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회로 헤는 밤 |
185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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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38기 늠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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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1 - 등록 |
전류가 지나가는 회로도에는
신호로 가득 차 있음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신호 속의 회로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트랜지스터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회로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마감 시간이 오는 까닭이요.
다음 시험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수업 종강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회로 하나에 추억과
회로 하나에 사랑과
회로 하나에 쓸쓸함과
회로 하나에 삽질과
회로 하나에 공식과
회로 하나에 교수님, 교수님,
교수님, 나는 소자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수업시간에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밀러, 보데, 나이키스트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다운 시켜버린 친구들의 이름과, 같이 숙제를 가르쳐 주던
이웃들의 이름과, 콘덴서, BJT, FET, 저항, 전압, 전류,
Adel S. Sedra, Kenneth C. Smith 이런 저자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종강이 아슬히 멀듯이,
교수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교수실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회로들이 내린 시험지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다른시험지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삽질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종강이 지나고 나의 수업에도 방학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성적표 위에도
자랑처럼 에이풀이 무성할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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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것만 올려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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