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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방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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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 등록 |
이대로 가다간 도저히 다 못 쓸 것 같아서 일단 시리즈물로 가기로...
저도 자동기술법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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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차
MoA 앞. 도착하니 랑님 혼자 짐을 지키고 계셨다. 가져간 사과를 먹으며 아는 사람이 있나를 살펴보는데 다행히도 아는 사람들이 몇 오기 시작했다. (최 군인이라던가) 출발 전 OB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째 내가 아는 과반수가 여기에?? 내가 OB라니 아직 실감이... 그 와중에 산을 가는 하나뿐인 동기인 중경이는 지각.
버스 타고 출발. 서울을 빠져나가는데 완전 거북이다. 버스 아저씨께서 엄청나게 막힌다고, 앞으로 한참 더 막힌다고 하신다. 그러다가 영화를 틀어주셨는데(표적이던가?) 나머지 자리에선 스피커를 다 꺼놨는지 안 나오는지 몰라도 바로 위에서 엄청나게 크게 울려대는데 영화 보는 친구들을 위해 끌 수가 없었다. 자고 싶었다. 어찌어찌 가평휴게소. 휴게소에 차가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봤다. 점심 먹는 것도 지옥! 그냥 혼자서 먹으려고 했는데 안면이 있던 친구들이 끼워줬다. 고마워 친구들아... 예전에는 누군가를 버리고 출발했었다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이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자기소개(라고 쓰고 재롱잔치라 읽는다.)가 시작됐다. 애들 이름 외우기가 쉽지 않다. 미안 얘들아. 사실 아직도 잘 몰라.. 그래도 다행히 OB니까 장기자랑은 안 하겠지 했는데 중경이가 선수를 쳐버렸다. 아젠장. 결국 대강 넘어가고... 회장님께서 노래 대신 조 발표를 하시겠다고 하시자 쏟아지는 야유를 「맘에 안 들면 네가 회장 하던가」로 잠재우셨다. 대단해... 이전 회장들과 자신은 다름을 어필하셨는데, 그 이유가 나중에 들어보니 장난을 단 한 가지만 쳤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것이 쌍영규조. 왠지 불안함이...
사실 조장을 할 것은 예상은 했으나 막상 되고 나니까 멘탈이 간질간질. 여하튼 길고 긴 버스투어가 끝나고 숙소 도착. 4년 전과 같은 곳이었다. 추억이 새록새록. 3조와 같이 방을 쓰기로 했다. 중경이네 조인 데다가 성준 형도 계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차적으로 바다 짐과 산 짐을 나누고, 3조와 같이 밥도 지어 먹고 주먹밥도 하는데 하필이면 집행부인 영규를 찾는 애들이 많아서 계속 낚인 탓에 더욱 멘탈이 가출준비를 시작. 주변 다른 조들은 다들 고기를 먹고 있는데 우리 조는 기껏해야 스팸뿐. 미안해 얘들아, 못난 조장이어서... 그래서인지 몰라도 조원들이 밥을 먹는 게 심상치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왔던 전훈에선 항상 밥심으로 강인하게 산을 오르는 '타고난 짐꾼'들이 한 명씩은 있었는데 이 친구들은 못 먹어도 너무 못 먹었다. 쌀을 좀 덜 가져갈까 생각했으나 산에선 힘드니 많이 먹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냥 집어넣었다. 대충 배도 채웠으니 공동짐을 나누기로 했다. 다시 한 번 보니 도저히 어떻게 짐을 나눌지 감이 안 잡힌다. 첫 조장인데다가 이 친구들의 체력도 전혀 감이 안 왔다. 메딕에다가 집행부까지! 어찌저찌 나누고 봤는데 이상하게 다들 짐이 너무 무겁다. 개인짐을 한 번 볼까 했는데 그냥 개인 프라이버시니 조원들을 믿기로 하고 약간의 조정을 마치고 짐정리를 마쳤다. 결국 내게는 쌀 절반, 버너, 가스통 하나, 통조림 절반. 그리고 좀 무거운 내 개인짐이... 들어보는 순간 헉 하고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밥조를 정하고 방을 옮기고 이것저것을 마친 뒤에 조장모임 참석. 이것저것 체크할 사항을 듣고 조원들 상태를 보고한 뒤 회장님께 쌍영규 효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리고 우리 조가 뭔가 불안하다고 징징댔다.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제발 퍼지지만 말아주길. 돌아와서 씻고 바로 잠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코골이에 잠을 설쳤다고 했는데 난 잃어버린 2년동안 워낙 심각한 코골이에 시달려봐서 그냥 잘 잤다.
