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2010 전훈후기
드디어 출발하는 날입니다.
하루 일찍 올라온 성식이랑 함께 아침부터 일찍 방을 나섭니다.
하도 다녔더니 짐 싸는게 힘들지도 않습니다. 최적화된, 무게를 줄이는데 집중한 가방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카메라를 집어 듭니다. 가볍게 느껴집니다. 성식이가 돌아봅니다.
‘안된다고~ㅋㅋㅋ’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고생 좀 하더라도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그렇겠지?ㅋㅋㅋㅋ 카메라 들고 가면 후회하겠지?ㅋㅋ’
하고는 가방에 집어넣습니다.
전훈가는 날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땐 항상 큰 가방 맨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1학년 여름전훈, 숟가락이 없어 고민하다 기숙사 식당에서 수저를 ‘빌리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수저는 이번 전훈도 함께 갑니다.
서울 날씨는 흐립니다. 일기예보에서는 올라가는 날은 구름 조금, 내려오는 날은 비가 올 거라고 합니다. 차라리 내려오는 날 비가 오니 샤워하고 좋겠네 하고 위안해 봅니다.
조금 일찍 도착했나 봅니다. 4명의 신입생이 보이고, 집행부들은 짐 옮기러 갔는지, 가방만 놓여 있습니다. 아 진규도 왔습니다. ‘웬일이지=_=’ 수원에서 올라왔는데, 시간계산을 잘못했답니다;; 안면도 없는 아이들과 있는 것이 서먹해 아이스크림이나 사주려 매점 다녀왔는데, 열명은 넘어 보입니다. 요즘 신입생은 부지런한가 봅니다. 출발시간이 30분 넘게 남았는데.... 하는 수 없이 처음에 있던 아이들만 찾아서 줬더니 고맙다 합니다. 이제는 이름도 알겠군요. 다은이, 관호, 원익이....? 아, 다 기억나진 않네요ㅠ 미안하다ㅠㅠ
이제는 익숙해진 사조 아저씨 또 오셨습니다. 회장, 전 회장이랑 얘기도 나누시고, 인솔교사 포스를 풍깁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못 가게 된 재희형, 준영이도 배웅을 나왔습니다. 아쉬워하는 마음도 보이고, 잘 다녀오라는 덕담도 고맙습니다. 아직도 전훈가는 40기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이젠 4명밖에 안된다는게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합니다. 재희형은 휴가까지 내고 다녀오려고 계획했지만, 무릎이 좋지 않아 못 가게 되어 더 아쉽습니다.
헉, 무열이가 제시간에 도착했네요. 아침부터 깨우려고 진규가 연락했는데, 역시 고학번이 되니 다른 모습을 보이나 봅니다. 그럼 이제 출발....은 아니고.... 항상 늦는 친구는 있기 마련이죠ㅋㅋ
이제 출발합니다. 재희형은 아무래도 아쉬운 눈치입니다. 오후에 연락 하겠답니다. 바람만 좀.. 아니 가만 냅둬도 올 것 같습니다.ㅋㅋㅋ
청학동을 향하는 버스에서 자기소개를 합니다. 이번 문화부장은 참 재미있는 아이 같군요. 그래도 대장인데, 이번 전훈의 목표는 후배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입니다. 68명만 외우면 됩니다. 벌써 한명은 알았습니다. 호빵맨^^ 자기소개 하는 것을 오랜만에 유심히 지켜봅니다. 성준입니다. 성민입니다. 성준입니다. 성욱입니다. 성준입니다. 아 포기해야겠습니다.ㅠㅠ
재희형에게 문자가 옵니다. 막상 가려니 무릎이 시큰하답니다ㅋㅋㅋ
‘옷 싸고나니 쌀게 없는게 정상이냐?’
역시 전훈 많이 간 티가 납니다.
‘숟가락만 들고 오세요ㅋㅋㅋ’
청학동 가는 동안 비가 쏟아졌다 흐렸다 반복합니다. 파란하늘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번에는 고학번이 별로 많지 않아 4학년까지 전부 조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조장이었던 친구들이 벌써 4학년이 되고, 아직까지 전훈에 참가하고, 조장을 한다니 괜히 혼자 뿌듯합니다. 전 전지훈련만 집중하는 화현인이니까요^^
이번 숙소 명심서당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좋습니다. 처음에 쌍계사 출발이라고 잘못 전달해서, 답사를 그쪽으로 가는 도중에야 청학동으로 변경해서 미안했는데, 그래도 좋은 민박집 잡은 것이 대견합니다.
