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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팀장과 지휘자를 위한 조언. |
978 - 조회 |
엄청 길어요. 후배들에게 쓰는 글이라 생각하고 존대하지 않았습니다.
정리도 안한 초고를 그냥 올립니다.
글을 잘 쓰려다가 더 이상 늦어지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을 염려했으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글솜씨, 서투른 비유, 깊이 없는 사고 모두 낱낱이 들어날 테지만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글을 씁니다. 지휘자, 팀장은 천천히 읽어보고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은 비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 글에는 제 사견이 엄청나게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치한 예술관을 피력한 부분도 한 두 곳이 아닙니다. 비판적으로 읽으며 비웃고 넘어갈 부분은 비웃어도 됩니다.
얻어갈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유심히 읽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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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운영하는 것과 합주단을 운영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하의 글에서 팀 혹은 팀장이라고 적혀있더라도 지휘자는 합주의 입장에서 읽고, 팀장은 합주 혹은 지휘자라는 용어가 등장하더라도 팀의 입장에서 읽어주길 바란다.
1. 연습의 운영
1.1 팀장의 주된 역할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연습을 얼마나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이끌어 가는 자가 팀장이다. 일단 연습 계획을 세워보자. 일주일에 몇 번을 연습할 것인지, 몇 시간씩 연습할 것인지 우선 결정해야 한다. 화현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일주일에 3번 4시간씩 연습을 한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보자. 이 연습 회수와 시간은 자신이 목표하는 곡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 적절한 것일까?
1.2 그래서 고민한 끝에 전통과는 다르게 연습 계획을 세웠다. 연습횟수를 한 회 늘리고 연습시간을 한 시간 줄여서 일주일에 4번 3시간씩 연습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결정 내렸다. 조삼모사처럼 느껴지는가? 어차피 일주일에 12시간이니 동일하지 않을까? 아니다. 난 다르다고 생각한다.
- 연습 횟수의 증가는 팀원간의 친밀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 예상치 못한 연습의 취소가 생긴다 해도 3번의 연습이 남는다.
- 팀장 혹은 팀원의 컨디션 난조로 연습이 잘 진행되지 않아도 그 연습은 일주일 연습의 1/4 일뿐이다.
- 한번에 4시간 연습을 하면 팀 구성원 모두 힘들기에 팀장은 더 연습하고 싶어도 추가적인 연습을 하기 미안하지만 3시간 연습은 30분 정도 더 한다고 크게 힘들어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팀장이 원한다면 더 연습을 하기 용이하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더 나아가 일주일에 6일 2시간씩 연습하면 어떨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좋은 방법이다. 다만 팀원이 모두 가까운 곳에 살거나 평소에 약속이 별로 없는 편이라면 말이다. 팀원의 성향을 고려하여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자.
또한 나는 오전 연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전 9시나 10시 연습은 대개 지각자가 속출하고 아침을 거른 채 오는 팀원은 제정신이 아닌 경우가 많다. 게다가 점심을 먹고 나면 퍼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습을 잘 운영하고 싶다면 가능한 바른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오후나 저녁에 연습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연습의 횟수, 시간을 정하는 데에도 팀장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잘하고 싶다면 무의식 중에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자.
1.3 팀원이 연습의 불참을 전해 왔다. 어떻게 할 것인가? 4중주에서 한 명 두 명 빠지면 억지로 연습하려 하여도 연습하기 마땅치 않다. 그래서 연습해 오도록 하고 다음으로 연습을 미루곤 한다. 난 이에도 반대한다. 2명 이상 모이면 반드시 억지로라도 연습을 하도록 한다. 여러 장점이 있다.
- 빠지지 않은 사람들은 팀원이 모두 모이지 않으면 연습이 잘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빠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 결석한 사람은 자신 없이 연습한 팀원들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다음에 결석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 연습이 잘 안 된다고 느껴지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느는 것이 있다. 연습을 하지 않았을 때 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연습해서 성과가 없는 경우는 없다.
- 한 명이 빠지면 다른 팀원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모두 모였을 때 한 명 한 명 쳐보도록 하지 말고 이때를 기회 삼아 연주를 유심히 관찰하자.
- 적어도 팀장의 실력이 는다.
1.4 연습의 횟수와 시간뿐만 아니라 연습 진도의 설정도 중요한 문제다. 진도의 문제는 사람이 적은 팀보다는 합주에서, 그리고 연습 후반보다는 초중반에 더 중요하다. 합주에서 악보를 나누어주고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합주단에서 합주단 개개인의 실력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할 때 연습 진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셋 중에 선택해 보자.
- 잘하는 사람에게 맞춘다.
- 못하는 사람에게 맞춘다.
- 전체의 70%(혹은 50% 혹은 등등..)에 맞춘다.
잘하는 사람들에 맞추면 못하는 사람은 힘들다. 못하는 사람에게 맞추면 잘하는 사람은 심심하고 연습이 지루해진다. 중간 즈음에 맞추는 것이 타협안이 되긴 하겠지만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해답은 이 안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답은 지휘자의 연습계획에 맞추는 것이다. 지휘자, 팀장은 합주단이나 팀원에게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합주단 어디에 맞춰도 불평등해 보인다. 자신의 계획이 분명하게 서 있다면 그 계획을 따라 연습하자.
교수가 되어 50명의 학생에게 강의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학생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가르쳐 보았더니 못 따라 오는 아이가 보인다. 그 아이가 이해되도록 가르치자면 자신이 계획한 진도는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결국 학기말이 되어서야 마구잡이로 진도를 빼고는 시험을 보게 한다. 학생이라면 이 친절한(?) 교수에게 감사해할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신을 배려해주었다는 생각 따위 하지 않을 것이다. 즉 교수는 강의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다면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진도가 나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못 따라 오는 사람이 있어도 가급적 진도를 나가야 한다. 뒤쳐지는 일부를 나머지 공부 시키더라도 수업시간에는 꼭 목표한 진도를 나가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팀장이나 지휘자는 매 시간에 자신의 목표를 모두 하지 못한다. 과외를 해 보았다면 이해할 것이다. 과외 학생에게 끌려 다닌 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못 따라오더라도 짚고 넘어 가려고 목표한 부분은 모두 봐야 한다.