2일 차
대망의 산행 시작 날. 출발 전에 다시 한 번 조원들의 짐 무게를 확인해봤는데 여전히 비슷비슷하게 무겁다. 내 짐이 가장 가볍다고, 낙오자는 버리고 가겠다며 너스레를 떨며 자기세뇌를 했다. 그런데 세상에, 백담사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이 동아리, 점점 더 좋아지는구나!! 이 정도면 약간 가능성이 있다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기 시작하는 비. 원래 판초를 안 입기에 바람막이를 입고 가방에 레인커버를 씌웠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출발. 4조라 네 번째이다. 산에선 앞이 가장 편하고 뒤가 제일 힘들다는 원칙과 여러 가지 많은 계산 결과 끝에 가장 앞에 수연이, 그 뒤에 대희, 그리고 서정이, 진래, 영규가 서고 내가 가장 뒤에서 퍼지는 애들을 독려해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갑자기 2012년 지리산 전훈이 떠올랐다.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입산통제가 되어 내려갔던, 신발에 물이 가득 찬 채로 걸어가던 그 기억. 게다가 앞 조가 안 보이기까지. 앞 조가 보일 때까지만 좀 더 속도를 높이자고 했다. 이땐 이 말 한마디가 불러올 파급효과를 몰랐는데...
다행히도 영시암에 도착할 즈음 해서 비가 그쳤다. 중간에 메딕인 진래와 랑님이 뛰시는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무난히 온 기분이었다. 오세암으로 가는 도중 분명 밥을 먹던 계곡이 있던 것 같은데 비가 와서 계곡 물이 불어서인지 보이질 않았다. 어느새 우리 조는 선두. 무전기가 뭔가 울렸지만, 상태가 나빠서 식별 불가. 결국, 중간에 그나마 밥을 먹을만한 곳에서 주먹밥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도저히 이대로는 갈 자신이 없어서 가스 하나를 넘기고 무거우면 바로 말하라고 했으나...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미안해 수연아 ㅠㅠ 내가 그렇게 말 꺼내기 무서웠구나... 여하튼 대희에게는 주먹밥을 먹고 나면 가벼워질 것이라고 했으나 역시나 주먹밥은 남고, 쓰레기가 슬슬 쌓여서 무거워졌다. 미안해 대희야!! 사실 다 예상했어!!! 나도 1학년때 딱 그 역할이었거든!!!
이쯤 해서 느낀 게 우리 조는 산을 매우 잘 탄다는 것이었다. 대장님이나, 랑님과 잠깐 대화하고 나면 사라져서 없고, 신발 끈 한 번 묶고 보면 사라져서 없고, 뭐 하면 없고... 덕분에 따라가다 죽을 뻔했다. 밥 먹으려고 자리 잡고 한참을 기다려야 뒤의 조들이 오는 걸 보고 다시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 조는 최후미로 가게 되었다. 보통 최후미로 한 번 가면 선두에 있는 것 보다 지치기 때문에 조원들에게 "다시는 4조를 무시하지 마라!!" 라는 이상한 조 구호 따위를 외치며 추월하는 재미로 산을 타는 것을 유도했다. 사실 우리 4조를 무시했던 사람은 나밖에 없어.. 미안 얘들아.. 여하튼 이게 꽤 효과적이었는지 봉정암에 도착하고 나니 어느새 최후미였던 우리 조가 거의 최선두였다. 무서운 친구들... 중간중간 다른 조 친구들도 독려하며(라고 쓰고 주워간다고 한다) 같이 올라갔는데, 강미였던가?(아니면 미안 ㅠㅠ) "괜히 쉬면 더 힘들다"며 오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멋있는 친구들..
이제 조별산행을 그만두고 선발과 후발로 나눠서 산행을 속행하기로 했는데, 역시 우리 조 친구들은 모두가 선발을 지원했다. 진래만 메딕이라서 강제로 후발로 가고, 나머지 17명이 선발대로 중청대피소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태원이가 선두로 가기로 하고 내가 최후미에서 퍼지는 친구 짐을 폭파하며 가기로 했다. 역시 소청대피소까지의 길은 명불허전, 괜히 40분짜리 0.7km 거리가 아니었다. 중간에 동우 형과 5조 친구들 2명은 천천히 따라오기로 했다. 동우 형 짐을 폭파...하려고 했는데 동우 형 짐이 너무 많아서 그냥 수저만 받아서 다시 앞의 친구들을 따라가는데 얼마 안 가서 쉬고 있는 친구들을 잡았다. 갑자기 위화감이 들어서 깨달은 게 이전까지 우리 조는 전체 휴식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 뭐야 이 조.... 무서워... 그렇게 열심히 돌들을 오르니 소청대피소가 나왔고, 계단을 오르니 중청대피소가 나왔다. 중간에 너무 늦어서 몇 명의 선발대가 중청까지 뛰어갔던 2011년 전훈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
조에서 혼자만 선발대로 온 성준이를 뉴-진래로 맞이하고 라면을 먹었다. 처참한 실패... 짜다... 조원들아 미안하다!!! 여하튼 라면도 먹고 가져온 후르츠칵테일도 먹으면서 신선놀음을 즐기다가 태원이, 최군인과 함께 늦는 후발대를 맞이하러 떠났다.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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