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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수저통- 2010 전훈후기
기념촬영도 하고 드디어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출발하기도 전에 부상자가 생겨서 걱정도 되지만 다행히 아프지는 않다고 합니다. 산행은 내가 선두에 서고, 재희형을 후미에 두기로 했습니다. 조별로 준비를 마친 후 재희형에게 출발을 맡긴 후 1조와 함께 먼저 출발합니다. 한 시간 정도만 올라가면 첫 번째 목적지인 삼신봉입니다. 그 동안은 1조 친구들이랑 얘기도 두런두런 하면서 올라가야겠습니다.
아아.. 분이야ㅠㅠ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희한하게도 매년 이런 일이 생깁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등산화가... 평소에는 아무리 신발을 오래 신어도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데.. 오늘만 9시간, 갈길이 먼데... 하긴.. 누군들 자기 신발이 그렇게 될 줄 알았을까요. 하물며 내 신발이 그렇게 될 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하산하고 보니 왠지 내년엔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_-;;) 다행히 뒤꿈치 부분이 떨어져서 일단 삼신봉까지는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가서 무슨 수를 내야겠습니다. 올라가면서 노끈으로 쓸 만한 풀을 찾아도 보고, 혹시 가져온 것 중에 무언가가 있을까 생각도 해 보지만 딱히 생각나는게 없습니다.
삼신봉은 남부능선코스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삼신봉 북쪽으로 주 능선이 길게 펼쳐져 장관을 이룹니다. 다행히 오늘 아침 날씨가 좋아 주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 멀리 보이는 주 능선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눈으로 보기에도 꽤 멀게 느껴집니다.
아 참, 분이 신발. 오오 지형이가 순간접착제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런걸 챙겨오다니 보통 내공이 아닙니다. 하지만.... 말라버린 뚜껑을 겨우 떼어내고 보니 속도 굳어있습니다. 이런걸 시쳇말로 트랩카드에 걸렸다고 하는 건가요.. 신발 바닥이 미끄러울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일단 급한 대로 압박붕대로 밑창을 압박해 봅니다. 불편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목적지 한벗샘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거리입니다. 능선을 따라 걷느라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처음 오르막을 걷느라 힘들어하는 몇몇의 아이들을 앞으로 세우고 출발합니다. 길가의 대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서 지나가기도 힘듭니다. 마치 예전에 없어진 길 같습니다.
‘이길 맞냐?’
재희형이 독촉하네요.
‘맞아요. 확실해요’
주변의 대나무를 밟아가며 조금이라도 길을 넓히려 애써보지만 소용 없습니다.
시야가 트인 곳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봐도 이 능선에는 이 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코스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쪼오오오오끔 불안하기도 합니다. 6년 전에도 이런 길이 있었던가... 아마도 그 이후로 나무들이 무럭무럭 쳐 자랐나 봅니다.
‘이 길이 아닌개벼 할까봐 천천히 가고 있다’
길이 험해 어느 정도 떨어졌는지 확인하려고 했더니 오고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_=
다행히 등산로 표시 기둥이 보이네요. 다행입니다.ㅋㅋ
6년 전에 그랬듯 한벗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때보다 더 많은 인원이다 보니 안 그래도 좁았던 그곳에서 서있기 조차 힘듭니다. 조별로 대강 자리를 잡아주고 주먹밥 한 덩이씩 먹습니다. 힘들어서일까요, 진짜 맛이 없는 걸까요.. 7년 전훈인생 이렇게 삼키기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려고 겨우 입안으로 다 우겨 넣습니다. 물 뜨러 간 친구들을 재촉하고 다시 출발할 준비를 합니다.
분이야ㅠㅠ
또다시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번엔 왼쪽 발입니다. 이제는 능숙하게 밑창을 압박해 줍니다. 양쪽 발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습니다. 양쪽 다 떨어진 건 금시초문입니다. 이렇게 천왕봉을 다녀와야 하다니.. 이 친구는.... 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산행이 길어지다 보니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갑니다. 어느새 판타스틱 4가 결성되었습니다.
‘효성아!’
재희형이 다급하게 부릅니다.
‘무열이 벌에 쏘여서 약 바르고 천천히 갈게’
‘무열이가...요?ㅋㅋㅋ’
듬직한 후미에 신뢰감을 표시합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진짜로 벌에 물렸더군요. 큰 상처 아니라 다행입니다.
