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Total : 12069 , total-list : 604 |
|
Latest Comment |
|
|
| - 게시물제목 : 대장의 여름전훈 후기 3 |
428 - 조회 |
산행 마지막 날입니다.
네시에 일어납니다. 두려움을 안고 밖으로 날씨를 확인하러 갑니다. 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리질 않습니다.
무모하지만 지리산종주를 계획했고, 미친듯한 날씨를 뚫고 어느덧 종반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5.1km만 더 가면 되는데, 천왕봉에만 오르면 되는데, 이성과 감성이 싸움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천왕봉을 오를 수 있을까? 다 데려갈 수 있을까? 나는 갈 수 있을까?
고민끝에 일단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보려합니다. 아이들을 깨워서 밥을 먹입니다.
하늘은 무심하게도 점점 더 많은 비를 뿌립니다. 정말 이틀동안 쉬지도 않고 말입니다.
결국 천왕봉을 포기합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중산리로 바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너무나 아쉽습니다. 다시는 못갈지도 모르는 전훈, 지리산 종주, 꼭 완주하고 싶었는데.
이 아쉬움을 다음에 또 어떻게 달래야할지.. 화현회는 늘 미련투성이입니다.
시간을 또 벌었기에 아이들을 쉬게 합니다. 조장들도 로비에 누워 휴식을 취합니다.
이대로 끝이었다면 정말 아쉬웠었겠죠. 우리는 이제 끝판왕을 만나러 갑니다. 역사상 최고의 전훈을 만들어줄.
로비에 누워있는데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현 시각 부로 호우주의보가 내렸습니다. 입산이 통제됩니다. 거림방향으로 하산하여 주십시요"
출발 전전날 비를 걱정하여 지리산 사무소에 연락한 적이 있습니다.
사무소에선 입산 통제될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단, 호우주의보가 내리지만 않는다면.
바로 그 호우주의보가 우리에게 왔습니다. 세상에 이런 드라마같은 일이..
모든것은 하늘의 뜻이었습니다. 저희는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을 깨워 짐을 정리합니다. 이젠 쓰레기가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합니다.
각자의 물품, 비상식량 등을 체크하고 산행의 마지막을 위해 일어섭니다. 밖에 나오니 비가 얼굴을 때립니다.
역시나 판초를 입은 상태에서 준비운동을 합니다. 늘 제대로 몸을 풀어주지 못해 아이들이 힘들어한건 아닌지 맘이 아픕니다.
출발하기 전에 외쳐봅니다.
"화현회!" "네!" "화현회!!" "네!!"
그리고 묻습니다.
"재밌지?" "네!" 재밌지?!" "네!!"
한마디만 덧붙입니다.
"씩씩하게 가자!" "네!!!!!!!"
분명 아이들은 웃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하산을 시작합니다.
거림으로 내려가는 길은 다행히도 험하진 않습니다.
대장조의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내려갑니다.
등산로는 이미 물바다입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삼분의 일쯤 갔을 때, 아이들간에 격차가 나기 시작합니다. 엥? 생각보다 아이들은 멀쩡합니다. 역시 젊군요.
다시 1팀을 꾸립니다. 이번엔 우와 세근에게 맡기고, 저는 또 2팀을 끌고 갑니다. 무릎이 다시 신호를 보내옵니다.
거림방향은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있는데 계곡이 정말 장관입니다. 설악산에 온 기분입니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지리산 풍경을 본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어쩌면 우린 엄청난 행운아들일지도.
1팀과 거리가 급속도로 벌어졌지만, 3시간 코스라 열심히 내려가봅니다.
한시쯤 되었을까 거대한 바위 하나에 오르는 순간, 눈앞에 거림산장이 펼쳐집니다. 아이들도 환호성을 칩니다.
먼저 내려가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한명씩 하이파이브를 해줍니다.
드디어 스펙타클했던 여름전훈 산행의 끝입니다. 낙오자 없이, 다친 이 없이, 무사히 내려와준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거림에서 라면을 먹고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기분을 만끽합니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갑다, 버스야.
버스를 타고 두시간을 이동하여 드디어 바다에 도착합니다.
민박집은 처음 왔었던 육년전에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과거의 그곳에 있던 나와 다시 조우합니다.
