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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제목 : 내 생애 가장 황당한 일 (ㅜㅜ) |
1,083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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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김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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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3 - 등록 |
=== 사실 98% + 허구 2% == (허구 2% 는 조기에 찾아온 치매 탓임... ㅡㅡ;;)
간만에 선을 봤다.. 참내..
것두 효도 차원에서..
(것두 안 나가봐... 울 오마니 등살에 내가 살아남을 수 있나...)
비가 무쟈게 오더라구..
오마니 미안한 맘이 드셨던지..
오마니 : 전화해서 담으로 미룰까?
나 : 몰 귀찮게 그래... 그냥 나가서 보지 모..
오마니 : 그럴래? (아마노 내심.. 저 가시나가 왠일.. ? 하셨을 것 같으....)
나가기 직전
오마니 : 전번에 그 파란색 옷 입고 가라.
나 : (으이그.. 이 나이에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한단 말이야.. ㅠ.ㅠ)
어떻게 했게? 실은 오마니가 입고 가란 그 옷 입고 갈라고 그랬는데
싹 갈아 입고 나갔잖아.. 것두 몇 년만에 꺼내 입은 미니 스커트로..
sexy mode....
세상에나.. 이런 미니를 전에는 어케 입고 다녔을까..
망측해라.. 사람들이 죄다 내 다리만 보는 것 같아서 민망해 죽을 뻔 했다.
약속시간 7시 장소 프라자 호텔 커피숍.
시간에 맞춰 나갔지.. 초면에 지각할 수 없으니까..
호텔에 도착해 보니.. 글쎄.. 1층에 커피숍이 없네....
보통은 1층에 커피숍인데.. 이는 커피숍의 탈을 쓴 bar네...
그래서 잠시 고민고민...
여기 저기 둘러보니.. 조만큼 안내판이 있네
오라 커피 솝이 2층이구나..
2층 커피숍에 들어가니.. 바로 입구 앞에 훤칠하게 생긴 미남형의 혼자 있는 남.
(외모 준수라는 사전 정보 있었음..)
나 : 혹시.. 이xx 아니세요?
미남 : 네
나 : 네.. 안 늦었나 몰라요.. 늦을까봐 중간에 지하철로 갈아탔는데.. (음.. 내가 맘에 안 드는 것은 아니군..)
미남 : 네.. 그런데 운전하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나 : (엥? 왠 운전?) 면허도 없는데 운전을 어떻게 해요..?
미남 : 차가지고 오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나 : (왠 사오정? ) 아니오.. 지하철 갈아타고 왔다구요..
미남 : 아 네.. 어떤 차 드실래요..
나 : (과일 주스가 없네...) 홍차요.
미남 : 사실.. 사전에 아무 이야기도 들은 것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나 : 네 저두요..
미남 : 그럼 간단하게 자기 소개부터 하죠..저부터 할까요?
나 : (ㅡㅡ; 완존히 채팅 모드네..) 네..
미남 : 나이는 44세..
나 : (오잉.. 41이라고 들었는데... )
미남 : 저는 매너를 가르칩니다.
나 : (어쩐지.. 멀쑥하다 했네..)
미남 : 성격은 활달하고 적극적이고 명랑한 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홍보일도 맡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교는... 모 그게 뭐 중요합니까.. 어쩌구 저쩌구...
나 : ( 그래서 좋은 학교 나와서 안 중요하다는 거야 아님 그 반대라는 거야..)
미남 : xx에 30평대 아파트도 있고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조카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나 : (선보러 나와서 자기 재산 목록까지 다 이야기 하는 사람은 첨이다.. 별걸 다 밝히네..)
미남 : 아이는 없구요.
나 : (엥? 왠 아이? 재혼이라는 소리네.. 허걱.. 오마니도 알고 있던 사실일까?.. 이제는 이런 자리도 내게 오는 구나.. 모.. 재혼이 무신 상관이람..)
미남 : 키는 175에 몸무게 74
나 : (진짜.. 별걸 다 말하네.. 말 안해도 안다.. 내가 뭘로 먹고 사는데.. ) 그럼 제 소개할까요?
저는 xx 살이구요.. 아직도 저는 제 나이에 적응이 안 되요.. 직업은 병원 영양사이구요.. 성격은..
