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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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세고비아 집중탐구 5 - 줄리안 브림이 말하는 세고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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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고비아를 처음 만난 것은 1947년이었다. 당시 기타연주자 필하모니협회의 회장이며 나에게 러시아식 겸 이탈리아식 기타연주법을 가르쳐 주었던 보리스 페롯벅사가 나를 세고비아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세고비아는 그 해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 이유는 그가 세계대전중에 유럽에 없었기 때문에 심지어는 1944년에 그가 죽었다는 소문까지도 나돌았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타났을 때 그의 연주는 정말 마법적인 위력을 떨쳤으며, 그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끼친 영향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신이 세상에 내려온 것과도 같았다.
결국 나는 그가 런던공연을 와서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그를 만났는데, 그것은 나의 아버지와 페롯박사님이 나의 연주를 세고비아에게 들려주어 나의 음악교육에 필요한 조언을 그로부터 얻고자 조바심을 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소르의 B단조의 연습곡을 안절부절하며 연주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오른손이 아래위로 떨고 있었기 때문에 멜로디부분의 반은 빼먹고 쳤었던 것 같다. 나의 또 다른 문제는 손톱을 사용하여 치는 방법을 배운지가 얼마 안되었다는 것이었다. 별로 높은 수준에 이르지 못한데다가 조금 배웠던 기술바저도 잘 나와주지 않았고, 더군다나 떨렸기 때문에 나는 연주를 엉망으로 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분은 매우 친절했고 동정적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나의 기술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었고 나의 연주법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했다. 당연히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을 매우 흥미있게 들었다. 나는 그가 나의 기타를 집어들고 어떤 점을 설명해 줄 때 더욱 감명을 받았으며, 정말 가까이서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1m정도의 거리에서 듣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묘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음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소리울림의 깊이에도 감명을 받았고, 그의 연주 특색인 멋진 음조와 기술로 내는 소리의 다양한 폭에도 놀랐다. 기타로 그렇게 세련되고 멋진 음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왔다. 이것이 내가 받은 첫인상이었다.
나는 두 번의 레슨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1년후에 세 번째 레슨을 받았는데 나는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기타를 기차에 놓고 내렸다. 호텔에 도착해서야 놓고내린 것을 깨달았다. 그가 그 다음날 아침에 폰세의 협주곡을 녹음하는것만 아니었더라면 나에게 기꺼이 자신의 기타를 빌려주었을 것이다. 그는 방금 잡음이 안나는 특별한 기타줄을 달았는데 그 효과는 단지 몇시간만 나타나기 때문에 그는 그 기타를 나에게 빌려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곤란을 당했던 때가 또 한번 있었다. 누군가가 페롯박사는 세고비아가 내게 가르쳐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세고비아에게 말을 했다. 그가 그 말을 듣고난 후 내가 아버지와 함께 그를 방문했을 때 그는 당연히 매우 화가 나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이 일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었고 그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고 설명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은 내가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망쳐놓았고, 결국 나는 두 번의 레슨만을 받게된 셈이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연주법 연구에 보내고 있었다. 아마 기술에 대한 조언을 조금 얻을 수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사정은 그렇지가 못했다. 다음에 내가 그를 만났을때는 이 사건이 모두 진정된 후였다. 내가 그의 호텔방으로 찾아갔을 때 그가 착오를 해서 친구의 파티에 참석을 하러가고 없었다. 그는 나에게 그 파티로 오라는 메모를 남겨두었는데 아주 좋은 모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타에 대해 얘기한 것은 1950년대 후반이었다. 그는 홀 연주협회로부터 존 바비롤리와 함께 프로그램을 하나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빌라로보스의 협주곡을 연주하기로 승낙을 했었다. 나는 협회로부터 그 연주회 다음날 리즈에서 연주를 해줄 수 있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세고비아가 그날 연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이며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이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오케스트라 리허설이 다 되었다면 괜찮소 나는 형편없는 대용품이 되겠지만 당신이 나를 써준다면 기꺼이 하겠소." 라고 말을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미들랜드를 여행중이었는데 내가 연주하기로 된 전날 맨체스터 가디언지를 보게 되었다. 그 안에서 세고비아가 프로그램을 바꾸어 카스텔누오보 테데스코의 곡을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빌라로보스의 곡을 같이 연주할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이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홀 협회에 나를 위해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쨌든, 홀 협회의 지배인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들랜드 호텔에서 나에게 점심을 대접하였다. 나는 리허설없이 협주곡을 연주한 다는 것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저쪽편에서 세고비아도 역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당신이 질라로보스의 곡을 연주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이 곤경에 빠지게 되었소." 라고 말했다. 그는 카스텔누오보 테데스코의 곡이 더 아름답다고 얘기하며, 그외 다른 이유를 대며 변명했다.