1.5 지휘자나 팀장은 항변한다. 연습을 해오지 않아서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고. 특히 초반의 악보 볼 때 그러한 경우가 많다. 난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일단 합주단이든 팀원이든 본질적으로 연습해 오지 않는다고 가정해야 한다. 자신이 들었던 모든 강의를 예습했었고 자신이 했던 팀과 합주를 항상 언제나 미리 연습한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예습 따위 하지 않는다. 지휘자는 합주단의 연습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연습해 오라고 화를 낼까? 연습 좀 해달라고 빌어도 볼까? 선배를 모셔다가 혼을 내달라고 이야기 할까? 나는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고 본다.
1.6 합주단, 팀원은 언제 능동적으로 연습하는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연습을 시작한다. 강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해가 가지 않을 때 공부하기 시작한다.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 때 공부하기 시작한다. 혹은 남에게 부끄러울 때 공부하기 시작한다. 연습해야겠다는 마음을 스스로 떠올리게 하려면 지휘자의 계획대로 진도를 나가야 한다. 따라오든 따라오지 못하든 일단 신경 쓰지 말자. 합주단에 맞춰주지 말고 버벅대게 해보자. 잘 되지 않아도 화내거나 포기하지 말고 다시 시키자. 예습을 안 해왔으니 힘든 것이 당연하다.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자연스레 시간을 내서 연습해 온다. 또 다른 방법은 퍼스트 파트를 연습시킬 때 세컨 서드 사스 베이스의 각 한 명씩을 뽑아 같이 연습시키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의 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부끄러운 마음에 자진해서 연습하게 된다. 이 연습을 통해 합주단 중 묻어가려는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1.7 매 연습의 시간도 잘 운영해야 한다. 팀 4명이 모이면 가급적 4명이 함께 연주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고 합주단 전부가 모이면 가능한 합주단 전부가 같이 연주하는 시간을 최대한 가져야 한다. 지휘자, 팀장은 자신의 연습을 뒤돌아 보고 합주단원 개개인 혹은 팀원 개개인이 연주를 안하고 쉬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합주시간에도 놀리는 파트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선율 연습을 시킬 때 베이스 같이 연주한다고 하여 선율이 잘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같이 연주토록 배려해야 한다. 4시간 연습에 별로 한 것이 없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1.8 지휘자, 팀장은 연습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1.8.1 말을 적게 해라. 팀장이 되면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쉽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5~6번 연주시킨 뒤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 원인을 찾기 힘들며 그 때뿐인 실수일 수 있다. 자신은 10번 연주에 10번 모두 완벽히 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자신이 실수할 때마다 시시콜콜 지적하는 사람이 앞에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그렇게 행동하지 마라.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고쳐질 것들을 지적하며 시간 낭비하지 말자. 정말 모르고 있는 것, 지속적으로 틀리는 것만 지적하자. 했던 말을 또 하지 말자.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연주 가능한 것은 다르다. 기타로 표현하지 못해도 머리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연습을 통해 표현하도록 할 일이지 잔소리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1.8.2 곡을 연주하는 단위를 길게 하라. 연습하려는 구간을 연주하고 나면 소음시킨 뒤 전달 사항을 전한 뒤 다시 예박을 넣기까지 소모되는 시간이 존재한다. 합주에서는 특히 이 시간이 더 많이 생기곤 한다. 소음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예박 넣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런 시간을 줄여보고자 지휘자나 팀장이 화를 내는 경우도 있고 연습을 구경하던 선배가 왜 지휘자 말에 집중하지 않느냐고 혼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연주에 집중하며 긴장하고 있다가 연주가 끝나면 긴장했던 마음이 이완됨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다시 집중시키는데 시간이 소모됨은 자명하다.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는 곡을 연주하는 단위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갑은 50마디를 단위로 연주하고 쉬고 다시 연주하고, 을은 4마디를 단위로 연주하고 쉬고 다시 연습한다면 당연히 을은 더 자주 합주단을 소음시키고 예박 넣는데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연주하는 단위가 짧아질 수록 전체 연습시간 중에서 실제 연습시간이 줄어든다.
연습 일반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여기서 접고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 곡의 이해 - 다이나믹, 프레이즈, 리듬, 선율
2. 다이나믹
2.1 다이나믹Dynamic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음악]강약(법)의'라는 뜻이 등장한다. 음의 강함과 약함 사이, 혹은 크고 작음 사이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용어가 바로 다이나믹이다. 강과 약 사이의 동적인 흐름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지만 기타라는 악기의 발현 특성상 큰 음량을 표현하기 힘들기에 결국 음량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2.2 왜 큰 음량의 소리가 필요한가? 작은 소리로 아름답게 연주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음량의 추구는 개인의 취향 차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연주를 들려주는가? 정상적인 연주회라면 적어도 문화관의 중강당에서 관객을 맞이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공연장에 와준 사람들의 감상에 용이한 음량을 추구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동아리방에서 하는 작은 연주회나 가족 친구 앞에서의 연주라면 보다 작고 아름다운 소리로도 감동을 자아낼 수 있겠지만 공연장에서 작은 소리로 연주하고 관객에게 귀 기울여 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2.3 공연장의 관객을 위해 큰 음량을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고 하여 쉽게 큰 소리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기타 연주에의 고질적인 문제인 거친 음색 혹은 깨지는 소리와의 맞교환 관계가 등장한다. 음량을 추구하면 음색이 거칠어지고 음색을 추구하면 음량이 줄어든다. 따라서 거친 소리가 귀에 거슬려서 음량을 포기하고 어영부영 타협하고 만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음량과 음색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2.4 크고 단단하면서도 거칠지 않고 깨지지 않는 소리는 충분히 가능하며 이를 만들기 위한 적합한 연습의 순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소리를 크게 내도록 연습해야 한다. 합주단원, 팀원에게 크게 치자고 요구하자. 연습 초중반이라면 더더욱 음량에 신경을 쓰자. 연습 초반에 큰 음량을 요구했을 때 음색이 거칠고 터치가 투박하다면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오랜만에 잡은 기타가 낯설거나, 강한 터치에 익숙하지 않거나, 혹은 새로운 곡의 운지가 익숙하지 않거나 하면 음색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소리가 거칠다고 지적할 수록 더욱 소심한 탄현만이 남게 되어 소리는 약간 부드러워 질지라도 큰 음량을 구현하기는 무리인 상태가 되어 버린다. 방학 두 세달 동안 합주 연습에 꾸준히 참여하면 연주회전에는 터치가 익숙해지고 음색도 안정감을 자연스레 찾게 된다. 처음부터 음색, 터치에 연연하며 음량이 작아지게 하지 말자.
