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이어집니다.
네번째. 탈진.
요 근래들어 설악산도 그렇고 지리산도 크게 무리를 두지 않는 코스로 다니면서 많이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엔 간만에 코스가 긴 지리산 종주이니만큼 탈진에도 좀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뭐, '탈진'이 의학적으로 정확히 어떤 증상이다.. 이런걸 설명을 잘 할수는 없어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몸에 힘이 빠져서 쓰러지거나 혹은 그 일보직전의 증상..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경험이나 기타 등등을 토대로 한 주관적인 글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탈진의 원인 세가지를 적어보자면, 1. 에너지부족 2. 염분부족 3. 오버페이스이정도인 것 같습니다.
에너지부족... 선배들이 누차 얘기하는 것이지만, 산에서는 절대로 잘 먹어야 합니다. 산행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그저 걷기만 하는, 말로 설명하면 참 쉽죠? 수준의 일이지만, 하루종일 걷는데다가 평지만 있는것도 아니고 오르락 내리락, 게다가 등에는 무거운 짐까지... 아마 여러분 중에서는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중노동이 되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이런 일을 하는데, 많이 먹지 않으면 곤란하겠지요. 체중문제야 얼마나 먹던지간에 정상적으로 산행을 다녀오면 하산하자마자 씻을때 2~3kg정도 줄어든 자신의 몸무게를 확인할 수 있을것이고, 입맛이 없으면 '이건 연료다. 이건 연료야. 안먹다 쓰러지면 적어도 2년은 갈굼받어'라고 자기 암시를 걸어보는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염분부족.. 예비모임때도 나온 얘기지만, 덥고 땀 많이 흘린 상황에서 목이 마르다고 그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생기기 쉽습니다. 염분부족이 생기게 되면 몸에 힘이 안들어가서 흐느적대게되고, 멍~해지는 증상들이 보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맹물말고 무언가를 타먹기를 권장하고, 타먹을게 싫거나 없으신 분들은 물을 한번에 많이 마시기 보단 조금씩 여러번, 혹은 입안을 헹궈 갈증기를 해소한 후에 물을 뱉어버리길 권장합니다. 혹은 오이 등의 다른 방법을 통해 갈증을 해소하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시 산행중에 주변에 증상이 보이는 자가 무의식적으로 물을 자꾸만 마시려고 한다면, 되도록이면 말리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버페이스.. 대개 힘은 어느정도 있으나 너무 숨이 찬 경우.. 등인것 같습니다. 되도록이면 평소에 페이스를 지키길 부탁드리며, 정말 힘이 들더라도 걸음을 완전히 멈추지 말고 아주 천천히라도 좋으니 꾸준히 걷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만약에 같이 가는 사람이 자꾸만 쉬려고 한다면, 아주 천천히라도 좋으니 꾸준히 걷게 하십시오. 10분만 쉬면 이 언덕길 다 넘을수 있다고요 같은 말을 믿고 쉬면서 가다가는, 아마도 언덕이 나올때마다 10분씩 쉬게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섯번째. 산행시 유의점
먼저, 우리는 다 같이 산에 올라가서 다 같이 무사히 내려오는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습니다. 그런고로 안전을 위해 어느정도의 통제가 가해질 때도 있는데, 너무 불평만은 마시고 잘 따라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선두가 아닌 이상, 혹은 자신이 꼭 앞으로 가야 할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은 전체의 페이스를 되도록이면 지켜주시고, 자신의 시야 앞뒤로 일행이 보이는 정도로 페이스를 조절하는것이 좋습니다(앞이 안보일정도로 느리게 혹은 뒤가 안보일 정도로 빠르게는 자제해주세요). 그렇게하면 만약의 경우에 대처하기가 용이합니다.
또한, 지리산은 엠티촌이 아닐 뿐더러 우리가 전세를 낸 곳은 더더욱 아닙니다. 물론 우리가 산행을 즐기는것이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사람이 적은 산길에서야 잘 모르겠지만 산장에서나 휴식처에서 너무 소란스럽게 하면 곤란하고, 특히 산장에서는 소등시간이후에 정숙, 기상시에도 큰 웅성거림 없이 조용히 행동하여야 할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인데, 간혹 맞은편에서 오시는 분들이나 뒤에서 빠른 페이스로 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적절히 길을 비켜드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말리는 회장도 없고 하니 약간은 길게 쓴다고 써봤는데, 막상 쓰는 도중에 무언가 중요한 얘기를 까먹은듯한 느낌도 듭니다. 뭐, 2차모임때까지는 기억이 나겠지요. 그럼 이제 일주일도 남지않은 즐거운, 즐거울, 즐거워야할 전훈을 기약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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