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합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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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 |
295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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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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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5 - 등록 |
연주회를 결국엔 하게 되었네요.
아침부터 룸으로 가서 리허설을 위해 기타도 나르고.
발판이나 보면대 등도 나르고...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는 생각도 안했는데...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그런것들과 무관하게 시간은 흘러가던데요...
무대리허설을 할 때는 그렇게 크게 뭔가 와닿는게 없었습니다.
그냥.. 리허설인가 보다. 좀 긴장되기도 했지만...
저에게 리허설 그 이상 그 이하의 느낌도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본공연이 시작될때는.. 뭔가 많이 스쳐지나가더군요.
사람들이 죽기전에 생의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는것과 비슷하게...
연습의 순간순간들이 지나가더군요.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관객들이 안보이게 엄지를 드시던 유진이누나.
제대로 들어갈때마다 웃어주시던 누나.
개인적으로는 유진이누나를 휘자누나라고 잘 안불렀는데...
오늘만큼은 지휘자누나라고 부르고 싶군요.
첫번째곡을 칠땐 어느정도 떤게 없잖아 있었습니다.
긴장을 한 탓인지 타이밍도 좀 놓쳤고요.
아직 그때까진 몰랐습니다.
두번째 곡에서 세컨의 하이포지션 독주부분.
그때 세고비아 스케일처럼 포지션 이동을 하는 부분. 16마디.
포지션 이동을 하다 실수하여 16마디 앞의 음표 네개를 소음했습니다.
갑자기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달 반..? 그정도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
여하튼 그시간동안 연습했던 그 16마디는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렸다고.
속에서 울컥 했습니다. 나 자신에게 화도 났습니다.
그후로 세네마디는 정말 어떻게 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안들렸던것이,
복받치는 감정 때문인지.. 실수를 안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
24마디. '시'를 약하게 치고 세컨은 세마디 정도 소음.
소음을 하면서 지휘자누나를 쳐다봤습니다.
웃고계셨습니다. 그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순간 누나 뒤로 칠판이 보였습니다.
하얀 벽도 보였습니다.
옆에는 화이트보드도 있었고.. 반대쪽에는 TEAC오디오도 있었습니다.
바닥은.. 차가운 돌바닥이었습니다.
그곳은.. 룸이었습니다.
두달반동안 그렇게 많은 연습을 하고
실수에도 웃을수 있고.. 마음 편하게 연습을 하던 룸.
더이상 실수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던대로, 언제나 하던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어버렸으니까요.
지휘자누나의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 연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누나가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메트로놈에 딱 맞추는 연주는 싫다고...
인간적인 연주(표현이 적절한지 몰라..)를 하고 싶다고.
저는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감정 표현이 잘되더군요.
46마디.. '미'온음표.... 처음엔 포르테 나중엔 포르티시모...
역시나 감정을 막 살리면서 연주를 하는데...
이제 몇마디 지나면 끝이란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이대로 아직 제대로 한것도 없었는데.
정말 격하게 '미'를 치고.. 48마디 포르티시모 부분을 쳤습니다.
깨지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61마디부터는 온 파트의 힘을 세컨으로 모은다는(지휘자누나표현-_-;) 그런 부분.
평소처럼 소리가 깨질까봐 두려워서 작게 치긴 싫었습니다.
깨지더라도, 음이 깨지더라도, 정말 손톱이 깨어 부서질 정도로
세게 치고 싶었습니다. 다행이 손톱은 안깨지던데요...-_-
아다지오 부분도 끝이 나고.. 우리의 연주도 끝이 났습니다.
연주도중에 기억나는것은 그 생각들과 지휘자누나의 웃음뿐...
박수소리는 들리는데, 진짜 마음같아서는 앵콜까지도 원하고 있었습니다.
한번만 더, 한번만 더. 정말 한번만 더 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그럴줄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그랬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연주는 끝이 났습니다.....
공대식당에서 조촐히 가진 애프터.
솔직히 말해서 '정말로' 악장만 말하고 끝날줄 알았었는데
파트장들까지 다 말을 시키시더군요.
파트하니깐 생각나는건데... 서드파트.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연주회 당일까지도 '세컨 모이세요'라고 말을 하던 파트장...
제대로 다 모여본적도 없었고..
연주회 당일날 모인 횟수가 연습을 통틀어 가장 많았던 서드...
서드는 내성입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퍼스트나 세컨도 아니고,
웅장한 소리를 가진 베이스도 아닙니다.
그들을 받쳐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파트가 서드입니다.
어쩌면 그 서드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서드의 소리는 없으면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런 소리들을 지켜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한 일이라고는 연습 빨리오라고 재촉한거 밖에 없는듯한 파트장..
아직도 자기가 세컨인지 서드인지 모르는 파트장...
두번째곡은 서드 악보를 대부분 까먹은 파트장....
이런 파트장덕분에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서드 여러분.
여하튼 막걸리를 받고 들이켰습니다.
아직 속이 덜차서 그런지.. 감정이 북받쳐서 그런지.
조금 취기 비슷한게 약하게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그나마 못하던 말도 더 못하게 된것 같습니다.
