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훈은 그야말로 수미 상관의 전훈이라 할만 하겠습니다.
가는 버스안에서나 오는 버스안에서나 완전 죽어있었으니까요.(그놈의 술덕분에)
8월 12일 전훈 전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녀석과 소주를 마셨다. 둘이서 마셨는데 3만 6천원이 나왔다.
8월 13일 전훈 첫째날
분명 9시에 일어났다. 신기한점은 어제 그 술취한 정신에 장을 봐놓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능은 정말 무섭다. 그렇게 술에 쩔어 있었으면서도 전훈이 가고 싶었을까.
9시에 샤워를 하고 간단한 볼일을 보고 나니 이미 벌써 10시다.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몰려왔다.
사람들의 전화가 왔다.
'어디냐?'
'아...오늘 힘들지도 모르겠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어디냐?'
'아...토할 것 같아. 너무 힘들다.'
'어디냐?'
'ㅠ_ㅠ 지금 간다.'
마구몰려오는 전화에 결국 전훈을 가기로 했다.
짐을 싸면서 세번정도 토한것 같았다. 너무 힘들었다. 한번은 가방에 쏟을 뻔했다.
그랬다면 전훈은 그 순간 쫑이 났겠지. gngnt.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생각이 났다.
잃어 버린것은 없는 것일까?
주훈에게 전화했다.
'님하 전훈준비물좀...'
'이것 저것 그것 거시기 저기저기저기저기...'
듣는 순간 바로 그 아이템이 떠올랐으니 그것을 천왕봉의 엘릭서 포션이라고 여겨질 '쉬바스 리걸'
땀을 뻘뻘흘리며 그 아이템을 챙기고 다시 버스로 향했다.
날 가장 먼저 맞아 준것은 준기 였다.
'형 손이 든 쉬바스 리걸은 뭐예요!!!!'
역시 이녀석은 나보다 술을 먼저 보는군.
내가 버스에 오르자 나를 반기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형 전훈비는 만원 추가입니다.'
'손에 든거 먹고 출발하자.'
'얼굴은 왜 그렇게 창백혀?'
분명 나를 반기는 목소리들이었지만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으므로 그것을 오해한것이라고 다짐하며
쓰러졌다.
버스안에서 새로운 친구들이 재롱잔치를 벌리고 있었지만 난 사투를 펼쳤다.
첫번째 휴게소가 30분남았다는 버스운전기사 아저씨의 목소리에 난 한줄기 희망을 걸고 버텼다.
너무 힘들었다. 애써 참아내며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을때,
난 일어날 수 없었다. 움직이면 폭발할 것 같았다.
날 보다 못한 성식이가 얼른 나가자며 내 등을 두드렸다.
거의 폭발 할 뻔 했다. 진정 위기의 순간이었고. 전훈의 역사에 한페이지를 남길뻔한 순간이었다.
'어떤 선배는 전훈을 위해 술을 마시는 연습을 하다가, 가는 버스안에서 거사를 이루었다.'
라는 묘비속에 묻힐뻔했지만, 참았다.
그 순간 누가 다시 내 등을 두드리려고 할때.
복싱으로 다져진 성식이가 그의 터치를 가드하고 이렇게 외쳤다.
'건...건들지마. 건들면 우리 모두 죽어.'
혼신의 힘을 다해 멀쩡하게 버스를 내렸고. 이후 거사를 치루었다.
전날 저녁 먹은 안주는 이미 모두 뱉어버렸고,
아침에는 먹은게 없고,
점심에는 충무김밥 두개를 먹은 나는
점점 기력을 회복해 갔다.
이윽고 온몸의 기력을 완전히 회복했을 즈음 조발표가 이어졌고, 당시 최대의 과제는
전지훈이 어느조로 가는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조성식과 나는 '와라! 전지훈!'이라고 외치며 투지를 불살랐고,
하늘이 우리의 외침을 들어주었는지 다행히도 전지훈은 효성이의 조로 들어가게 되었다.(지못미 효성ㅠㅠ)
이렇게 저렇게 시끄럽게 투닥거리고 있다가 목적에 도착하였다.
(도중에 '술마셨지만'이라는 편작된 곡을 불러보았다.)
차에서 내려서 바다의 짐을 빼 놓고, 산장으로 향했다. (노고단이었던가?)
노고단의 저녁 메뉴는 부대찌게(개? 왜 이게 아직도 헷갈리지;;)였다.
내가 준비해온 스페셜 라면 보글보글찌게면과 범석이의 마늘고추장으로 요리를 완성하고 맛있게 먹었다.
얼른 정리하고 주먹밥을 만들었고, 다음날의 식사당번을 정했다.
재현대장님의 지시에 따라 조원들을 모두 재우고,
조장들만 뒤로 빠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맥주를 마셨다. 맛있는 살구절임. 완전 좋았다.
산턱에 걸려있는 오리온 자리와 천정부근의 카시오페이아 자리 아래에서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8월 14일 전훈 둘째날
4시에 일어나서 밥을 짓고, 카레나 짜장을 먹었다. 이제부터 지옥이 시작된거다.
해맑은 웃음을 짓는 조원들. 그래 웃어라. 웃을 수 있을때.
...
어느새 수지홍의 다리는 풀려버렸다. 뒤에서 보는 내가 너무 조마조마했다.
더 어처구니 없는건 나도 살짜 다리가 후들거리는 거 아닌가!?
마인드컨트롤하면서 신나게 가기 위해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비가 왔던 탓인지, 습지 엇비슷한곳이 많았고,
현민이는 그 느낌을 '찰지다.' '쫠깃하다.' 등등으로 묘사하였다.
우리조의 조이름은 이 때 이미 '찰진조'로 결정이 났고,
구호는 '쫄깃'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다 어느 누군가가 이렇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나'
내 24년 경험치 속에서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리는 만무하다.
바로 후렴을 붙였고, 그것은 우리의 '조가'가 되었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나'
'아니야, 아니야 그건아니야.(단조로 변화, 약간의 불협감수)'
'랄랄랄라 랄랄랄라 즐겁다.(장조로 변화, 극도로 즐겁게)'
도무지 무슨뜻인지 이해도 가지 않는 노래를 수없이 되뇌며 산을 그렇게 탔던것 같다.
오후가 넘어서 부터는 조별산행이 취소되고, 조장들은 뒤로 몰리게 되었다.
무전기를 맡게 되었고, 이것은 나에게 묘한 자부심이 되었다.
무전기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으면 이상하게 멋지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_-;;)
당연히 후미는 모든사람이 출발한 다음에 한숨자기로 무언으로 약속되어 있었고,
무전기로 들려오는 대장님의 '출발했니'라는 물음에
'예, 지금 가고 있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음에.
다 같이 널브러 졌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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