2.5 방금 전의 글에서도 드러나듯이 나는 음량을 음색보다 중시한다. 음량이 화폭의 크기라면 음색은 물감의 수다. 공연장에 올 관객에게 보여 줄 그림을 준비하는 중이라 상상해보자.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거나 적어도 자신의 그림을 잘 보여주고 싶다고 가정하고 얼마나 큰 캔버스를 준비해야 할지 어떤 물감들을 사용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단색으로 거칠게 그린 대형작품과 화려하고 꼼꼼히 채색된 A4 크기의 작품을 공연장에 앉은 관객에게 보여준다면 어떠할 것인가? 물론 우리는 화려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대형작품을 그릴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작은 캔버스에 그리기 시작하면 이미 시간이 지나 큰 캔버스로 바꾸려 해도 쉽지 않다. 난 우리가 추구하는 화려하고 섬세한 대형작품에 미치지 못한다면 적어도 단색으로 그린 대형작품이라도 되길 바란다. 적어도 관객은 내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는 보고 갈 것이다. 이것이 내가 큰 음량을 추구하는 이유다.
2.6 대개의 경우 음색의 변화는 관객에게 큰 변화로 인식되지 않는다. 기타를 처음 배울 때 우리는 대부분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를 구별하지 못했으며 사실 지금도 그러하다. 여전히 고전음악을 들을 때 관악기와 현악기의 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하물며 기타라는 하나의 악기에서 손 위치를 약간 바꾸었을 뿐일 때 얼마나 예민한 사람이어야 그 변화를 인식하겠는가? 모든 악기가 음색이 다르지만 각각의 쓰임이 있듯이, 기타 연주자 사이에서도 비록 거칠더라도 음색이 다른 것은 때론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음량이 작은 것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은 없어 보인다. 이것이 음량을 중시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2.7 음량과 관련하여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4중주는 독주보다 음량이 크고, 합주는 4중주보다 음량이 클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음량이 0~10이라 하자. 두 사람이 모여서 함께 5의 크기로 연주한다면 홀로 10의 음량으로 연주하는 사람과 같아질까? 음량, 다이나믹은 이러한 산술적 합으로 계산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합주에서 악상을 넣는 것은 정말 쉬울 것이다. 악상이 잘 표현되지 않으면 사람 수만 늘리면 적당히 연주해도 엄청난 다이나믹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빈약한 소리는 열, 백이 모여도 빈약한 소리다. 평범한 소리는 열, 백이 모여도 평범한 소리다. 개미 백만 마리가 모여도 개미소리는 개미소리일 뿐이다. 따라서 큰 소리를 내고 싶다면 큰 소리 하나 혹은 열, 백이 모여야 한다.
2.8 음악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절정의 감정, 카타르시스, 등골을 타고 흐르는 전율은 언제 느끼게 되는 것일까? 코끼리 50마리가 식사를 하며 떠들고 있다고 하자. 시끄럽다는 생각은 들지라도 의미있는 자극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자 한 마리가 포효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 소리는 코끼리의 소리보다 실질적으로 작을지라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히 전해지며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왜일까? 나는 이 차이가 혼신의 힘을 다한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마음을 다한 거침없고 과감한 탄현. 거기에서 절정의 다이나믹이 표출된다.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카타르시스를 이끌어 낸다. 합주단원 모두의 과감한, 거침없는, 혼신의 힘을 다한 탄현에서야 절정의 다이나믹을 끌어낼 수 있다. 연습 초중반이라면 박자가 약간 밀려도, 터치가 거칠어도, 가끔 깨지는 소리가 난다 하여도 음량에 먼저 신경을 썼으면 한다. 음량을 먼저 키우고, 그 음량을 유지하며 맞추고, 큰 음량을 유지하고 맞춘 상태에서 음색을 다듬도록 하자.
3. 프레이즈
3.1 번역하거나 설명하기 힘든 단어지만 팀장이나 지휘를 맡게 된 사람이라면 음악에서 이 용어가 의미하는 바를 간단히 라도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음악은 서로 다른 프레이즈를 굴비 엮듯이 묶어 놓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굴비만으로 엮은 것이 아니라 굴비-굴비-고등어-명태-굴비-.. 식으로 서로 다른 생선을 조합해야 겠지만.. 이런 비유는 일단 제쳐두고.
3.2 프레이즈를 이해하는 것은 악상을 곡에 불어 넣는 가장 기본적인 착상을 갖게 해준다. A-B-C-A-D-A 와 같이 6개의 프레이즈로 구성된 곡을 연습할 때 어떻게 연습하는 것이 좋을까? 대부분 프레이즈를 끊어서 연습할 것이라 생각한다. A를 연습하고 잘되면 B를 연습하고 잘되면 C를.. 하는 식으로. 하지만 나는 이러한 연습에 의문을 가진다. B부분이 강하고 힘찬 부분이라 가정하면 이 강하고 힘차다는 것은 독립적으로 존재 가능한 것일까?
3.3 음악이란 긴장과 이완의 대조와 반복이다. 강한 부분이 나타나면 앞뒤로는 부드럽고 여린 것이 일반적이다. 혹은 눈에 띌 만큼 더 강렬한 음악이 등장하기에 따로 프레이즈를 구별했을 것이다. B프레이즈를 명확하게 연습하기 위해서는 A-B-C를 연습하면서 A,C와 대조되는 B의 역할이 뚜렷하게 대두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A의 중간부터 시작해서 C의 중간까지 연주하여 보는 것이 좋겠다. 프레이즈의 시작과 끝을 잘 정리하라는 말은 전후 프레이즈와의 유기적 연관성을 염두에 둔 표현일 것이다. 시를 한편 소개한다. 김광규 시인의 '생각의 사이'.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중략)
학자는 오로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중략)
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중략)
통계가
남을 뿐이다
3.4 도돌이표가 붙어있는 프레이즈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한다면 프레이즈 마지막까지 연주하고 멈추지 말고 다시 돌아 들어가는 부분이 잘 맞는지 확인하고 멈추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3.5 악상을 잡을 때 프레이즈 안에서 표현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프레이즈와 프레이즈를 대조시키는 부분에서 표현하려 노력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며 효과적이라 본다. 강렬한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B프레이즈라면 그 안에서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A,C가 부드럽고 이완된 부분이라면 A와 B사이, B와 C사이에서 표현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효과적이다. 고전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은 분위기가 급변하지 않는 한 쉽게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며, 아마추어인 우리 연주자들도 한 프레이즈 안에서의 섬세한 표현을 잘 해내지 못한다. 관객에게도 연주자에게도 큰 그림, 뚜렷한 윤곽선을 그리고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4. 리듬.
