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화현회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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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3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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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4 - 등록 |
이제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기타도 다시 제대로 치려고 하고, 정리가 좀 되어가나 싶다가도..
가끔씩 책을 보다가도, 칠판을 보다가도 연주의 순간이 눈앞에 머릿속에 스쳐간다. 연주회의 후유증은 언제까지 갈지.
정기합주의 지휘를 하기로 결정하고, 선곡을 시작한건 기말고사기간이었던 6월 10일쯤이었다. 당시에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낙소스에서 곡들을 들으면서 좋다 싶은 것들을 노트에 적었었는데,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가도록 필이 꽃히는 곡이 없었다. 게다가 6월 15일부터는 낙소스가 유료화되는 바람에 곡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언젠가 리허설 때 선곡을 언제했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날짜를 얘기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유료화가 된 후에도 앞부분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앞부분만 들으면서 선곡을 계속 하던 중, 현이형이 한 곡을 추천했다. 집으로 와서, 사이트에 들어가 곡을 들었을 때, 앞부분밖에 듣지 못했는데도, 좋다! 왜 못듣고 지나쳤었지.. 하고 필이 꽃혔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전곡을 들었을 때는, 뒷부분의 엄청난 속도와 타악기의 등장때문에 과연 괜찮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지만 곡의 선율이나 구성이 좋고, 느낌이 좋아서 이것저것 별로 따져보지도 않고 바로 선곡을 해버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합주단이 능력이 좋고 잘해줘서 그렇지, 이곡을 고른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합주단원들이 정말 고맙다.(물론 고마운건 이것만이 아니예요..^^)
편곡에서부터 참 힘들었다. 발대식전에 끝내서 악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거의 2주를 했는데, 파트 수를 5개로 해서 반쯤 편곡을 하던 중, 이건 안되겠다 싶어 파트하나를 늘려서 다시 하느라고 편곡이 늦어졌다. 그래서 연습초기에 합주연습끝나고 편곡하고, 다시 연습하고 편곡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뒷부분은 연습 때마다 조금씩 악보를 나누어 줬는데, 양탄자 부분은 프린트가 크게 되는 바람에 단원들이 악보보는 데 고생하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연습 다섯번 반 만에 운지보는 것을 끝냈다. 다들 운지를 잘 봐오는 편이었고, 곡이 처음과 끝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구조여서 빨리 끝났다고 생각한다.(초견으로 다 했다는 사람도 있다.-_-+) 이제 막대기로 박을 치면서 연습하지 않아도 되는군. 하루라도 빨리 지휘봉을 들고 휘저어 보고 싶었고, 결국에는 지휘하면서 연주하는 게 목적이니까 다음 연습부터 바로 지휘를 하면서 연습에 들어갔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연습 또 연습이었다. 30번의 연습 중에서 운지보는 것을 다섯 번만에 끝냈으니, 연습이 거듭되고 다들 어느 정도 손가락이 돌아갈 즈음에는, 한 곡을 더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선배들의 조언을 좀 듣고, 곡을 더 많이 듣고 분석하면서 연습할 거리가 정말 많고 이곡 한 곡만 하기에도 벅차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연습준비에 소홀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하루는 연습, 다음날 곡 분석, 연습준비. 가끔씩은 술먹고 놀다가 부랴부랴 연습준비를 한 날도 꽤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대부분 그렇겠지만 마지막 연습이다. 스케일 연습 후, 계속 완주...완주. 줄을 갈고 난 직후라 조율도 엉망이고, 그 날따라 몸도 좀 좋지 않아서 완주를 반복하니 약간 힘들었었다. 마지막 두번의 연주를 남기고 합주단 스무명이 소주 두병을 비웠다. 그리고..이젠 화현회 합주단의 전통이 되어 버린 어둠속의 연주. 빨간 불이 하나 켜진 전기 콘센트를 들고 지휘했다. 우리의 연주와 그 동안의 추억들만이 머릿 속에 맴돌고, 정말 감동이었다. 민정이가 연습끝나고 게시판에 썼던 말처럼 지나간 연습 한번한번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아쉬웠다.
연주회날, 우리의 연주가 끝나고 나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서 단원들에게 박수를 쳤다. 우리가 잘쳤는지 못쳤는지는 연주가 끝나고 나서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동안 수고하고 멋진 연주를 들려준 데 대해서 단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연주회는 끝났지만, 이번 연주회 후유증은 정말 오래갈 것 같다. 아마 평생 남지 않을까. 시간이 오래 지나더라도 함께했던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고 마음속에서 꺼내어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애프터 자리에서도 술마시느라 정신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못했다.
먼저 함께한 합주단원들..
재희,민정이,건우형,정훈이형, 민혜, 한울이, 준현이, 윤지, 현호, 종민이, -삼손
유진이, 해리, 서훈이, 유경이, 용근이, 정호, 재식이, 경미, 용수 -데릴라ㅋㅋ
정말 고맙습니다. 정합 애프터도 해야죠! 연주회 애프터 자리에서 전 정합 지휘자님과 44회랑 45회랑 같이할까? 했는데..언제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요! 경진,재현 필참^^ 보라도 필참ㅎㅎ 봄합까지같이하죠ㅎㅎ 46회랑 같이하게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합주 걱정하고 격려해주신 선배님들 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후배들 많이 돕겠습니다.
다시 원래 문체로 돌아가서;
연주회끝난지 5일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회상을 해보니, 정말 어제 일같다.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화현회가 좋다.
다음 합주도 화이팅이다. 더 재밌고 멋진 합주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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