한 발짝 한 발짝 걷다 보니 음양수에 도착하고, 세석산장도 눈 앞에 보입니다. 다들 지쳐있어서 잠시 쉴 겸 산장 예약에 쓸 신분증을 걷기로 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판초 새로 샀으니까 한번 써보라고 그러나 봅니다. 얼른 조별로 정렬시키고, 재희형, 회장님, 부회장님까지 4명은 먼저 출발합니다. 얼른 가서 산장 예약 마무리 해야 하니까요. 뒤를 성식이랑 무열이에게 맡겨놓고 먼저 떠나자니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만났더니 고급정보가 술술 나옵니다. 재희형 귀가 손바닥만하게 커진 게 보입니다.
‘효성아 너 주민등록증 어딨냐?’
성식이가 무전을 보냅니다.
‘나 잃어버렸는데? 그래서 운전면허증 있어’
신분증 안 가져온 친구들이 있어서 신분증 개수 맞추려고 그러나 보다 합니다.
‘아니 아까 모은 거 말이야’
‘그거? 소아한테 있는데?’
소아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동그란 눈만 깜빡거립니다.
‘그럼 내 손에 있는 건 뭐게?ㅋㅋㅋㅋ’
음? 이거슨 6년 전 바보 페이스의 재현?
그래도 성식이니까.. 금방 달려올 수 있겠죠ㅋㅋ
에이 이렇게 된 거 성식이를 먼저 보내고 나는 뒤에 따라오는 친구들을 이끌고 가야겠습니다. 앉아서 한참을 기다.... 아니 저기 오고 있습니다.
8시간째 걷고 있으니 다들 많이 지쳤겠죠. 특히 보근이랑 숙경이가 많이 힘들어합니다.
세석산장에서 장터목산장까지는 촛대봉, 삼신봉, 연하봉 3개의 봉우리가 있습니다. 세석산장까지 힘들게 도착해서 다 온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짧지 않은 거리를, 봉우리 3개나 넘어야 합니다. 지금 봉우리 하나를 넘고 있으니 두 개만 더 넘으면 된다고 힘내라고 말해줍니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인게 눈에 보입니다. 이제 정말 다 온 것 같습니다. 힘내라고 합니다.
이 봉우리만 넘으면 보일 것 같습니다.
아 아니네요. 봉우리 사이 작은 봉우리였나 보네요.
이건 진짜 마지막 봉우리인 것.... 아 이것도 아니네요.
점점 양치기 대장이 되어 갑니다. 보근아ㅠ 나 좀 믿어줘ㅠ 그래도 대장인데, 여기 3번째 오는건데ㅠㅠ
보근이가 답답했던지 반대편에서 오시는 탐방객분께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봅니다.
‘이제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돼. 작은봉우리 두개랑 큰거 하나만 넘으면 돼’
봉우리 세 개군요. 이젠 내 말은 안 믿겠답니다.
뭐, 딱히 할말은 없습니다.ㅠ
맞은편에서 먼저 도착한 재희형과 성식이가 도와주러 오고 있습니다. 이젠 진짜 다 왔나 봅니다. 우여곡절 끝에 11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드디어 장터목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장터목은 안개에 싸여 있습니다. 내일 일출보기 힘들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조별로 점검하고 저녁을 준비합니다.
분이야ㅠㅠ
또다시 소식이 들려옵니다. 또다시 오른쪽 발입니다. 이제는 밑창을 한 손에 들고 있습니다. 생전 처음 등산화 안쪽 구조도 구경합니다. 한쪽엔 붕대, 한쪽은 창 없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납니다. 그런 등산화로도 힘든 기색도 없이 용케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냥.... 좀... 대단합니다.
이게 웬일인가요! 안개가 걷히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구름을 걷어가 버리고, 저 멀리 능선 넘어 구름을 쓸어 넘기는 장관도 연출됩니다. 그 장면을 놓칠세라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피로를 씻어줄 만큼 시원하고 기분도 좋습니다. 내일 일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녁을 마무리하고 잘 곳을 배정합니다. 남자방은 9명을 빼고 다 화현인입니다. 다행히 다른 분들이 들어오기 전에 짐도 들여놓고 잠시 쉴 시간이 생겼습니다. 성식이가 힘들었던 재희형 다리 마사지를 해 준다고 합니다. 쥐가 나네요. =_=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들고 촬영버튼을 누릅니다. 내 다리는 성식이 도움 없이도 저절로 풀어진 것 같습니다.