4.1 이 단어 또한 자주 사용하면서도 막상 설명하려 하면 표현이 용이하지 않다. 우리말로 바꿔보자. 어떤 단어가 먼저 생각나는가? 음악동아리인 우리는 ‘박자’를 먼저 생각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리듬에 가장 가까운 우리말은 ‘운율’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월, 윤동주, 백석의 시를 읽을 때 자연스레 느껴지는 운율감 혹은 시조를 읽을 때의 자연스러운 호흡. 여기에 리듬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4.2 리듬은 음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네의 수련 그림의 붓 터치에서 혹은 몬드리안의 추상화 속 색과 선의 배치에서 리듬을 찾을 수 있고, 음악이 들리지 않더라도 왈츠를 추는 발레리나의 몸동작에서 자연스레 왈츠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 했듯 시에서, 그리고 크게는 소설에서도 리듬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예술이란 리듬의 변용이라 생각한다. 미술은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음악은 청각적으로, 무용은 육체를 이용한 몸동작으로, 문학은 언어로서 표현해낸 것이다. 일견 서로 다르게 보이는 미술, 음악, 문학, 무용 등을 예술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리듬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4.3 다시 음악으로 넘어오자. 음악이 음악답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이라 생각한다. 왈츠를 연주할 때 선율이 중간중간 틀린다 해도 왈츠 리듬이 자연스레 흐르고 있으면 관객은 리듬을 따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선율의 음은 틀리지는 않더라도 리듬이 미묘하게 벗어나며 흐트러진다면 관객은 불쾌하고 긴장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4.4 리듬을 살리기 위해서 어떠한 연습을 해야 할까? 리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면 메트로놈을 찾을지도 모른다. 일부 선배들도 박자가 안 맞는다며 메트로놈을 놓고 연습하는 것을 추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메트로놈을 사용하여 연습하면 리듬감이 살아날까?
4.5 메트로놈은 어떤 기계인가? 물리적 시간 축을 균등분할 하는 기계라 할 수 있다. 메트로놈에 잘 맞춰서 리듬이 살아난다면 음악에서 리듬이란 물리적 시간축의 명확한 분할에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모든 프로 연주자는 엉터리 연주자일 것이다. 모든 음악가가 컴퓨터 음악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4.6 음악에서 리듬은 시간 축의 균등분할이 아니다. 오히려 균등하지 않게 분할되기에 리듬이 생긴다. 삼박자의 왈츠를 연주한다고 하자. 편의상 번호를 붙여서 ‘쿵(1) 짝(2) 짝(3) 쿵(4) 짝(5) 짝(6)’으로 진행된다고 하자. 쿵(1)과 짝(2)사이 짝(2)와 짝(3)사이 그리고 짝(3)과 쿵(4)사이는 서로 다른 시간을 갖는 것으로 보여진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선율을 자연스레 리듬을 타며 입으로 불러보자. 혹은 음악을 들어보자. 그리고 다시 메트로놈에 정확히 맞춰서 선율을 불러보자. 메트로놈에 잘 맞추면 리듬감이 살아나는가? 절대 아닐 것이다. 리듬감을 찾으려면 메트로놈을 찾지 말고 자신 내부에 있는 리듬을 찾아야 한다. 우리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리듬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메트로놈에 딱 맞춰서 연주하려 하면서 왈츠리듬이 살지 않는다, 혹은 탱고 리듬을 연주하기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면 난 당연하다고 말한다. 메트로놈은 왈츠를 추지 못한다. 탱고도 추지 못한다. 출 수 있다면 연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뿐이다.
4.7 초등학교 음악시간에서 배운 지휘법을 떠올려 보자. 4박자 지휘법. 세로로 선이 하나 그어지고 구불구불한 선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다시 명확한 세로선을 긋는다. 어릴 때 선생님을 따라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지휘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보자. 모든 지휘자가 이렇게 지휘한다. 모든 박을 지휘자와 맞추지 않는다. 명확히 맞추어야 할 곳에서만 맞추고 나머지는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흐르도록 한다. 지휘자는 전체 합주단의 리듬을 하나의 리듬으로 맞춰나가는 자다. 하나의 통일된 리듬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자가 지휘자다. 메트로놈을 보고 지휘하지 마라. 메트로놈은 자연스러운 리듬의 흐름을 방해한다.
4.8 지휘자는 메트로놈이 아니다. 지휘자는 합주단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리듬을 공유해야 한다. 연습이 잘 된 합주는 다른 지휘자를 데리고 와서 연습을 할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3박자의 곡이라도 합주단과는 전혀 다른 리듬과 호흡으로 지휘봉을 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와서 메트로놈처럼 팔을 흔드는 것으로 지휘할 수 있다면 이는 연습이 안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나의 리듬 호흡을 전혀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4.9 리듬은 호흡이다. 시에서 ‘운율’이라는 단어는 ‘호흡’과 혼용된다. 팀에서 지휘자가 없이도 맞출 수 있는 것은 같은 호흡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4.10 속도의 변화가 잦은 곡이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는 곡도 있다. 전자의 곡은 메트로놈을 놓고 연습이 불가능하기에 팀장은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여기서 셋을 세고 들어가자 던가, 고개 짓을 몇 번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호흡을 제시하고 그 호흡에 맞추어 연습을 한다. 반면 후자는 별 생각 없이 메트로놈을 켜 놓고 연습하기 쉽다. 대부분의 경우 전자가 더 리듬감 있는 호흡이 잘 맞는 팀이 된다. 후자는 비틀비틀 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메트로놈은 숨을 쉬지 않는다.
