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세고비아 집중탐구 2 - 세고비아의 유년기와 유명해지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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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스 세고비아(Andres Segovia)는 1893년 2월 21에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서 멀지 않은 리나레스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태어났다. 이곳의 거리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지만, 은과 아연광산으로 번영된 도시였다. 원래는 안달루시아라고 불리는 지방으로 토지가 비옥하여 좋은 야채와 과일과 올리브의 산지이다.
태어나서 불과 몇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부모가 하엔이란 도시로 이사를 갔다. 하지만 어린 안드레스는 리나레스에 그대로 남아 자식이 없는 백부 에두아도르와 백모 마리아의 손에 양육되었다. 대머리에 수염을 기른 호인 백부는 세고비아가 올 때 마다 마치 기타를 퉁기는 것처럼 이런 노래를 불렀다.
기타를 치는 데는(El tocar la guitarra)
퉁!(jum!, 기타줄이 울리는 소리)
이유가 필요없지(no tiene 'cencia')
퉁!(jum!)
인내심만 있으면(permanecencia)
퉁!(jum!)
이렇게 반복해 노래하면 어린 세고비아는 울음을 그쳤다. 이것이 자신의 즐거움이었고, 이것이 자신의 최초의 음악의 맥박이었으며, 이것이 성장하여 후일 자신에게 음악의 열매를 가져다 주었다고 세고비아는 회상하고 있다. 그후 6세에 백부는 세고비아의 음악적 재능을 알고 프란시스코라는 바이올린 선생에게 레슨을 받게 했는데, 세고비아 자신은 이 엄격하고 딱딱한 선생에게 곧 싫증을 느꼈다(음정이나 리듬이 조금만 틀려도 꼬집고 벌을 주었다고 회고). 그래서 그 바이올린 선생은 세고비아를 음악에 소질이 없는 소년으로 단정지었고 결국 레슨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데 그 때 그 동네엔 떠돌이 플라멩고 기타리스트가 와 있었다. 그는 술만 잘 마시는 엉터리 기타리스트였는데 줄이 끊어져 덕지덕지 이어맨 기타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의 연주는 음악이라기 보다는 기타줄의 폭발이고 잡음의 연속이었지만, 어린 세고비아가 그 음악들을 들어보려면 사람들 틈을 헤집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인기는 있었다. 결국 세고비아는 첫 레슨을 이 떠돌이 기타리스트에게 배우게 되는데, 불과 한달만에 그의 레퍼토리를 다 익혀버려 백부는 이를 자랑스러워 했다고 한다.
그후 백부는 10살이 된 세고비아에게 정규교육을 시키기 위해 그라나다로 이주하였는데 그는 이곳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그 당시 기타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형편없는 것이어서 백부 역시 세고비아가 학교 공부보다 기타에 열중하는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세고비아는 옆집 골방에서 몰래 연습을 하고 시간이 되면 살짝 집에 돌아가곤 했는데, 이 때 집에 갈 시간을 일러주던 그 집 아가씨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다고 자서전에 고백하고 있다(그 때 그의 나이는 12세, 아가씨의 나이는 20세 이었다).
세고비아는 그라나다에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정식 클래식 음악 악보를 구입하였고 또 음악의 기본과정도 공부했다. 하지만 자신이 선생이며 생도였다. 자기가 물어보고 자기가 대답하며 외로이 독선생으로 기타를 연구했다. 백부에게는 당시에 하급악기로 취급받는 기타레슨을 받겠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레슨은 꿈도 꾸지 못하였다. 그러나 항상 아름답고 소박하며 시적인 소리와 화성이 풍부한 기타만을 생각했다. 백부가 별세한 후 세고비아는 매일 본격적으로 기타만 쳤으므로 백모는 슬퍼하며 "기타는 술집에서나 치는건데 저 애는 앞으로 어찌할꼬" 라고 한탄하는 것이 일이었다고 한다.
그 후 세고비아는 어머니가 계신 코르도바에 갔으나 어머니와도 형과도 생활습관이 틀려 혼자 방을 얻어 살며 기타기법과 레파토리 문제에 골몰했다. 이곳에서 만난 라우라라는 아가씨의 피아노 기교를 자신의 기타에 연결시켜 손가락의 강약 등을 공부했고 이것이 '음계연습', '아르페지오 연습' 등 세고비아 운지법 기교의 원천이 되었다. 또 베토벤, 슈만, 쇼팽, 멘델스존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화성학 공부도 계속했다. 특히 루이스란 피아니스트겸 오르가니스트는 세고비아에게 음악의 좋은 안내지가 되어 주었고 이때 바흐의 깊은 음악을 알게 되었다. 세고비아는 더욱 기타소리에 매혹되어 "기타는 사랑하는 여인과의 속삭임 소리이며, 첼로는 그 여인에게서 버림을 받아 그 슬픔을 호소하는 소리이며 그 슬픔을 하느님께 호소하는 것이 오르간의 소리이다." 라고 표현했다.