1조는 대웅이가 조장이군요. 집행부 분이와 세현이, 신입생 탁성준, 숙경이, 원웅이까지. 귀여운 세현이는 예비모임 때 조교로 활약해준 기억이 나네요. 분이는 작년 설악산도 갔다 왔다는데, 미안하게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장할 때는 왜인지 우리 조만 신경 쓰게 돼서 말이죠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다른 조 조장들도 만나보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진행을 돕습니다. 다시 보는 고학번들이 반갑습니다.
내일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 만들고, 저녁도 먹고 조금 일찍 9시쯤 잠자리에 듭니다. 지난번 청학동 코스를 오를 때 시간이 촉박했던 기억에 불안해서요. 마침 재희형은 9시쯤 도착한다니, 취침시켜놓고 조장 모임을 하려고 합니다.
흐렸던 날씨가 조금씩 갰는지, 밤하늘 별이 가득합니다.
별똥별도 떨어집니다. 재원이가 몸이 좋지 않아 아버님께서 데리러 오시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바다에서 보기로 하고 배웅합니다.
조장님들과 간단히 내일 산행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번 전훈의 목표를 간단히 설명하고 부탁합니다. 처음 조장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여럿 있는 동기가 의지가 되어 참 좋습니다. 경험 많은 재희형도 늦게나마 와준 것이 고맙습니다. 하지만...
버스비+택시비+전훈비=전훈비x2 ㅠㅠ
약간의 담소 끝에 조장 모임을 끝내고 조장들도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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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에유 내새끼들..... 이불도 안덮고 자나…. 내새끼들 안춥나... 에구구구구…‘
어디선가 탄식이 들려옵니다. 옆방이 주인 할머니 방이었나 봅니다. 갑자기 조용해서 살짝 나와보셨나 봅니다. 깜짝 놀라서 달려가는데,,
슥슥~(무열이다리) 토닥토닥(옆에있던 누군가의 엉덩이) 지못미ㅠ
더워서 이불 없어도 괜찮다고 말씀 드리고, 다시 잠자리에 듭니다.
헉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여기저기 헤메이다 화장실 앞에 공터를 발견했습니다. 이불이 없어도 등이라도 붙여봅니다. 그래도 대장인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지요. 애들이 화장실 앞에 쭈구리고 누워 자는 모습 발견하기 전에 일찍 일어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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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벌떡 누군가가 일어납니다. 옆에 있던 아이랑 소근대는 소리도 들립니다. 안자고 뭐하나 살짝 짜증도 났지만 그냥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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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조 기상시간은 30분이나 남았는데 핸드폰 알람소리가 울립니다. 한두개가 아닙니다. 씻으러 화장실 가는 사람, 짐 챙기는 소리, 옷 갈아입는 소리, 밥하려고 코펠 버너 딸그락거리는 소리..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그렇게 미리 챙겨놓고, 잘 때 남 방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새벽 비명소리의 근원을 찾아가 보니, 태환이 등에 두 군데나 주먹만한 크기로 껍질이 벗겨지고 부어있습니다. 따가워서 가방은 물론 옷도 못 입을 것처럼 보입니다.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첫 부상자 발생이군요. 소독약 바르고 거즈를 댄 후 압박붕대로 가슴의 절반이나 둘둘 감아버렸습니다. 상처가 아프지 않아도 이 친구는 더위와 땀 때문에 힘들 것 같습니다.ㅠ 다음 메딕은 반창고(테이프)도 꼭 챙기길…
허둥지둥 밥도 먹고, 훈장님께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편안히 쉬다 간다는 감사 말씀 전하는 사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갑니다. 아무래도 산장에서도 오늘 아침 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약간의 질책도 합니다.
아.. 체조 해야 되는데 이거 생각보다 부끄럽네요. 포스코 헬스장 준비운동과 수영장 준비운동을 섞어서 해야겠습니다. 구령을 붙이니 생각보다 이상하네요 *-_-*
기념촬영도 하고 드디어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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