4.11 메트로놈에 맞추어 연습하면서 리듬을 살리려 노력하는 사람은 한가지 방법에 도착하게 된다. 리듬을 호흡이나 시간 축 상의 미묘한 긴장상태가 아닌 강약으로 치환해 버리는 것이다. 오디션의 지정곡 다장조5번을 떠올려 보자.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메트로놈에 딱 맞추면서 강박을 넣는다. 또레미파쏠라시도. 도와 솔에 큰 소리, 나머지 음들에 작은 소리를 내면서 리듬이 살길 바란다. 하지만 이 곡을 머리 속에서 그릴 수 있는 한 가장 아름답고 리듬감 있게 불러보자. 도레미파를 한 호흡으로, 솔라시도를 한 호흡으로 묶어서 부르면 된다. 도와 솔은 크게 연주할 필요가 없다. ‘리듬->박자->강박과 약박->강박은 크게 약박은 작게’로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을 잊어버리자. 강박에서 여리게 연주하는 곡은 그 예를 셀 수도 없이 많다. 이러한 방식으로 어떻게 곡을 만들 것인가?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서 강박을 모조리 크게 쳐야 한다면 얼마나 유치하게 들릴 것인가?
4.12 그러면 메트로놈은 쓸모 없는 기계일 뿐일까? 당장 던져버리고 쓰지 말아야 할까? 메트로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음악과 관련되지 않은 연습을 할 때이다. 음계 연습, 아르페지오 연습과 같이 기교적인 연습을 할 경우 필요하다. 그리고 팀 연습의 초반에 악보를 볼 때 아무도 정확하게 칠 수 없어서 기준되는 박자가 전혀 없을 때 필요하다. 처음에는 메트로놈을 놓고 연습하더라도 점차 메트로놈 없이 연습하는 횟수를 늘려야 한다. 연습 후반에는 메트로놈을 놓고 연습할 수 없어야 한다. 박자가 잘 안 맞는다면 메트로놈을 켜기 보다는 한 명이 손으로 박수를 쳐주는 것이 더 좋다. 사람은 3박자, 4박자의 박수를 칠 수 있다. 메트로놈은 3박자 4박자를 구별하지 못한다. 메트로놈에는 1박자만이 존재한다.
5. 선율.
5.1 선율은 내게는 딱히 수가 없다. 선율을 연주하는 사람은 적어도 팀과 합주에서 인정받는 사람일 것이다.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자. 조언해주고 싶은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과감하게 표현하라는 것이다. 표현의 폭이 좁아서 문제인 경우는 많아도 풍부하게 표현해서 문제인 경우는 우리 아마추어의 수준에서는 거의 없다. 타인이 들으면서 표현이 과하게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연주하고 그 뒤에 다듬도록 하자.
5.2 자신이 연주할 곡의 모범적인 연주를 많이 들을 것. 그리고 평소에 다양한 작곡가의 다양한 연주자의 음악을 들을 것. 동일한 곡을 여러 연주자의 연주로 들어보는 것은 표현의 다채로움을 이해하는 데 좋다. 노래를 잘한다면 선율을 자주 노래해 볼 것. 노래를 잘 하지 못한다면 머리 속으로 그리며 흥얼거려 보아도 좋다.
5.3 풍부한 감성을 키울 것. 시를 외워보는 것도 미술관에 다니는 것도 모두 도움이 된다고 본다.
* 글이 많이 길다. 잠시 쉬었다 읽어도 좋다.
6. 연습.
6.1 다시 연습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직접 겪었던 경험과 함께 연습의 진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2학년 여름, 첫 팀장을 맡았던 때 내색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시작부터 극도의 부담감에 시달렸다.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해결책은 하나 밖에 없었다. 연습량을 늘리자는 것. 다른 팀에서 일주일에 3번 4시간 연습을 할 때 우리 팀은 일주일에 4번 4시간씩 하기로 결정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겁 없이 골랐던 팀곡 ‘전람회의 그림’은 이 정도의 연습을 하고서야 완성되었다.
6.2 지휘를 했었을 때도 나는 보통의 합주보다 많은 연습을 했다. 동아리 건물의 재건축으로 연주외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었던 데다가 곡도 어렵고 빨라서 정상적인 연습만으로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 정규 연습 외에 일요일 8시간의 MC를 3-4회 하고 말았다. 합주단원들이 힘들었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휘자도 마찬가지로 힘들다. 게다가 힘들어하는 합주단원을 바라보는 지휘자는 마음이 편했을까? 그래도 당시 몸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곡을 완성하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해 보였다. 그리고 그 결정에 지금도 전혀 후회가 없다.
6.3 화현회 4년차가 되던 해에 학번 팀으로 5중주를 구성했다. 연주 경력도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했던지 자만심에 일주일 연습을 2회로 잡고 말았다. 결국 도중에 연습을 3회로 늘렸고 팀원의 연주 실력이 뛰어났던 지라 무대에서 부끄럽지 않은 연주를 했지만 팀장인 나로서는 팀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들의 실력을 다 끌어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았다. 최선의 다하지 못한 나의 미련함에 대한 한탄도 남았다.
6.4 후에 연주한 바흐의 ‘두 대의 쳄발로를 위한 협주곡 BWV1062’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곡의 난이도가 상당했기에 부담감도 있었고 연습도 전처럼 조금 할 생각 따위 버렸다. 두 번 모두 겨울 연주회였음에도 45번의 연습을 진행했다. 방학은 90일이 되지 않는 기간이다.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연습을 했던 것이다. 난 이 두 연주 모두 만족하고 있다.
6.5 결국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연주를 하고 싶다면 더 많이 모여서 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답이다.
6.6 연습 초기에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얼마나 빨리 완주하느냐 이다. 연주회에 올릴 곡을 모두 연주하는데 2주 정도면 적당하다고 본다. 편곡이 정말 어려웠던 봄의 제전 당시와 개념이 없던 첫 팀장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이 정도 안에 완주를 해냈다. BWV1062는 극악의 난이도에도 12월에 모두 완주해냈다. 지휘 때도 2주 즉 여섯 번 연습에 완주할 것을 목표했지만 8번의 연습에 완주했다. 반복도 없는 769마디를 하루에 130마디 가량씩 진도 나갔다. 운지 보는데 오래 걸리면 연습이 지루해 진다. 곡이 빨리 완성되어야 연주하는 즐거움이 생긴다.
