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가 끝났다.
우리의 신합이 끝났다.
우린 전 신합이 되었다...
뭐 그렇다구요. 여름방학동안 연습해왔던 것들 연주회에서 펼쳐보이고 끝났다구요.
연주 금방이더라구요. 무대의 막이 올라가고, 관객들의 열기에 가슴이 콩닥거리고, 다시 휘자형의 지휘봉에
집중하고, 완주하고, 인사하고, 무대를 내려오고.
사실 연주가 끝나고 무대 뒤로 갈 때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아무 생각이 안 났다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혼란
스러웠죠. 지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니면... 그런데 울 일은 아니었죠. 나 자신도 만족스러운 연주는
아니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만큼 연주했고, 여러 신합단원들의 음도 저에게는 거의 하나가 되어 들렸으니까.
어쨌든 서로서로를 축하해주고, 그렇게 저는 친구들이 있는 곳에 가서 자랑스레 우리 화현회에 대해 얘기해주었
죠. 그러고 연주회는 완전히 끝이 나고, 정리하고, 애프터를 갔죠. 애프터에서 한 4~5시쯤 나와서 인석이형 방에
갔다가 한 숨 자고 집으로 돌아왔죠.
근데 집에 돌아와서 연주회 때 겨우 구한 팜플렛을 보는데(미리 챙겨두지 않아서~ ㅋ) 왜 연주회가 아직 시작도
안한 느낌이 들까요? 분명 끝났는데. 리허설 때 긴장해서 손에서 나던 땀도 연주회때만큼은 신기하게도 별로
안 나서 연주회 깔끔하고 자랑스럽게 끝냈는데 왜 마음 속에서는 내가 룸에 앉아서 친구들이랑 얘기하
고, 연습하고, 허리 아프다고 투덜대는 모습이 보일까요? 정말 기분이 이상했어요. 진짜 미련, 아니 여운이란
것이 남아있어서 그런 걸까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쌓여 있는 숙제도 하고 레포트도 쓰고 그러고 있는데,
손가락은 양과 가보트를 치는 듯한 느낌이 아직도 정말 아직도 가시지 않네요. 이제 칠 일이 거의 없을텐데.
'김영찬 선배'라는 사람이 문자로 자기가 지휘자라고 면담한다고 문자보낸 때가 지금도 생각나는데, 그리고 면담
때 형 처음에 보고 웃어버린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형도 전 신합 지휘자가 되었네요... 그때 반음스케일조차 안
배운 저에게 무슨 파트하고 싶냐고 물어서 왠지 간지나는 퍼스트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형은 장난스럽게 '하고
싶다고 되는게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다'고 했었죠. ㅋㅋㅋ 근데 왜 저를 뽑았는지. 처음에는 좋았죠.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어쩌구저쩌구~ 하지만 운지를 보자마자 나오는 건 한숨 뿐이었어요. 피아노를 한 3년 정도 배웠
어도 제대로 된 곡 하나 외운 적이 없는데, 기타 프렛 위치까지 정확히 외워서 버징이 안 나게 친다는 건 상상도
못했죠. 뭐, 가보트 보고는 한동안 악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는. ㅋ 그래도 신합한다고 했고, 얼떨결에 퍼스트
도 내 자신이 한다고 했으니까 하소연할 수도 없고, 그저 연습. 합주 초기에는 제가 생각해도 정말 손톤에 무관심
해서 기타줄에 손이 걸려 박자도 잘 안 맞고, 하이포지션 많은 파트인데 음색도 안 좋고, 소리도 작고... 퍼스트는
퍼스트대로 서로 잘 맞지도 않고, 연습 많이 해도 그닥 표시도 안나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신합하면서 가장
힘들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무엇보다도 다른 파트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괜히 퍼스트 맞춘다고 다른 분들은
가만히 있어야 되고... 퍼스트란 사실자체가 싫어졌을 때였죠.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면 아까워서, 그리고 면담 때
형에게 했던 약속 못 지킬까봐 집에 기타까지 들고가서 연습했어요. 결국 연주회 전에 손톱도 다듬는 법도 익히
고, 버징, 박자도 어느 정도 해결해서 다행이었지만. ㅋ
합주하면서 느낀 건 당연한 소리지만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영찬이형이 형의 방학 대부분을 할애
해서 우리를 이끌어 주셨고, 정훈이가 우리들 운지 봐준다고 노력했고, 소아 누나가 끝까지 감동을 선사했고,
경규는 비주얼? ㅋㅋㅋ, 세환이는 뭐 CCTV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신합단원 모두의 노력이 연주회를 만들어
냈다는거죠~ 뛰어난 연주가에 허접한 연주가들보다 열정을 가진 연주가들이 더 합주를 합주답게 만든다는 것
절실히 느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정열의 2009신합단원이니까 당근 후자죠. 앞으로 다른 연주를 보든 공연을
보든 전 당당히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 공연의 꽃은 합주라고~ 누가 뭐라하든 합주라고.'
휘자형이나 선배님들이 많이 말씀하셨죠. 너희가 연주하는 목적을 찾으라고. 저는 그 목적 연주회 끝나고 찾은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부끄럽네요. 기타실력이 늘었다거나 무대에 서 봤다는 것 자체라기보다는 연주회 준비를
하는 동안 힘겨웠던 나날들을 되돌아 보고, 만족은 아니더라도 잘 했다고 제 자신에게 칭찬할 수 있고, 같이
있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것에서 작은 목적을 찾은 것 같네요. 숙제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썼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안 쓰면 계속 눈에 아른거려서 가슴이 뭉클해질 것 같아서 그래요.
이해해주시길~ 아참, 지나가다가 보면 환하게 인사나눠요~ 우린 3달여를 함께 한 신합이나까~ 이제는 연습
한다고 룸에서 빌렸던 메트로놈도 갔다 놓고, 책상에 그려놓은 손톱모양도 지워야 겠네요. 새로운 나날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마디~
신합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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