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개에게서 느끼는 산다는 것 |
296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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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김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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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0 - 등록 |
조금전에 정~말 오랫만에 구관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구관에서 신관으로 오는 샛길로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었다. (이 길은 공사관계로 막혀있다.. 깜빡했다..)
오는 길에 창고 앞에 진돗개 비슷하게 생긴 개가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표정으로 목줄에 묶인 채 앉아있는 것이었다.
제법 귀염을 받을만한 크기였다.
그냥 지나치려하다가 이녀석 심심하구나 싶어서 잠깐 놀아주었다.
역시.. 정에 굶주린 녀석들이 항상 그렇듯이 반응은 폭발적.
미친듯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손만 가까이 다가가면 물어뜯을듯이 핥을려고 하고..
보통 개는 좀 쓰다듬으면 이내 순해져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이녀석은 좀 다르구나 싶어서 활동적으로 놀아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위에 있던 돌맹이 하나를 집어서 보여준 다음에 뒤쪽으로 던졌다.
그러자 냉큼 미친듯이 뛰어가서(거의 슬라이딩하듯이 뛰어간다..) 물고 온다.
근데 이녀석 물고 와서 놓지 않는다.
이녀석도 장난을 치는군..
몇번 돌맹이를 던졌다가 물고오면 뺏아서 또 던지고
그렇게 좀 놀다가 가야겠다 싶어서
(이녀석은 아직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젠 아예 돌맹이를 씹어먹을려고 했다..)
그녀석이 돌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동안 일어나서 뒤도 안돌아보고 걸어나왔다.
가슴은 좀 아팠지만...
왜냐면 그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기 때문에...
아니나다를까..
잠시 후 '텅'(목줄이 묶여있어서.. 팽팽하게 잡아당겨지는 소리..)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수많은 말로 표현할 것을 그 녀석은 한마디로 표현했다. 아니.. 표출했다..
'깽'
이 한마디 속에는 그 무엇에도 비할 바 없는 외로움과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내 생각엔..ㅡㅡ)
잠시 놀아준다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놀면서 길들여지는 것.. 그것이 참 중요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는 데는 그리 큰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그 녀석과도 돌맹이 하나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놀았는데..
사람도 기타 하나만 갖고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지 않는가..
무엇이 있을 때 가장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이것도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외로움이 있을 때 가장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듯이..
사람들은 다 외롭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강아지처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 즐거워하고 길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강아지도, 동물도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사람만이 산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너무 이성적으로만 논리적으로만 산다는 것을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 알았다.
이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동물들도 '살고'있었다는 것을.
그렇구나
사람도 동물이구나.
이성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감성으로 사는 것이구나.
산다는 것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며, 이성 이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요즘 생각해 보았다.
나의 삶은 후회하지 않는 삶인가.
후회하지 않을만한 삶인가.
그동안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었다.
매순간 바라는 바를 향하여, 비록 지금 한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후회되는 것이 생겼다.
그것은..
필요 이상으로 잠을 많이 잔 것과
친구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더욱 길들이고 길들여져야겠다.
길을 잘못들어 돌아갔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석을 만났으니까.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하는 것인가.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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