그는 나를 진정시키려고 "오늘 연주회 뒤, 파티에 와서 나와 함께 즐기지 않겠소?"라고 말을 했는데 꽤 괜찮은 생각같았다. 연주회 뒤에 나는 그를 찾아갔고 우리는 기타와 음악 그리고 악기에 대해서도 약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당시 나는 묀크 기타를 기자고 있었는데 그의 의견을 물으니, 자기의 호텔방으로 그 기타를 한번 가져와보라고 했다. 그것을 잠시 쳐보더니 꽤 좋은 기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것을 한번 쳐보게." 라고 하며 그의 옛 하우저기타를 꺼내었다. 그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었다. 내가 연주한 기타중 가장 좋은 것임을 쉽게 알아낼 수 있었고, 그가 나에게 그것을 치게 해 준 것에 매우 감동을 받았다. 그는 그것이 세기의 기타라고 했고 나도 그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모든면에서 뛰어난 기타였다. 그리고 우리는 빌라로보스의 협주곡에 대해 얘기했으며, 그는 나에게 몇가지 운지법을 물어보았고, 나도 그에게 운지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연주를 했던 절호의 기회였다. 때론 내가 기타로 오케스트라 부분을, 그가 솔로부분을 연주했고 또 바꿔서 연주하기도 했다. 그것이 내가 세고비아와 듀엣으로 연주를 했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는 나의 묀크를 나는 그의 멋진 하우저기타를 연주했다. 그것이 내가 사석에서 그를 만난 마지막이었다.
연주법에 관해서 내가 그에게 받은 영향은 매우 컸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었다. 그의 영향이 컸던 이유는 그가 유일한 세계적 기타의 거장이래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가 하는일은 옳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첼로를 공부했기 때문에 그의 연주법에 대해서는 약간 미심쩍게 생각하는 부분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는 나 자신의 연주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는데 맨 처음엔 세고비아의 연주법과 약간의 차이만 나다가 세월이 가면서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내가 그에게로부터 배운 것은 헤아릴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그가 연주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모든 면에서 영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연주하는 것을 보고 들을때마다 나는 거장에게서 가장 훌륭한 레슨을 받고있는것과 마찬가지였다. 나의 민감성과 나의 모든 신경은 세고비아가 기타줄을 뚱기며 느끼는 것을 나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도 똑같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른손의 기술적 움직임의 감촉을 나도 느낄수가 있었다는 말이다. 나는 이렇게 그를 보는것만으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학습했던 것이다.
그것은 일류의 기술이었다. 만약 당신이 25년전쯤 그가 연주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그의 기술적 장비의 모든부분이 아주 속속들이 그리고 아주 지적으로 연주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그가 기타를 연주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얘기만은 아니다. 그는 분명 노력도 아주 많이 한다. 그는 놀라울 정도의 통제력을 가지고 기술을 합리적으로 안배한다. 바로 이것이 근본적으로 진짜 기술인 것이다. 그것은 기분이 좋을때만 잘 연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상태가 안좋을때도 잘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능숙함과는 다른 통제력인 것이다.
