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세고비아 집중탐구 3 - 세고비아의 음악세계와 그의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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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레가를 현대 기타음악의 아버지라고 한다면 세고비아는 기타음악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거의 독학으로 공부하여 기타주법, 특히 오른손 주법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차원높은 예술성이 담긴 연주로 고전음악을 소화하여 기타의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기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폴리포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살린 그의 편곡술은 거장다운 품격을 보여준다. 뒷골목의 천한 악기로 외면당하던 기타라는 악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고도로 승화된 그의 바흐음악은 듣는 이의 숨을 죽이게 한다. 많은 현대작곡가들이 그에게 작품을 헌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처음으로 그에게 제대로된 기타곡을 가져온 작곡가는 모레노 토로바(Moreno Torroba)였다. 토로바는 비록 기타를 못쳤지만 아름다운 카스티야 민요의 e단조 무곡을 그에게 주었다. 그 후 파야(Falla)는 호메마헤를, 투리나(Turina)는 멋진 세미야나를 작곡해 주었다.
세고비아는 기타의 부족한 레퍼토리를 메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편곡에 할애했다. 그의 편곡방식은 원곡의 음악성을 보존하면서 작품을 손상시키지 않고 기타 음악으로 재생시키는 작업으로서, 그가 편곡한 바흐의 '샤콘느' 는 1935년 파리에서 연주했을 때 기악편곡의 신기원임을 인정받기도 했다. 파리 에랄성당에서 열렸던 이 연주회를 들은 많은 작곡가들과 평론가들은 대단한 호응을 보였다. 당대 명 지휘자였던 아르투르 토스카니니는 세고비아의 샤콘느를 듣고 "이 곡은 바이올린의 특징을 잘 표현한 곡이지만, 기타로 연주하면 더욱 강렬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르 피가로'지의 음악리뷰란 담당 음악평론가였던 베르나르 가보티는 "초고의 영예를 보여주는 연주"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나아가 그의 음색에 대해 "어떤 대 화가라도 세고비아처럼 찬란한 색채를 구사할 순 없을 것이다. 그의 음악은 미묘하고 신비롭다." 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다른 악기의 곡들, 이를테면 바이올린과 피아노 곡들을 기타 곡으로 편곡한 전례들은 세고비아 이전에도 물론 있었다. 타레가는 알베니스, 그라나도스와 같은 스페인 피아노 음악의 대가들의 곡들을 기타용으로 편곡하여 기타 레퍼토리 확충에 기여했고, 다수의 쇼팽작품들을 편곡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폭과 정도에 있어서는 세고비아에 미치지 못한다.
사실 세고비아의 성공 이전만 하더라도 기타는 민속음악이나 반주악기로서의 취급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타레가파는 비좁은 살롱에서 '소르'나 '줄리아니' 등의 제한된 레퍼토리만을 연주할 뿐이었고, 청중 또한 대부분 기타음악의 문외한들 뿐이었다. 그러나 세고비아는 손톱 아래의 살과 손톱을 동시에 현에 튕기는 주법으로 넓은 연주홀의 구석구석까지 기타의 음색을 들려주었다. 그는 기타가 폴리포닉한 악기로 '작은 오케스트라' 임을 다양한 주법과 음색으로 입증해 보였다. 또한 르네상스와 바로크로부터 근,현대에 이른 편곡들, 더구나 많은 작곡가들이 헌정한 작품들로 그의 연주 레퍼토리는 300곡이 넘을 정도였다.
그의 영향으로 파리, 런던, 빈, 밀라노, 로마 등 세계의 유명한 음악대학에서는 기타학과를 신설했고, 그는 이들 대학에서 특별강연과 아홉군데의 마스터클래스, 음반제작을 위한 녹음등으로 쉴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또한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고, 직접 제자들을 가르쳤다. 세고비아의 뒤를 잇는 많은 기타리스트들, 예를 들면 줄리언 브림, 존 윌리엄스, 오스카 길리아, 크리스토퍼 파크닝 등은 직접 세고비아에게 배웠으며 나르시소 예페스 등과 같은 인물들도 세고비아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 이들의 연주스타일은 세고비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경우도 있지만 연주자의 그릇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누구도 세고비아를 능가하지는 못했다.
연주 스타일 측면에서 세고비아는 종종 정통적이지 못하다는 험담을 받곤 한다. 왼손의 과도한 비브라토를 사용하며, 음색이 지나치게 정감에 쌓여 있다든지, 프레이징이 너무 주관적이라는 등이 그런 비난의 주된 내용인데 이런 경우는 일부 고전파 작품과 바로크, 르네상스 레파토리에서 나타난다. 실제로 소르나 줄리아니 기타소나타와 같은 작품은 줄리언 브림이나 나르시소 예페스의 연주가 보다 기존의 고전파 음악 해석에 잘 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나 그같은 비판도 결코 세고비아 연주의 완벽성을 흠집내지는 못한다. 그러한 경향은 시대적인 면도 많이 가미되어 있으므로 오늘날의 연주 경향보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들릴 때도 있지만 결코 싸구려 감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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