9명의 다른 등산객 분들께 최대한 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음 좋으신 아저씨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격려해주십니다.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던 덕분인지 산장 안에서는 파스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물론 떠드는 사람도 없습니다.
장터목 밤하늘의 별은 어제 청학동과는 또 다릅니다. 더 가까이 왔기 때문일까요? 어제보다 더 많은 별이 빈 곳 없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별 좋아하는 대웅이가 설명도 곁들여줍니다. 은하수도 처음 봤습니다. 아쉽지만 소등시간이 됐으니 밖에 있던 친구들을 들여보내고 조장모임을 갖습니다. 사실 내일 일출은 못 볼 것 같아 출발시간을 촉박하게 정했었지만, 날씨를 보니 내일 일출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기상시간을 30분 앞당겨 2시30분에 일어나기로 합니다.
오늘의 일과는 끝났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더 보고 싶지만, 내일을 위해 나도 잠자리로 돌아갑니다. 딱딱한 마루바닥이지만 불편한 줄 모르고 잠이 듭니다.
11:00
1:20
2:00
2:10
알람을 맞춰두긴 했지만, 혹시나 늦잠 잘까봐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합니다. 눈꺼풀이 제법 무겁지만 이제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오늘 아침 준비할 당번들은 미리 남자방 1층에 모아뒀습니다. 밥조와 조장들을 먼저 깨워서 조용히 나가도록 돕습니다. 꾸물대는 친구들도 있지만, 덜 깨서 그러려니 하고 얼른 나가도록 재촉합니다.
밥이 어느 정도 된 후 소아에게 여자방 정리를 맡기고 남아있던 다른 친구들도 깨워 밖으로 나가도록 합니다. 인원이 많은지라 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잘 따라줘서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준비되지 않네요.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 보입니다. 얼른 먹고 정리하라고 재촉합니다. 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모포 정리하러 갑니다. 이것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군요. 아직도 아침이 마무리되지 않아 마음이 급합니다. 1조 친구들은 같이 밥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고맙기도 하지만, 밥 먹을 여유가 없어 먼저 먹으라고 합니다. 출발시간을 통보하고 출발하겠다고 으름장도 놓아봅니다.
4시. 출발시간이 됐습니다. 하는 수 없이 준비 되는 조부터 꾸려 재희형에게 맡깁니다.
4시 15분. 아 맞다 분이신발ㅠ 무열이가 붕대 감는 사이 나머지 조들도 슬슬 정리가 되어갑니다. 서두르면 일출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희형이 얼마나 재촉했던지, 낙오자는 냉정하게 버리고 갔나 봅니다. 다 데리고 가다가는 다같이 일출을 놓칠 것 같습니다.
6년만의 천왕봉 일출.
1년에 5일 정도밖에 관측되지 않아서, 지리산이 허락하지 않는 한 쉽게 볼 수 없다는...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요.
어제 밤하늘 가득한 별도 구경했구요.
대장으로서 힘들어하는 친구들 챙기는 게 더 중요합니다.
ㅠㅠ
무열이에게 괜찮은 아이들을 맡기고 조촐한 산행을 시작합니다.
다시 만난 보근이와 수현이^^
천완봉을 향하는 하늘에는
옛 기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지리산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이면 바닷가에 도착하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산행이 끝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전훈과
별 하나에 기타와
별 하나에 사십기와
별 하나에 화현회와
별 하나에 자신과
별 하나에 재희형, 재희형,
재희형, 나는 별 하나에 추억들을
하나씩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천왕봉의 일출이 아슬이 멀듯이,
재희형,
그리고 당신은 멀리 천왕봉에 계십니다.
차갑게 느껴지던 바람이 땀을 시원하게 식혀줍니다. 재희형과 무열이는 이미 천왕봉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제 눈 앞에 천왕봉이 보입니다. 동 틀 무렵이 되었는지 천왕봉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어라? 보근이와 수현이도 꾸준히 걸었던 덕분인지 벌써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잘하면 일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일출 못 보면 섭섭하지 않겠냐고, 마지막 힘을 냅니다.