또한 그는 천부적으로 기타연주에 알맞는 손(크고 두꺼운 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왼손가락이 굉장한 힘을 지니고 있어 줄을 아주 확고하게 눌러줄 수가 있다. 그의 손가락은 손끝으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며, 손힘이 강할 뿐만 아니라 손끝이 매우 섬세하기 때문에 기타의 지판에서 아주 잘 조작이 되는 것이다. 그의 오른손은 느슨한 정밀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손목의 죽은 힘을 이용하여 손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최대한의 울림을 내는 것이다. 그의 기교 중에 또 놀라운 점은 기교의 경제성이다.
그의 소리에 대해 묻는다면, 옛날 레코드로 판단컨데 거트줄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가 나일론줄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였고, 나일론의 비유기적 구조로 인해 소리에도 그런 요소가 들어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소리에도 불구하고 나일론줄은 매혹적인 소리를 낼 수 있다. 또한 옛날 하우저기타는 아주 생동감있는 악기로써 스페인기타처럼 경박하지는 않지만 아주 가볍게 만들어진 것이다.
하우저기타는 나무의 장선이 항상 올바로 되어있으며 제대로 쳤을 때에 줄의 팽팽함이 그 기타에 맞게 잘 조절되어 있다. 또 줄에 탄력성이 있어서 세고비아의 연주에 귀족적인 특성을 주었다.
그는 이 악기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내가 그 악기를 쳐본 결과 그가 고도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6번째 줄이 약간 무겁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팽팽한 느낌을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세고비아의 고도의 기술과 함께 독특한 울림을 내며, 지판의 모든 음표와 그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자유자재로 아주 멋진 소리를 낼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하우저기타는 그의 경탄스러운 오른손의 놀림에 아주 잘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왼손이 줄을 힘있게 눌러주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왼손의 막강한 힘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기 힘든 동작을 자유자재로 하며 독특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물론 몇 년간 몇몇 사람들이 세고비아의 해석법에 대해 특히 18세기 음악의 해석법에 대해 비평적이었다. 예컨데 바흐곡에서의 구절법과 비브라토와 글리산도의 사용은 약간 기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가 음악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요점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이것이 그 비평의 요지일 것이다. 그가 음표를 지켜가며 글리산도로서 효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타레가의 음악세계에서는 매혹적일수 있을지 몰라도 18세기의 거장들의 음악에서는 종종 클래식한 전체적인 분위기와의 균형을 깨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몇몇 스페인 거장들의 곡을 연주한 방법은 그 누구도 따를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래도 나는 스페인음악은 톨레도의 철강처럼 탄력성있고, 분명하게 권위있고, 클래식한 분위기로 연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관광객 스페인 기질이 아닌 진짜 스페인의 기질은 다른 유럽국가와 비교해 볼 때, 딱딱하고 비타협적이며 냉담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스페인 음악을 가장 잘 연주하려면 이러한 특성을 불어 넣어 연주를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감정을 넣어서 연주해야 로맨틱한 효과가 난다. 적어도 그것이 나의 개인적 생각이다. 세고비아가 세빌랴나 토레 베르메야 또는 그라나도스의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면 더할나위 없이 멋지다. 그도 그럴것이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연주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타가 스스로 노래부르도록 만들며 음악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초기 음악에 대한 세고비아의 해석법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때론 사람을 놀라게도 하지만 항상 확신을 가지고 연주한다고 말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세고비아의 위대한 점이다.
무엇을 하건 그는 확신을 가지고 하며 바로 이점이 그를 우리시대에 매우 뛰어난 음악가로 만들었따. 세고비아가 역사에 어떻게 남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전성기 때에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은 우리들은 그의 아름다운 기교와 매혹적인 소리, 그리고 그의 뛰어난 연주를 항상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수백만의 셀 수 없는 음악애호가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했다.
안드레스 세고비아 - 삼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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