6.7 연습 초중반에는 팀장의 귀가 좋지 않은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귀가 예민하지 못해서 연습 초중반에 지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운지가 익숙하지 않음을 알고 있고 아직 터치가 익숙해지지 않음을 이해하기에, 소리가 이상해도 종종 똑 같은 부분을 실수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부분 자신의 실수는 자신이 알고 있다.
6.8 따라서 지적할 것이 없으므로 할 일은 주구장창 연주하는 일뿐이다. 악상도 별로 설명하지 않는다. 운지도 헷갈리는 사람에게 악상을 설명하면 표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크게 연주할 프레이즈와 작게 연주할 프레이즈만 알려주고는 다시 치고 다시 치고 쉬고 다시 치고 다시 치고를 반복한다.
6.9 팀장은 잘 들리지 않으면 연주하고 물어보라. 잘 쳤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대답하면 잘 했다고 믿으면 된다. 표정이 안 좋거나 말을 못하면 다시 쳐보자고 말하고 다시 연주하면 된다.
6.10 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 한다. 팀장이라고 대단한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팀장을 맡으면 갑자기 음악에 대해 많이 알게 되나? 아니다. 대부분 팀장이나 팀원이나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악상을 어떻게 넣는 것이 좋을까? 팀장이나 지휘자는 악상을 설명하고 지시하고 팀원이나 합주단은 그 악상을 배워서 연주하면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팀장이나 지휘자도 크게 잘 알지 못하는데 누구에게 가르친단 말인가? 팀장이나 지휘자가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고 고민하겠지만 음악적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6.11 팀원, 합주단원 스스로 악상을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하자. 3달 뒤 공연이 예정된 10명이 참여하는 연극의 총감독이 되었다고 하자.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명 한 명 붙잡고 이 부분은 이렇게 발성하고 여기선 이런 감정으로 표현하라고 하면서 일일이 가르칠 것인가? 그렇게 해서 3달 뒤 공연을 잘 할 수 있을까? 연극단원 스스로 자신이 맡은 인물을 분석하고 자신이 분석한 인물을 표현하도록 요구하고 이끌어 내야 한다. 거칠고 투박해도 일단은 자신이 연기하고 싶은 데로 하게 두어야 한다. 인물에 애착이 생기도록 자신과 동화되도록 해야 한다. 팀과 합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악상은 큰 틀만 제시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자. 크게 치고 싶어하는 마음을 억누르지 마라. 심지어 몰고 싶어 하는 마음도 억누르지 마라. 다만 몰고 나서 속도를 잡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지휘자는 수동적인 합주단에게 악상을 부여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합주단이 자신의 표현 의지에 불타고 있다. 그 감정을 통합해서 하나의 통일된 흐름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지휘자가 할 일이다.
6.12 음악은 소리를 통한 자신의 욕구의 표출이다. 한 합주단원이 자신이 몰고 싶은 부분에서 몰았다. 또 다른 합주단원은 그 부분에서 몰고 싶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더 느리게 연주하고 싶어서 박자를 잡아 끌었다. 지휘자는 이러한 욕구들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을 해야 한다. 이 정도가 적당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휘자가 제시한 균형점에서 합주단 모두가 만족할 때 합주단 모두의 요구가 충족되는 속도가 될 것이다.
6.13 그래서 나는 악상 설명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는 말이라고는 크게 치고 싶은 곳은 더 크게 치고 작게 치고 싶은 곳은 더 작게, 유려하게 연주하고 싶은 곳은 더더욱 유려하게, 강하게 연주하고 싶은 곳은 더 강하게 이런 말들뿐이다. 이 말을 들으면 팀원은, 합주단은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어떻게 연주하고 싶은지 알아야 그것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6.14 팀원이나 합주단원이 여기는 이렇게 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그렇게 하라고 한다. 대부분 하고 싶은 데로 하도록 둔다. 정말 귀에 거슬리거나 이상하지 않는 한 그냥 두어도 무방하다. 곡을 망치려는 사람이 아닌 한 이상한 방향으로 연주할 리가 없다.
6.15 이러다 보니 악상 설명도 별로 없고 하는 게 없는 듯 보였던지 한 팀원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팀장이 하는 일이 없다고. 기분 나쁠 수도 있었겠지만 악상과 관련된 말이었다면 내게는 칭찬처럼도 들린다. 내가 한 일이 없어도 악상이 표현되었다는 말이 될 테니 말이다. 팀장의 주 임무는 연습 시간을 정하고 연습할 구간을 정하고 예박을 넣고 소음 넣는 일이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6.16 악보를 보기 시작해서 완주를 하고 나면 매 연습마다 곡의 전 부분을 연습해야 한다고 본다. 팀장이나 지휘자가 연습계획을 세울 때 이번 연습에서 A를 하고 다음 연습에서 B를 하고 식으로 계획을 세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에 반대한다. 곡을 마디 수로 나누거나 하여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일단 연습을 시작하면서 완주를 하고 가장 안 되는 부분을 몇 번 연습한다. 그 뒤에 또 완주하고 그 다음으로 안 되는 부분을 연습한다. 또 완주하고 그 다음으로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연습한다. 이렇게 연습을 하면 곡 전체의 수준을 균일하게 끌어 올릴 수 있다. 어렵고 잘 안 되는 부분은 더 자주 연습하게 될 것이고 쉬운 부분은 적게 연습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곡 전체의 균형이 생기게 된다.
7. 마치며.
7.1 연습 이야기를 하다가 더 생각나는 것이 없어 일단 여기서 마친다. 갑작스런 마무리라 미안하다.
7.2 뱀발을 달자면,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함께 해서 즐거운 것은 콩쿨에서 느끼기로 하고 연주회에서는 음악적인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끼는 사람들과 완성된 음악을 연주하는 즐거움, 그 무엇과 비할 수 있을까. 기타 배운지 1, 2년 밖에 안되었다면 더더욱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팀원과 합주단과 즐겁게 웃으며 열심히 연습해 주길 바란다. 이제는 화현회의 과거로서 관객이 될 나를 위한 요구가 아니라 연주하는 여러분을 위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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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나 지적, 질문 모두 받습니다. 아직 학교에 있으니 개인적으로 물어봐도 됩니다.