하고싶었던 말들도 못하고...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냥.. 마음만으로도 다 아실거라 믿고 싶습니다....
전출. 최다 조율보조. 최다 파트연습. 최다 MC(낮MC포함..)?
솔직히 최다 조율보조는.. 지휘자누님께 죄송한 마음도 있습니다.
처음에 조율보조를 자청한 이유는 음감이나 키워보자는 순수한-_-마음에서..
그렇게 시작한 조율보조인데... 듣다보니 계속 하고 싶더군요.
하지만 그때문에 다른 합주단원들이 일찍오게 하지 못하는-_-?
그런 사태가 생겼으니.. 좀 죄송합니다.
여하튼 전출 선물로 받은 카르카시악보, 언제가 되는 다 칠수 있도록 할께요.
아, 그리고 누나가 단원들 선물로 엽서쓰신다는거..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하나하나 정성들여 써주시고..
안에는 피로회복용 레모나까지...^-^;;
정말 단원들의 영원한 지휘자가 될 유진이누나... 잊지 못할 겁니다.
아특사로 갔습니다.
아쉽게도 처음부터 함께하지 못한 몇몇도 있었습니다.
첫 음주외박이라면서 좋다고 난리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_-;
어찌되었든, 마음은 다들 그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신합곡이 나왔습니다.
지휘자누나는 피쳐를 들고.. 우리는 가득찬 맥주잔을 들고.
첫번째곡은 신나서 다들 건배한다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마셨습니다.
두번째곡이 나왔습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젠장 퍼스트 베이스.. 저거들은 음이 낮다 이건가..-_-
게다가 퍼스트에는 여자들도 많아서 음도 높게 올라가고..
세컨은.. 특히 윗부분은 죽음이었습니다-_-
1번줄 12번플랫... '높은' 미...
상범이와 저와 동완이형은 악을쓰며 불렀습니다.
상범이나 저는.. 계이름을 모르기때문에 바바밥바~ 이러면서...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정말.. 정말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템포나 악상은 못살렸습니다-_-; 취기때문에...
그렇지만 65마디의 '소음!'이라고 외치던 장면은...
웃어야 할지... 여하튼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신합단원들은 일단 산개 했습니다.
저는 여러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곡 나오면 그 팀들 죽이러도 가보고...-_-;
그렇게.. 그렇게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죽어라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쌓여있던거.. 그냥 다 훑어내 버리고 기분좋게 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와서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적게 마시자. 적게 마시되 다른 사람들이 무리하면 덜어서 대신 마시자.
끝까지 되도록 맨정신으로 살아남아서 사람들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자.
끝까지 살아서 다른사람들을 챙겨주자.
그런식으로요...
하지만 그것도 생각보단 쉽지 않던데요.
'선배의 키스샷은 후배의 원샷'을 모토로 하고 다니시던 주희누나...
'맥주로 취하는건 자존심 상하지 않냐?'라고 하시던 정화누나...
첫 음주외박이라고 좋다고 다니시던 보라누나...
삶의 지혜-_-;를 가르쳐 주시던 관홍이형...
연습좀 그만하라고 각별한 제자사랑을 보이시던 건태형...
덕분에 죽을뻔 했었습니다-_-;
아.. 밑에 상범이 글 보고 생각난건데...
짜식.. 울어버리다니.. 하긴. 그렇게 우는게 더 좋겠지.
동문회때문에 미리 나갔지만.. 마음은 거기에 두고 갔었으니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마라.
목소리 들어보니깐 완전 갔던데-_-;; 앞으로 술좀 '절주'하고.
이제야 생각이 하나하나 다 나네요.
노래나 불러라고 노래시키시던 사람들...
술취한 보일이형과의 진지한-_-? 대화...
보일이형 팬클럽 회장이신 자은이누나와의 대화....
신기한 바보게임을 퍼트리시던 승현이형... 바보게임에 당하던 빡석...
여기저기서 자던 사람들...
그런사람들을 지켜보다 스르르 잠이 들어버리는 나...
아.. 정말 뭐라고 해야 적절한 표현일지 아직 잘 모르겠네요.
아직 좀 생각의 정리가 안되서인지 글이 두서가 없어요-_-;
신합... 신합... 신합... 합주... 연습...
다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룸에서 봅시다. C U @ Room.
그리고 다음 합주때 다시 만납시다.
그전에 콩쿨에서 만날수 있으면 다시 만납시다.
내년쯤에나 03학번들 앞에서
2002년 신입생 합주는 이랬노라고.. 최소한 중주라도 들려줍시다.
다시 만날 사람들에게 장문의, 감상적인 말들은 필요없겠죠.
그만 여기서 글을 줄일랍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C U @ Room.
p.s. #1
아특사에서 한시간 졸았다... 집에 6시 반즈음에 왔다...
바로 잤다..
근데 왜 눈뜨니깐 오전 9시 반이고 속도 멀쩡한걸까-_-
p.s. #2
어제 박폐인은 일찍 죽었다... 그런데 그런 박폐인이 본것이 있다...
3000cc 바를정자 10개 2000cc 바를정자 두개.
도합 17만cc.. 대강 170리터....
몇명갔다고 그정도를 마셨을까-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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