긴 했지만. 처음에 산 삼호의 클래식기타 교본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소르와 타레가의 소품들이 다른 작곡가의 작품보다 두드러지게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1 때, 학교 축제가 있었다.(난 대원고등학교 나왔다. 외고가 아닌) 대원고등학교는 축제를 하면 거창하게 한다. 그때도 잠실 학생체육관을 빌려서 했는데, 1학년 밴드와 2학년 밴드가 나왔다.
1학년 밴드의 베이시스트는 나도 아는 아이였다. 덩치가 크고 실베스타 스탤론처럼 생긴 친구인데 불량기가 좀 있어 싸움도 자주 하는 아이였다. 좀 과묵한 편이고 큰 말썽은 많이 부리지 않는 친구였다. 그런데 걔가 나와 마그마의 <해야>를 멋지게 연주하는 것이다.
모두가 열광했다. 하지만 1학년 밴드는 한 곡만 준비했는지 그냥 들어갔고 2학년 밴드가 나왔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윤수일 밴드의 <아파트>와 <토요일밤>, 그리고 딥퍼플의 'Highway star'를 연주했다. ('아파트'는 요즘 거의 뽕짝처럼 생각되고 있지만 그때는 대단한 락음악이었다) 장내는 뒤집어졌다.
그 날 이후 아이들은 너도나도 밴드를-당시는 그룹사운드였지만-만든다고 술렁거렸다. 중3 때 짝이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중학교 때 나한테 기타를 가르쳐달라고 조르더니 기타 실력이 늘어 포크중창단을 만들어 축제에 나갔었다. 그때 내 통기타를 빌리면서 대신 자신의 일렉기타를 빌려주었다.
그게 난생 처음으로 만져본 일렉기타였다. 레스폴 카피모델이었고 앰프도 없었지만 마냥 신기했다. 스테레오 카세트라디오에 연결해서 연주를 해보았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진 않았지만 그렇게 녹음해서 들으면 그럴듯한 소리가 나왔다. 나중에는 FM무선픽업이라는 걸 빌려 달아보았다. 그것은 통기타의 사운드홀 옆에 붙이고 주파수를 맞추면 FM라디오에서 기타 소리가 나는 제품이었다. 신기하게 피드백이 잘 걸렸다.
난 앞 글에서 언급했던 단짝 친구 K, 그리고 방금 말한 친구 K2-소총 이름이 아니다-와 함께 자극을 받아 통기타를 들고 우리집 차고라든지 K의 집에 모여 합주를 하기 시작했다.
K의 집에서 한 합주는 잊을 수가 없다. K와 K2, 그리고 K의 막내동생과 그의 친구 이렇게 네 명이 기타를 들고 모였다. 나는 리드기타, K는 보컬과 리듬, K2는 리듬기타, 동생은 베이스, 동생친구는 퍼커션-사실은 주판을 흔들었다- 이렇게 포메이션을 정했다.
비틀즈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를 연주했다. 참으로 어설픈 연주였다. 하지만 그렇게 함께 연주할 때의 기분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었다. 나는 후반부에 가서는 악보를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즉흥연주를 했다. 고조되는 분위기에서는 바깥에 트럭이 지나가며 효과음마저 넣어주었다.
한참 연주하는데 K가 말했다. '어떻게 끝내지?' 내가 대답했다. '에이, 모르겠다.'
이 때의 연주는 아직도 카세트테이프에 담겨 있다. 지금도 가끔 꺼내 들어보는데 전주가 흐르는 순간 나는 80년대의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땀을 흘리며 친구의 방에서 통기타를 열심히 치고 있다. 지금은 훨씬 좋은 기타로 훨씬 발전한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지만 그때의 끈끈하면서도 신선한 기타 소리에는 안타까운 그리움 같은 것이 서려 있다.
그 순간은 내가 죽을 때까지도 끝없이 순환되는 동영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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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사법고시 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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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9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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