종잡을 수 없는 편이예요.. 저는 겉에서 보는 것과 진짜 저와 많이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잘 몰라요..
미남 : 아 네.. 그런데 아이는?
나 : (아이가 뭐 궁금해.. 참내원..) 아이요? 결혼한 적이 없는데 있을 리가 있나요..
.... 그리고 무신 말들이 몇 마디 오간것 같은데 잘 기억 안나지....
미남 :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 네?
미남 :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 말하기 어렵죠. 사랑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개념인데 어떻게 설명을 하나요?
미남 : 아니.. 그런거 아니더라도 사랑이라는 거 있잖아요.
나 : 아니.. 그 사랑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의미가 다 다르고
지금 말씀하신 분이 무엇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시는 것인지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설명하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 말빨로 쉽게 안 지지.. ㅠ.ㅠ..)
미남 : 그런데 왜 여태 결혼을 안 하셨나요?
나 : 음...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남들이 쉽게 이해하는 이유로는
눈이 눈썹위에 붙어 있어서요.
미남 : 그럼 저한테도 그렇게 말씀하실 건가요.
나 : (참내.. 그럼 오늘 처음 만났는 데 뭘 바라는 거야.. 매너남 맞아?) 아니..
학교다닐 때는 결혼에 뜻이 없었고..
결혼을 생각할 때 쯤 되서는 바빠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구
그리구 지금은 결혼을 전제로 사람을 만나긴 모한데
그렇다고 어디선가 모임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네요..
미남 : (황당해 보였다..) 그럼 오늘 이 자리는 왜 나오셨나요?
나 : 오마니가 하도 뭐라 하셔서 이거라도 안 하면 엄청 모라 하시거든요..
미남 : (황당x2 으로 보였다.) 그럼 어머니 때문에 나오셨다는 건가요?
나 : (쬐매 미안하네...) 네..
미남 : 그럼 제가 여기에 이렇게 있을 이유가 없네요.
차 마저 마시고 헤어지죠.
나 : (나도 황당.. 정말 매너남 맞아..? 이렇게 사람을 무안하게 할 수가.. ) 그러죠..
나 : (아니다.. 내 잘못이지..이 시간 이 사람한테 귀한 시간인데 내가 오마니에게 잔소리 듣기 싫어 이용한 거잖아..) 죄송합니다.
미남 : ...
미남이 손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묻는 말
미남 : 그럼 행복 찾기에는 왜 나오셨나요?
나 : 네? 행복찾기라니요?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 저는 어머
니 아는 분 소개로 나온 걸로 아는데.. 중간에 뭐 다른 것이 또 있나요?
미남 : 아.. 중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구...
나 : (약간 기분이 나빠졌다.. 고객이 아니라 이거지.. )
미남 :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 : (세상에.. 상대방 이름도 모르고 나왔단 말이야?) 김xx 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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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남의 반응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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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 : 오늘 제가 만나기로 한 분이 아닌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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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아까 제가 이름 여쭈어 보았잖아요 . 이xx 씨 아니시냐구..
미남 : 저는 이xy 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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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세상에 이렇게 x 팔릴 수가......... 시상에 지 이름도 못 알아 듣는 인간도 있냐..) ......
미남 : ..... 이런 일도 있군요..
나 : ..... 그러게요.....
미남 : ...
나 : .... 차 잘마셨습니다.
나오기 전에 한 번 둘러봤는데 그 미남 말고는 혼자 앉아 있는 남은 없었다.
너무 챙피해서 그 coffe shop 에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지... 무슨 낯짝으로..
나와서 만나기로 한 인간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잖아.. 왠 여자가 하는 말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
이 판국에 전원을 내려 놓구 있음 어케 하라구...
오마니에게 전화 했지.
나 : 엄마.. 그 사람 안 왔어. 전화도 안 받구. 전화도 안 하구
오마니 : 니가 어케 생각할 지 몰라 전화번호 안 가르쳐 줬다. 가만히 있어 봐. 내가 소개시켜 준 사람에게 전화해 볼게..
그 사이 나는 1층으로 나왔다
1층 bar 에서는 live 공연이 한창이다.
너무 기가막히고 기운이 빠져 잠시 들어가 앉아 있고 싶기도 했지만
문득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혼자 스테이크를 먹던 신영이 떠 올랐다.