그 후 14세이던 1909년, 첫 연주회가 그라나다 예술 홀에서 열려 호의적인 평을 얻고 연주회를 계속해서 소규모로 열었는데, 어떤때는 돈도 받고 호평도 받았지만, 어떤 연주회에서는 고작 7~8명의 청중이 코를 골며 자거나 신문을 보든지 심지어 음악에 맞춰 발장단을 치는 때도 있었다.
그 후 수도인 마드리드로 향했다. 당시 스페인의 기타에 대한 낮은 인식을 바꾸기란 힘들었다. 역시 그곳에서도 기타는 유행가 반주나 하고 술집에서 여자와 술을 마시면서 흥이나 돋우는 악기정도였다. 세고비아에 앞서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가 기타의 사도로서 기타에 인생을 다 바쳤었지만, 타레가는 대중, 일반 음악인들을 대규모로 움직이지는 못했고, 어디까지나 소수의 기타애호가에 국한된 연주와 창작활동이었다. 처음엔 세고비아도 마찬가지였다.기타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비평가들은 세고비아의 연주회 때마다 "그는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등 좋은 음악을 기타라는 허드레 악기를 가지고 유행가조로 망쳐버린다." 라고 악평했다.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에 도착한지 2~3일 후에 연주회에서 사용할 좋은 악기를 찾아 마누엘 라미레즈(Manuel Ramirez) 제작소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그와 같은 명기를 살 수 있는 큰 돈은 없었고, 당장의 연주회를 위해 돈을 주고 잠시 빌리려는 생각에서 들렀던 것이다. 라미레즈가 자신이 만든 가장 좋은 악기를 갖고 나와 보여주었을 때 세고비아는 우선 그 아름다운 외모에 감탄했고 또 그 신비한 음에 매혹되었다. 세고비아는 라미레즈가 건네주는 명기 '라미레즈'를 들고 연주를 시작했는데 자신이 그동안 쳐왔던 레퍼토리를 모두 다 연주했다. 라미레즈는 세고비아의 손가락을 노려보면서 침묵을 지키며 듣고 있었다. 연주하는 사이 가게에 들어온 호세라는 마드리드 음악원 바이올린 교수가 연주를 끝낸 세고비아에게 "당신의 솜씨와 음악성이 너무 아깝고 아직 젊어 지금부터 바이올린을 해도 성공할 수 있소." 라고 충고를 했다. 그러자 세고비아는 "선배 타레가와 같이 기타의 길을 가겠다." 고 대답했다. 이윽고 마누엘 라미레즈가 세고비아에게 말했다. "그냥 나의 기타를 가지고 가시오. 값은 생각지 마시오. 돈 이외의 것으로 보답해 주시고, 부디 이 기타에게 영광을 주시오, 알겠죠!"
그 후 세고비아는 일주일 이상 라미레즈의 기타에 대한 황홀감으로 잠을 못이루었다. 지쳐서 잠들면 자는 것이 아까왔고, 또 라미레즈에게 미안한 감이 들어서 일어나 연습하려 해도 힘이 없어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세고비아는 곧잘 미술관을 방문하여 그림이나 조각작품들을 감상하며 그들의 세계를 접하여 자신을 키우는 일을 계속해 나갔다. 하지만 격렬한 연습과 연구로 건강이 자꾸 나빠지기 일쑤여서 때때로 탈진상태에 이르기도 하였다.
마드리드에서의 첫 연주회는 음악가로서의 장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결사적으로 열심히 연습했다. 생활비는 벌써 떨어졌고 건강은 극도로 나빠진 상태에서 오직 용기와 희망만을 갖고 연주회를 치루었다. 그러나 실망과 패배감만이 찾아왔는데 연주회가 끝난 후 10일동안이나 모든 신문을 뒤져 보았지만 조그만 평 하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라미레즈의 위로와 일반 청중들의 격려편지로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발렌시아로 향한다. 이곳에는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제자들이 들끓고 있었다. 세고비아는 드디어 이곳에서 타레가의 수제자인 미겔 로베트(Miguel Llobet, 1878 ~ 1938)와 만났다. 로베트는 특히 파리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기타음악으로 드뷔시, 라벨, 포레등으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었다. 그 후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온 세고비아는 지방 연주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음악회 주최자는 기타연주회에 대한 청중, 비평가들의 반응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기타와 기타 음악인들이 개척해야 할 넓은 신천지를 바라보며 연주여행을 계획했다.
그의 첫 해외공연은 1920년 브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순회한 남미연주연고, 1924년의 파리연주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1925년의 소련연주(이때 소련은 7줄로 된 러시아식 기타가 일반에 퍼져 있었는데 세고비아 연주회 이후 6줄짜리 정규기타가 보급됐다), 1927년의 런던연주(1927~39년)까지 런던 HMV에서 레코드 취입을 했는데 이때의 연주가 가장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1928년 1월 뉴욕 연주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결국 그의 기타음악은 와국에서 먼저 빛을 보게 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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