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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다녀왔습니다. |
789 - 조회 |
42기 김민지입니다.
27일에 있었던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화현회3人중 한 명, 방금 귀가하여 실로 사흘만에 샤워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유치장에서 거의 48시간을 꼬박 채워 앉아있으면서, 나가면 화현회 홈페이지에 무슨 글을 쓸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잠시 훑어 보니 그때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들이 유치하기 짝이없는 감상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는 와중에 침묵하고 있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닐듯 하여, 사건의 정황이나마 간략하게 설명드리려 합니다.
27일 저녁에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가 끝난 것은 저녁 9시 30분경이었습니다. 모여있던 시민들은 자연스레 가두행진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고, 시민들은 명동 일대의 도로를 8차선이 넘게 점거하며 가두 행진을 벌였습니다. 그 때는 이 시위대가 광화문으로 진행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목적지가 딱히 없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명동 일대의 넓은 차도를 돌아다니던 시위대는 경찰의 도로봉쇄에 막혀 명동성당쪽 골목(?어쨌든 차가 다니지 않는 명동 상가거리)으로 진입했습니다. 밀리오레 근처로 나가려했으나 그쪽 역시 경찰에게 막혀 있었고, 그 곳에서 시위에 참가했던 많은 시민들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맘때쯤 가두 행진을 지휘하던 봉고차가 어느새 사라지고 각종 유언비어들이 난무하더군요. 한국은행 앞에서 모여 있다더라, 서울역까지 선두가 갔다더라, 여기서 뭉쳐있는게 최고다, 등등.
저(희)는 청계광장쪽으로 다시 가보자 하고 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가는 길에 시청앞 프라자 호텔 근처에서 마침 그쪽으로 오던 작은 무리의 시위대를 만났는데 호텔 앞 인도에서 순간 경찰들이 시위대를 포위하였고, 그 와중에서 몸싸움도 벌어졌습니다. 저도 시위대 가장자리에 얼떨결에 끼였는데 경찰들이 하도 미는통에 화단에 엎어졌는데 멍이 시퍼렇게 들었네요. 특정 지도부가 없는 이번 시위의 특성상, 포위된 시위대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몇몇 목소리 큰 개인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와중, 어찌어찌 도로점거 안하고 인도 이용하여 청계광장까지 간 후 해산하겠다는 의견이 전달되어 경찰들은 길을 터 주었습니다.
그렇게 프라자호텔 앞에서 풀려나온 시민들은 길을 건너기 위해 시청앞 광장까지 걸어갔는데, 길을 터 주었던 경찰이 돌연 다시 시위대를 포위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길을 왜 다시 막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잠깐 아차하는 사이 몇십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경찰이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더라구요. 어쨌든 포위당한 사람들은 해산하고 있던 중이었음을 재차 알렸으나 이는 묵살되었고, 곧 경찰 고위간부로 보이는 사람의 안내방송을 통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연행될 것을 통지받았습니다.
각종 언론에서 보도된 "자진 연행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이 때 찍힌 장면인데, 개인적으로는 자진 연행이라는 단어 선택이 과연 정확한지는 모르겠네요. 그 경찰 고위간부가 연행할 것을 통지하면서 시위대 안에 있는 기자들은 밖으로 나오라고 하더라구요. 시민과 기자들은 나간다음에 방패로 찍어서 연행할거냐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저도 인터뷰하고 있던 오마이뉴스 기자 붙들고 "가지마세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의 언론이잖아요~"하고 징징거렸죠. 그리고서 일부 목소리 크신 분들이 기왕 연행할거면 그냥 폭력쓰지말라고, 사람들 안 다치게 데려가라고 주장해서, 물리적 충돌없이 다들 조용히 제 발로 소위 닭장차로 걸어 들어간 것이지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11329&PAGE_CD=S0200
에 그 기자가 쓴 기사가 올라와있네용 잘 찾아보시면 친숙한 이름을 발견하실듯...)