커피 한잔, 밥 한끼, 술 한잔 사달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힘들게 모두 읽어 주신 분들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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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정호오빠가 하라는 거 완전 반대로 하다가 망ㅋ한 경험이 왕왕 있는 사람으로서 추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저랑 성격 비슷한, 똥고집캐자만에 빡센거 즐기면서 스케일연습으로 자학하는데 음악은 많이 안듣고 남이랑 경쟁하는거 좋아하는-_-후배님들은 반드시 정독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훈계하자는 것도 아니고, 심심해서 이런 장문의 글 쓰고 리플달고 하는 거 아니니까요 ㅋ 부디 자네들의 방학이, 팀이, 그리고 음악적인 경험이 보다 아름다워졌으면 하는, 기억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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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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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빠 장문의 글 감사합니다 (연주회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ㅋ)
글 읽다보니 예전에 팀장할 때 생각 많이 나네요 ㅎㅎ 오빠께서 해주신 코멘트도 많이 생각나구요..
오빠가 글을 비판적으로 읽으라고 하시길래 비판적으로 몇가지만 생각해 봅니다. 저는 합주도 네번밖에 안하고 지휘도 안해봐서 합주는 잘 모르겠고 팀에 한정해서 얘기할게요. 저는 2학년겨울팀장할때도, 여름에 학번팀 할때도, 연습할 때 팀원들이랑 말을 진짜 많이 했던거 같은데 말 많이 하는 팀분위기는 좋은거 같아요. 오빠 말대로 잔소리를 하라는게 아니라, 방금 친부분이 왜 잘 안쳐졌을까? 물어보는 식으로요. 그러면 나는 랄랄라빰빰으로 치고 잇었는데 쟤는 빰빰빰랄라 로 치고 있어서 이상했구나, 라던가 팀원 누군가에게서 "내가 개인연습을 안해서"라는 대답을 듣던가(이 경우 다음번엔 대개 다 연습해옵니다 ㅋㅋ), 여하간에 이런 과정을 통해서 팀장 혼자 생각-판단-지시하는거 보다 더 빠르게 정답이랄까, 팀이 추구하는 이상이랄까- 에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 '대화'인 것 같아요. 팀 분위기도 화기애애 해지고... 단점은 삼천포로 빠져서 웃다가 연습을 못할 수도 있다는거고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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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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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리해서 올렸군요!
정호형 연주회 경험의 무게가 묻어나는 글입니다. ㅎㅎ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말들 많이 있네요.
연주회하는 후배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팀장 지휘자는 물론이고 팀원 합주단원들도요.
저는, 연극이라곤 몇 번 본 적도 없지만서도,
"연극단원 스스로 자신이 맡은 인물을 분석하고 자신이 분석한 인물을 표현하도록 요구하고 이끌어 내야 한다. 거칠고 투박해도 일단은 자신이 연기하고 싶은 데로 하게 두어야 한다."라는 아이디어에 공감이 되네요.
후배분들도 이 글 보고 많은 고민 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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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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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반갑 ㅋㅋ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자. 둘 다 학교에 있을 텐데 얼굴 보기 쉽지 않구나.
민지/ 대화! 정말 중요하지. 네가 말한 거 모두 옳다고 봐.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팀장이나 지휘자가 연주하고 난 뒤에 음악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것이었어. 지시하거나 지적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말고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대화하고 다시 연주하면 된다고 봐. 할 말없으면 굳이 하지 말고 다시 연주해보고 생각날 때 이야기 하면 되는 거고. 삼천포로 빠지더라도 대화는 필요하지.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헛소리와 웃음으로 보냈던지. ㅎㅎ
종민/ 올리긴 했다만 아직 다 정리한건 아냐. 리듬 이후는 오늘 세시간 정도 만에 마구 쓴거고 외출하고 돌아와서 다시 읽어보니 뒤로 갈수록 글이 엉망이구나. ㅠㅜㅋ 일단 올려두고 수정할 시간이 나면 조금씩 수정해야겠다. 부족하거나 이상한 부분은 민지가 지적하듯 경험자들이 매워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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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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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 팀장 .......... 은 아니고 팀원이지만,
팀원이나 단원으로서도 엄청 유익한 글인 것 같아요.
재미도 있고 시사점도 있고 감동도 있고 !!
특히 '생각의 사이' 완전 멋집니당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기대할게요! 히히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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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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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꼭 팀장이랑 지휘자만 읽으라고 쓴 건 아니니까. ㅎㅎ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구나. 연주회 준비 열심히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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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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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번 저의 무모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만드는 글이군요 ㅎㅎ
저도 민지의 코멘트를 더해서 모두 동의합니다.
저렇게 다시 한번 팀 해보고 싶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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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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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앞으로 하면 되지 ㅎㅎ 물론 방학 통채로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긴 불가능하겠지만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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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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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대부분 다 공감이 되는 내용들입니다.
제가 새로 팀장, 또는 지휘자를 맡은 사람들에게 항상 크게 강조하는게 두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형도 언급하신 6.6번.(완주는 최대한 빨리 끝낼것) 이고..
나머지 하나는.. '선곡을 매우 신중하게 잘 할것' 예요. 지금쯤이면 이미 다들 완주 끝내고 한창 연습이 무르익었을 시기이니 선곡을 지금 논하는건 좀 에러긴 하겠지만서도;;
개인적으로 연주회 성패의 80% 정도는 선곡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팀장이나 지휘자.. 생각이 있는 후배님들은 미리 미리..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물어보세요. 화현회에서 지금까지 연주했던 녹음들도 들어 보면서 원곡이 기타로 연주되었을때 분위기가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생각해 보세요. 다른 동아리 연주회 가보는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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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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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6.11번..(악상은 큰 틀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팀원들에게 맡길 것) 은 평소 제 생각과 좀 다르네요;; 궁극적으로는 형 말대로 각자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겠지만,
저는 팀장들(특히 겨울 연주회에서 신합 외에는 연주회 경험이 전무한 팀원들을 데리고 첫 팀장 하시는 분들) 에게 보통 '매우 세세하게, 가능하면 음표 단위까지 끊어서 악상을 지시하라' 고 조언을 해줍니다. 예를 들면 "35~36마디는 크레센도로 치세요" 가 아니고 "35마디 첫음은 아주 작게, 그 다음음은 조금 키우고 . . . 36마디 첫음은 평균 정도로, 그 다음음은 조금 세게, 36마디 마지막음은 낼 수 있는 최대 음량으로" 뭐 이런 식이지요.