천왕봉의 일출은 다시 봐도 감격스럽습니다. 이게 다 대장이 덕을 쌓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일출이, 여기 있는 다른 후배들에게도, 6년 전 내가 처음 봤던 일출과 같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다음 전훈에도, 그 다음 전훈에도 후배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남는 건 사진 뿐이죠. 다들 온갖 공통점을 찾아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나도 예전엔 꽤 많이 찍었었는데, 이제는 두어 장 찍고 나니 더 이상 찾질 못하겠네요. 6년 전과 똑 같은 자리에서 혼자 기념촬영도 해 봅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바람을 피해 다니다 보니 재희형, 무열이가 이미 쉘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쪽 귀퉁이에 엉덩이를 들이밀어 봅니다. 따듯합니다. 가만히 앉아있기가 무료해 셀카를 찍어봅니다. 재미 있습니다. 하나 둘 모여들다 보니 몇 명까지 찍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공통분모 찾기가 질려갈 때쯤, 화현회라는 공통분모로 기념촬영을 합니다. 이제 드디어 실험해 볼 수 있겠습니다. 셀카 68명에 도전해 봅니다. 얘들아 미안ㅋㅋ
분이 신발이 고정이 잘 안됐는지 다시 손봐야겠습니다. 깁스 수준으로 똘똘 말았더니 새 신발 같다고 좋아합니다. 이제 하산 길에 들어섭니다. 하산 길은 짧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하산도 조별 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리 풀린 아이들의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내려갑니다. 뒤따라오는 친구들이 천천히 따라오면 오히려 더 힘들 것 같아 자주 쉬면서 천천히 내려오라고 조장들에게 일러둡니다.
많이 힘들었는지... 기둥 껴안고 내려가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발을 들 수가 없어 돌이란 돌은 다 차고 내려가는 사람, 손발도 모자라 엉덩이까지 내려가는데 쓰는 사람... 대원사코스로 가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느리다고 뒤에서 불만을 터뜨리지만, 할 수 없습니다.
늬들은 그래도 걸을 만 하잖냐. 힘든 친구들을 위해 고생 좀 해라. 부담주지 말고ㅠ
어느새 법계사에 도착하고, 뒤올뒤트리오의 ‘이양말’ 라이부공연이 이어집니다.
다시 하산 길, 10학번 수현이의 01학번 같은 음악취향에 놀랍니다. 듀스를 안다는 것부터 신기합니다. god의 노래는 의외로 등산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듯 합니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우여곡절 끝에 선두가 중산리 야영장에 도착했습니다.
아.. 코펠 버너가 없어서 점심을 먹으려면 기다려야 합니다. 선두에 섰던 아이들의 조는 하필이면 제일 늦게 내려옵니다.
이제 산행이 끝났습니다.
한 동안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부담감이 깨끗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다들 잘 따라줘서 처음에 계획했던 것처럼 개념 충만한 산행이 된 것 같아 고맙습니다. 게다가 맑은 날씨 덕에 볼 수 있었던 일출도 기분 좋습니다. 이젠 별 부담 없이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드디어ㅠ ‘뒤올뒤’에 합류합니다.
예년과는 달리 일찍 내려왔더니 바닷가에도 일찍 도착합니다. 이제는 공식 일정이 되어버린ㅋㅋ 사우나로 향합니다. 상주해수욕장도 자주 왔더니 익숙하게 사우나를 찾아 가..........다가 잠깐 의견 충돌로 다른 길로 샜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빠르게 사우나에 도착합니다.
이럴 수가.. 이건 예상치 못했네요. 다음부터는 미리 사우나도 섭외해야 하려나 봅니다. 70명이 간다면 정기휴일이라도 휴일을 옮길 법도 한데... 무열이가 아주머니와 협상을 진행해 봅니다.
샤워만 반값에 하라지만, 사우나도 안되고, 탕도 없고.. 협상결렬! 아직 낮이니까 바다로 향합니다.
