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꼭 그런 선배들이 있었다.
"정말? 니들 정말 이대로 공연 할 거니?"
평소 연습할 땐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막바지 총연습일 때 꼭 나타나서 트집 잡으며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 선배들!
이제 와서 어쩌라구요.
이제 정말 공연 날이 코앞인데
지금까지 짜놓는 것들 연습하기도 벅차다구요.
그런 말들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선배라서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그저 뒤에서 투덜투덜 했던 기억.
"됐어, 선배들 그러는 게 하루이틀이야?
신경 쓰지 말구 일단 하던 대로 열심히 하자."
우린 그렇게 항상 선배들의 잔소리를 못 들은 척
이젠 어쩔 수 없다,
우린 나름 최선을 다했다며, 흘려듣곤 했던 것 같은데.
그 해
그 선배만은
집요하게 우리를 괴롭혔다.
"정말 니들, 최선을 다한 거 맞아?
그냥 나름, 최선을 다한 건 아니구?"
그리곤 매일 연습에 와선
이건 바꿔라, 이건 고쳐라, 이 정도 연습으로 되겠니?
이미 짜놓은 공연 레퍼토리까지 모두 뒤집으며 우릴 괴롭혔던 선배.
'아니 고작 대학 동아리 공연을 이렇게까지 해야 돼?'
한 두 학번 선배만 됐어도 벌써 대들었을 것 같은데
나이도 한참 많은 그 선배 때문에
모두들 입이 한 자나 나와 괴로워하며 연습했던 기억.
근데 그 해 공연을 마쳤을 때
그 전과는 다른 묘한 충만함이 우리 마음에 찾아왔다.
우리가 정말 뭔갈 해낸 것만 같은 기분.
나름의 최선이 아닌
진짜 젖 먹던 힘까지 다 쥐어짜낸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이뤄낸 것만 같은 기분.
그리고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은
진짜 최선을 다한 것관 전혀 다른 거였던 거다.
그래서 뒤늦게야
그 선배에게 조금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런 생각에 우린 곧잘 무시하곤 하니까.
고마운 채찍질까지도.
그냥 트집, 그냥 잔소리라고만 생각하면서.
- SBS Power FM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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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인데
끝나기 전에 항상 이런 짤막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떤 하루]라는 코너가 있어요.
어느날 문득 이런 얘기를 하길래 옛생각이 나서 게시판에 올려봅니다.
제가 어릴 때 무섭게 코멘트 하셨던 선배님들도 생각이 나고
언젠가부터 똑같이(어쩌면 더?) 하고 있는 저의 모습도 떠오르고..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지만
위 사연은 꽤 설득력 있네요.
앞으로 코멘트를 더 알차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ㅋㅋ
다들 기타 열심히 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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