물론 팀원 개개인은 표현 의지에 불타고 있을 수 있지만, 불타는 의지로 연주한다고 의지대로 표현이 되는게 아니지요. 저도 멋모르는 시절 어떻게 연주해야 되는지도 모르면서 의지를 불태우다가 듣는 이들을 괴롭게 만들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 재능이 부족한 탓도 컸겠지만 저는 제 불타는 의지를 어떻게 해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지 '약간' 깨닫기까지도 정말 한참이 걸렸어요.(물론 '약간' 깨달은거고.. 사실 지금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만;)
게다가 그 불타는 의지마저 애매한 경우.. 도대체 이부분 어떻게 쳐야 될지 별 생각이 없는데 '세세한 부분은 알아서 해결하렴' 하면 난감합니다. 수학 입문서적들 보면 정리나 법칙이 나온 다음 바로 연습문제로 넘어가는게 아니라..중간에 '예제' 가 있잖아요. 예제를 풀어 봐야 그 정리를 어떻게 이용해서 문제를 푸는지 알지요. 적어도 팀장이 처음에는 자신의 악상을 주입하는 식이더라도 '이런게 악상이다' 를 가르쳐 주어야 '아 이런거군' 하고 '그렇다면 이렇게 쳐보는게 어떨까' 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악상을 발전시킬 수 있겠지요. 아 물론 삼수강쯤 넘어가면 되면 예제 없어도 문제 잘 풀듯이 팀원들이 경험이 다들 많거나 완전 천재거나 하면 뭐 알아서 하라고 해도 잘 넘어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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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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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 선곡 이야기는 사실 이 글 앞에 더 쓰려던 글이 있었거든. 선곡과 편곡에 대해서. 근데 다 못써서 이것부터 쓰기도 했고, 방학하고 나서 팀장하는 아이들 모아서 간단히 이야기 하기도 했어.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는 선곡보다 연습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무난한 곡을 골라도 허술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적지 않아. 어렵고 난해한 곡을 골라도 연습을 잘 하면 좋은 경우도 많고. 과거에 연주했던 곡을 다시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때가 대부분이잖아? 분명 과거에 선배님들이 멋진 연주를 보여주셨기에 좋다고 생각해서 다시 했을 텐데. 선곡이 중요하다는 말에 토를 다는 건 아니다. 중요하지. 다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무모한 선곡을 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 그리고 이왕 고른 곡, 잘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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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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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 악상의 연습에 대한 이야기는 네가 댓글을 달거라 생각했다. ㅎㅎ 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고 너는 위 댓글과 같은 이야기를 했었지. 악상을 세세하게 지시하는 것. 물론 팀원에게 도움이 되겠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때 이런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 하지만 난 너의 음악적 역량을 보통 팀장들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 너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이해와 노력을 가진 팀장은 사실 많지 않아. 보통 팀장들에게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세세하게 지시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 팀장은 순식간에 고민에 빠지게 될거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이렇게 말하면 될까? 문제가 뭘까?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한번은 이렇게 시키고 '아니다 아니다' 이렇게 해보자, 또 저렇게 해보고 또 방황하고.... 시간 낭비만 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런 팀장을 한두명 본게 아니었다.
나는 곡을 만들 때 이렇게 해야겠다는 완성된 곡의 이미지를 가지고 연습하지 않는다. 연습하면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수정하고 또 수정해나가면서 곡을 만들지. 반면에 너는 머리 속에서 정리된 곡의 이미지를 연주에 덧 씌우는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네 능력과 재능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난 내가 음악적 재능에서는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범인의 입장에서 팀장을 잘하기 위해 고민했던 거고, 평범한 후배들을 위해 글을 적은 것이다. 그래서 글에 적은 것이 네게는 이상하게 비칠 수 있겠지.
불타는 표현 의지! 잘 생각해 봐라. 난 모든 팀원, 합주단원이 너와 같다면 팀장도 지휘자도 정말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너와 팀을 몇 번이고 같이 했지.ㅎㅎ 너는 일학년 때부터 폭렬양용수(!)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표현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잘 되든 되지 않든 너는 불타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 그래서 그 의지를 다듬는 방향으로 연습을 진행했고 인정받는 연주자가 되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몇 년이 지나도 표현의 폭이 작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보통 사람을 폭렬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 연주를 다듬는 것이 옳다고 봐. 글에서 쓴 '모든 합주단원이 표현 욕구에 불타고 있다'는 말은 사실 '불타는 표현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로 썼어야 맞다고 본다. 내재되어 있는 의지를 꺼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다듬어야지. 표현 욕구를 꺼내지 않은 채로 악상을 주입하기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주입식 악상밖에 남지 않겠지.
혹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본 적이 있는지? 아직 못 봤다면 꼭 보도록 해라. 잘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주입식 교육만 받던 소심해 보이던 한 아이가 선생님의 제안에 격정적인 어조로 즉흥시를 읊어내던 장면은 내게는 감동이었다. 왜 제목이 '죽은 시인'의 사회인지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네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연습 초중반에는 내가 더 옳고 후반에는 네가 더 맞다고 본다. 잘 되지 않는데 팀원과 합주단원만 믿고 연주회 때까지 넋 놓고 있으면 물론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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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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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 글 잘 읽었어요. 제가 직접 실천할 기회는 많지 않아보이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좋은 글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도 그냥 몇마디 적을게요.. 여기서 그려지는 것이 팀원을 신뢰하고 공동의 목적을 위해 알맞은 역할을 모색하는 리더같아서 맘에 와닿아요.
사람이 사람을 움직인다는건 쉽지 않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꼭 다른 누구보다 훌륭해져야 하는것도 아닌것 같아요.
비판적으로 읽으라고 하시기에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런 부분은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아무래도 제가 연주 경험이 부족해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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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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