저녁메뉴가 닭볶음밥이랍니다. 생닭이 재료로 지급되는 놀라운 상황이 펼쳐지고, 조마다 개성을 살린 레시피로 닭을 삶기도 하고 볶기도 하고 굽기도 해서, 어쨌건 기력보충용 고단백 요리를 완성합니다. 모여서 요리를 하려니 그 열기가 대단해 1조는 마당 밖에 촛불 키고 제법 레스토랑 분위기가 나는 테이블에 모여 앉아 맛있게 먹습니다.
바다에서의 일정은 아주아주아주 여유롭지요. 자다가 배고프면 일어나서 밥 먹고, 심심하면 바다 갔다가 피곤하면 자고.
성식이 덕분에 파전으로 잠시 관심을 끌었던 것이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상륙한 태풍 덕분에 2년 전처럼 에어매트 하나에 수십 명이 달라붙었어 놀던 캐리비안의 해적 놀이의 장관을 못 본 것이 아쉽고, 불의의 사고로 간담이 서늘했지만, 다행히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최근 소식에 안도감이 듭니다.
그 와중에 쥐구멍의 전설ㅋㅋ과 문화부장의 쇼‘ㅁ’는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네요. 세상에 집중호우로 슬리퍼가 떠다니는 와중에도 고기셔틀해준 집행부들 덕분에 마지막 밤도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일찍 잤지만ㅋㅋ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사우나도 다녀옵니다. 정신 없는 집행부를 도와 정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 오릅니다. 무열이는 림보에 빠진 것 같습니다. 한 명, 한 명 기억을 되살리며 정성껏 한마디씩 써주고 싶지만, 다 기억나진 않아 아쉽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 일정대로 하루 빨리 갔다면 구름 속에서 일출 보기 힘들었을 지도 모르고, 하루 더 늦춰졌다면 산에서 태풍을 만나는, 상상조차 하기 무서운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전훈도 끝났다는 생각이 드니, 가슴이 먹먹하고 쓸쓸합니다.
그래도 다들 무사히 다녀왔고,
운 좋게도 밤하늘 빛나는 별과 은하수,
천왕봉의 장엄한 일출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는 것,
열정 넘치는 후배들과의 좋은 추억을 위안 삼으며,
몇 자 끄적여 봅니다.
서울로 돌아오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합니다.
마지막 날 전훈을 마무리하는 축배를 들때,
화현회생활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슴 속까지 와 닿지는 않았나 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마지막이라는 말을 많이 쓴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일어나고, 다시 출근하고, 점심을 먹다 보니,
7년 동안 전훈과 함께한 생협숟가락이 떠오릅니다.
이제 그 숟가락을 노란 수저통에 도로 집어 넣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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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을 볼 다음 집행부를 위해 남기는 말
여행자보험, 압박붕대와 반창고(테입), 그리고 여유분의 양말 꼭 챙겨가길.
근데 라E브가 왜 금지어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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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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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갈때 절대 재촉한일 없음 (증인 다수)
다만 앞에서 막히면 뒤쪽이 처질까봐 장시간 휴식이 필요한 애들은 놔두고 갔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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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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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줄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나오기 전에 굴러댕기길래 혹시 몰라서 챙겨온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트랩카드됐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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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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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E브는 제가 정보부장이었을때 광고글로 라E브 바ka라 광고가 너무 많이 올라와서 금지어로 막아놨어요ㅋㅋ 요즘은 그런 광고글 잘 안올라오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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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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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한 후미에 신뢰감을 표시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08년에 처음으로신고간 등산화.. 양발밑창 다떨어졌었음
그때 밑창다떼고간경험을살려 이번엔 다시 운동화로돌아갔지..-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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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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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근데 나도 바다에서 2년전의 그 에어매트를 떠올렸는데 엄청아쉬웠다ㅠㅠ
사실 이효성과의 전훈에 대한 나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에어매트뒤집는 그의 모습이었는데..
아무튼 수고하셨소 대장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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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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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뭔가 대장님다운 진중한 후기 좋네요
특혀 별 헤는 밤 패러디!!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당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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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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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드디어완결!ㅋㅋ 항상 전훈은 안가면 후회하게되는거 같군뇨;ㅎ형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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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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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글 왠지 문과포스 나는데요?ㅋㅋ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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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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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웃겨요 빵빵터지면서 다읽었어요 최고^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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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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