그리하여 28일 00시 30분경 경찰차에 올라타서 새벽 1시 쯤 서울시 북쪽 어딘가의 종암 경찰서에 도착했습니다. 2시가 넘어서 조서 작성하기 시작했고, 조서 작성한 후에도 한참이나 기다려서 거의 여섯시가 가까워서야 유치장에 들어갔네요. 말로만 듣던 감시와 처벌에 유용하다는 원형감옥...이었고요, 밤샘조사 받아서인지 첫째날에는 낮에도 이불 안 빼앗고 잘수 있게 해주더라구요. 낮에 면회오신분들 얼굴 보고 이야기도 했구요, 넣어주신 사식/간식 맛있게 잘 먹었어요. 다음 아고라에서도 사식/간식 한끼 제공했고, 민변도 다녀갔어요. 저녁에는 경찰측에서 채증한 사진자료 보면서 한번 더 조사받고 유치장에 재입감 되었습니다. 둘째날은 하염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는데 그 덕분에 태백산맥 3권까지 독파했네요. 10시경 석방되었고, 집에 무사히 돌아와서 이처럼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아이고, 있었던 일만 쓴다고 썼는데 꽤 길어졌네요.
바쁜 시간 쪼개서 면회 와 주시거나, 그렇지 않으셨더라도 마음으로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 정말 감사드리고, 괜히 걱정 끼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유치장에서 이틀동안 먹고자기만 한 탓에 소화가 잘 안되는것 빼고는 아무탈 없으니 염려마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경찰에서 조서 작성하면서 집회에 참가하게 된 경위에 대한 질문에, 저는 그냥 사람들이 말하는 집회가 어떤건지 궁금해서 한 번 가봤다고 답했습니다. 어찌보면 궁색한 변명같기도 하지만, 이게 내 밥상을 지키려고 하는 소시민적 발상에서 나온 것인지, 도로를 점거하고 하는 불법 집회이기에 응당 처벌받아야 하는 것인지, 정부에서 줄창 주장하는 배후를 선동하는 세력가가 혹시라도 있는건지, 실제로도 궁금한게 많았는데 미처 답을 찾기도 전에 정신없이 연행되었네요.
어쨌든 지금 이순간에도 두꺼운 방패에 찍힐 것을 감수하고, 연행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뛰쳐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그렇게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모순 투성이의 정치 상황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가 적어도 인식은 하고 있어야 할 냉정한 현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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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나와서 다행이구나.
답은 계속 생각해서 찾아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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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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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무사했다니 무엇보다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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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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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별일 없다니 다행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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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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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사히 나오신 것만으로도 한숨돌렸네요...다른 사람들은 괜찮을련지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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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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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고했다.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길... 기사보고 생각난건데... 경찰의 폭력적 진압과 그의 근거가 되는 집시법은 예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 같다. 이 기회에 집시법도 좀 개정되었으면 좋겠다. 몸소 느꼈겠지만 불법이 곧 부정의는 아니니까. 그리고 부정의를 판단할 권리는 정부와 경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있다는 것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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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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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전이랑은 달리 집회의 형태가 점점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재밌는 현상이다. 조직적인 대응은 부족하지만 그대신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화와 정치의 융합, 권위에 대한 저항, 프롤레타리아 혁명과는 다른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목적성 등의 면에서 마치 유럽의 68혁명의 정신이 생각난다.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빠르게 변해가는 게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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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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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많았네.. 별일 없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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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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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에 태백산맥이 비치되어 있던건가....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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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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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이 부끄럽고 집회 참석했던 화현인들이 자랑스럽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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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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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고생했다.
요즘은 내가 살고 있는 학교 그리고 집이 조용하고 평화롭다는 데에서 위화감을 느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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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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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어요 ! 오늘 룸에서의 3시간 ㅠ 참.... 어그레시브를 온몸으로 느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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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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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무사히 나와서 다행..ㅋㅋ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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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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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봤다 별일이 다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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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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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걱정했는데 어제 튼튼한 문자 받고 안심되었다. -_- 전기고문을 이겨내고 오다니! 히히.
민지 파이팅.-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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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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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고문때문인지 좀 수척해졌더라... 디비씨함더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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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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