그래.. 이 나이에는 혼자 스테이크 먹기도 호텔 바에서 맥주 한 잔 마시는 것도 쉽지 않구나..
여기서 기다리면서 2층 커피 숍에 메모를 남길까?
아이.. 올라면 벌써 왔지 20분이나 지났는데 인간이 연락 한 번 안 할까..
오마니 전화다..
오마니 : 연락이 안 되는데 가서 기다려..
나 : 싫어.. 엄한 사람이 긴 줄 알고 이야기 하다 나왔단 말이야.. 챙피해서 못 들어가.. 그러기에 그 인간은 왜 전원을 꺼 놔...
오마니 : 그럴 수 있지..
나 : 몰라.. 엄마 나 들어 갈래..
오마니 : 가서 다시 찾아봐
나 : 나오기 전에 봤는데 혼자 있는 남자는 없었어.
오마니 : 혼자 있는 사람만 보지 말구...
나 : 몰라.. 나 갈래.
오마니 : 잠시만 기다려 봐.
7시 30분이다.. 2층 커피 숍에 전화해서 이xx 를 찾아달라고 해본다.
당근 없다.. 나쁜 인간 같으니..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라도 할 것이지 그만큼의 융통성도 없냐..
다시 오마니 전화다
오마니 : 인연이 아닌가 보다. 들어와라. oo 시켜서 차 보내줘?
나: 됐어 엄마. 그냥 지하철 타고 갈게...
내 생애 가장 황당한 하루였다.
후일담>
만나기로 한 이xx 는 1층 bar 에서 나를 1시간 30분 기다렸단다.
마침 손전화 전원이 나가서 기다리다가 충전하느라고 명동 바닥을 헤맸단다.
2층에 가보기도 했다지만.. 그 때는 이미 나는 집으로 향한 후였다.
아마도
인연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지
인간이 정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이제 나는
효도용으로 선보러 나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시간.
상대방에게는 소중한 시간일 수도 있는데
내가 함부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오마니 구박을 헤쳐나갈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ㅠ.ㅠ..
p.s> 아직까지는 잘 헤쳐나가고 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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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슨 드라마 같다... 솔직히 첨엔 재밌으라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맨 끝에 그런데 공갈 뻥이었어.. 뭐 그런게 나오는거 아닌가 했는디... 뭔 이런 황당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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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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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만나기로 했던 이xx가 인연일 것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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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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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이가 아직 미혼이란 사실도 몰랐네. 후후후..... 우리 형같이 선을 백번도 더 보고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한두번씩 겪는 일이기도 한데, 어쨌건 오래 결혼 안 하고 있으니 겪는 일이잖아. 그러고 보니 원경이보다 정미라가 1년 선배일텐데, 아마 걔도 아직 미혼일 걸. 하긴...... 내 동기 고금란이도 아직 미혼인데, 뭘. 원경이 얼굴도 다 잊어버리겠다. 내 수제자였거늘...... 86년 여름 방학 때 내 하숙방에 윤정이랑 수박 사왔던 이후로 "수"박제자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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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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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언니, 저 혜영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연락도 못드리고 살았네요. 죄송, 꾸벅.
언니 경험담, 공감하고도 남아요. ㅋㅋㅋ. 전 오마니께 조금만 더 기다리시라고 멋진 사위감 데리고 올거라고 큰소리 치니까 구박 덜 하시던데요. 근데 그날 언니가 만났던 그 남자분이 만나기로 한 여자분은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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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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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간만에 들어오니 댓글이..
To 성희 오라버니 ; 미라 언니도 아적 결혼 안했단 말이져? 음음.. 어제 꿈에 소녕 언니 봤는데 소녕 언니는 모하고 살고 있으려남.. 수제자 얼굴 잊어 버림 안되죠.. 시간 되면 눈도장 찍으러 가야지..
To 혜영 ; 울 오마님한테 그런 이야기 했다간 얼렁 델구 오라구 들들 볶여 내가 몬산다.. 근데 난 결혼은 안했어도 결혼 10년차 권태기 겪는 아줌마 같다. 친구들 사는 거 보면서 왜 내가 권태스럽지? 에공공. 모 신나는 일 없을까? 한 번 놀러와.. 나는 이번 주 지나면 조금은 한가해질 것 같다.(혹 한 번 놀러 올 수 없는 곳에 사는 것은 아닐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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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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