바다에서의 이야기는 그냥 짧게 정리하다면,
우리 아이들은 바다체력을 남겨둔 것인지 바다첫날에도 밤새도록 노는 기염을 토했고,
대장조 수경이가 뛰어다니는 기적을 두눈으로 직접 보았으며,
리벤지가 기대되는 비치사커와,
여전히 즐거웠던 게임, 그리고 고기와 술.
인상깊었던 것은 아이들의 노골적인 애정질에 대한 관심? 피가 끓는 나이니까..
술자리에서 대장한마디 할 때 했던 얘기가 있습니다.
정신없이 살다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보니 언젠가부터 제 자신을 잃어버린거 같았습니다.
지난날에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다고 믿고싶)던 저를 찾고 싶어서 OB연주회와 전훈을 선택하게 된거죠.
이번에 연주회를 하고 전훈을 가게 되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는 그시절 화현회 한켠에 있었던, 40기 김준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게 어떤 모습이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도 막상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전훈이라는 형식뿐만 아니라 그속에 함께한 사람들 덕분입니다.
변함없이 제 위를 지켜주시는 랑씨, 이젠 OB지만 내겐 동생같은 후배조장들, 그리고 새로운 인연들까지.
20대에 충실했던 것이 뭐냐 묻는다면 화현회했던 것 밖에 없어서 때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이젠 그 기억들이 어느 누구도 갖기 힘든 소중한 추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장 열정적이었을 때의 나를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힘든 세상 잘 헤쳐나가보려구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열심히 하세요.
연주회를 망쳤다거나, 고백을 했다가 차였다거나, 사귀다 깨졌다거나, 여러가지 후회할 일이 있을 수 있죠.
근데 중요한 건 그 어느때보다 순수하게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이 지금이라는 겁니다.
그건 절대 후회되지 않아요.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거 아녜요. 비오는 지리산 종주 해본 사람 얼마나 될까요?
모두들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 많이 만들길 바래요.
이상 전훈을 통해 에너지 가득 충전받은 대장의 후기였습니다.
제게 에너지를 보내준, 이번 전훈을 함께한 56명의 화현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애프터에서 만나요!
|
|
|
 |
|
|
저도 몇년후가 될진 모르겠지만 대장을 한번 해봐야겠네요. 눈물날거 같아요
|
2012/08/18
|
|
|
후기 너무 잘읽었어요!! 저도 어쩔 수 없는 상황때문에 회현회와 잠시떨어져있다가 간만에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 너무 행복했어요!! 저희 잘 이끌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_<!!
|
2012/08/18
|
|
|
대장님이라 글도 잘쓰시는군요..
|
2012/08/19
|
|
|
우오오옹!!대장님ㅜㅜ 고생많으셨습니다ㅜㅜ대장조라니ㅜㅜ엉엉엉
|
2012/08/19
|
|
|
대장님 넘 감사했어요!! ㅋㅋㅋ 바다에선 정말 체력이 다시 생기는 기분이었죠 ㅋㅋㅋ
|
2012/08/20
|
|
|
대장님이 둘쨋날 후발대에서도 씩씩하게만 가자는 얘기, 다음날 아침에도 그 말 듣고 힘이 나서 다시 마음 가다듬고 내려간거같아요 ! 감사했습니다 !!
|
2012/08/20
|
|
|
종주 재밌었어요ㅋㅋ 다음 기회에 저 없을 때 한 번 더!!!!
|
2012/08/20
|
|
|
모두들 내가 고맙다니까! ㅎㅎ 상휘야 갈꺼면 같이 가야지?
|
2012/08/20
|
|
|
2009년 전훈 가면서 40기들이 앞으로 5년은 해먹을거라는 얘기를 했었지ㅎㅎㅎ
힘들었겠지만, 재밌었겠구나. 수고했다. 대장!
화현회에서 꼭 해볼만한 것중에 지휘자 다음을 뽑는다면 전훈대장이지ㅋ
나도 전훈이 가고싶네. OB 전훈이나 한번 기획해볼까?ㅋ
|
2012/08/20
|
|
|
앞으로 2년은 더 해먹어야겠네요 ㅋㅋㅋ 허나 형님 참으세요~ 젊은 기운 없이는 무리데스요 ㅠㅠㅋ
|
2012/08/20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