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이번 여름 전훈이 끝난지도 꽤 지났네요.
산행 내내 저와 함께했던 무릎 통증 때문에 병원도 가고
정신없이 쉬고 또 쉬다보니 세월이 갔네요.
슬슬 다시금 일상에 젖어들어 가노라니,
이 전훈을 잊혀져 가기 전에 또다시 이곳에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예전 저의 기록들처럼 자동기술법으로 남기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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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다가온 전훈 신청기간
이젠 뭐 거의 관성처럼 가나보다 하다가 지나간 시간들
설악산과 워낙 안맞는 체질을 걱정하며 시작한 스쿼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늘지 않던 근력
걱정스레 참여했던 예비모임과 놀라웠던 출석률
언제나처럼 예전의 실제 이야기들을 웃어넘기며 잘 믿지못하는 아이들
역시나 또 언제나처럼 묘하게 스멀스멀 피어오는 불안감
조직된 전훈오비방과 넘쳐나는 걱정 그리고 한숨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길한 소문과 이를 막기위한 필사..의 로비
그리고 그 로비를 웃어넘기며 결국 끝까지 내 심장을 쫄깃하게 해준 회장님
날짜가 다가올수록 바빠지는 일정과 부족해지는 운동시간
늘어나는 오비들의 걱정과 분주해진 준비과정
구급법 등의 공유와 구호물품 구매
결국 전날에야 마무리 짓게 된 전훈 장보기
작년에 세탁하고 나서 비어있는 그대로 옷장 위에 있던 배낭을 꺼내고
꾸역꾸역 대충 싼 짐을 들어보니 이게 무거운건지 가벼운건지
늦게까지 이어지던 아이들의 카톡을 보며
약간은 불안해하며, 또 약간은 어이없어하며 잠든 출발 전날.
다행히 의도된 시간에 일어나진 내 몸
꾸역꾸역 씻고 남은 짐을 싸고 등산화를 넣으니 가볍긴 한데 중심이 안잡혀 불안한 배낭
어느덧 이 배낭도 여름전훈을 열네번, 나랑은 여덟번을 가는구나
룰루랄라 집을 나서 남부순환도로로 나서자마자 쌩하고 지나가는 5528.. 이건 무슨 징조지
다른 차를 갈아갈아타서 갈까 하다 그냥 귀찮아서 기다리다 탄 5528과
버스를 타자마자 발견한 '누가봐도 화현회 전지훈련 가는 아이'
그렇게 그 둘은 서로를 인지했지만 이름도 모르고 해서 인사를 못하다
입구역을 지나고 다른 사람들이 더 타고 나서야 건너건너 인사를 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버린 정문, 하나둘 모이는 아이들
오랜만...? 일년만의 변함없으신 사조아저씨와 슬금슬금 뭉치는 조장급 아이들
엄살도 피우고, 낚시드립도 치고, 사진도 찍고, 지각생들도 기다리며 영근이의 투블럭에도 감탄하며 노닥노닥
어느덧 출발하는 버스와 출발과 동시에 나의 멘탈을 자극하는 우리 제자님
생각보단 수월해 보이던 올림픽대로와 그것이 오산임을 금방 알게된 교통체증
결국 재작년과 비슷하게.. 늦어진 점심과 2년전 이야기들. 명서야 이번엔 아무도 안버리고 잘 갔다
곧바로 이어진 자기소개와 장기자랑.. 아니 세상에 97년생이라니
..동갑내기들의 놀라운 레퍼토리들.. 이문세 아저씨곡 등등이 나올줄은 몰랐네.
회장의 장기자랑, 조발표와 엇갈리는 희비.. 1조부터 그렇게 강렬한 조가 나올줄이야
두루뭉실 찔러넣은 로비때문에 동우조에 들어가는건 실패하고 결국 영근이의 6조로 편입.. 근데 왜 오비가 셋이야
버스가 한대라 그런지 길어지는 장기자랑과 어느새 도착한 백담주차장
생각보다 좁았던 방과 그리 좋지만은 않은 기상상황. 내가 더운것보다 비오는거 걱정하랬지.....
어찌어찌 밥을 해먹고, 충격과 공포의 3분짜장도 잠시 보고, 짐도 나누고 주먹밥도 싸다보니 쏟아지는 장대비
와중의 뜻하지 않은 재민이의 부상과 이번 전훈 1차 패닉. 재민이 발은 이제 좀 괜찮은지 모르겠네.
대장과 이러저러 의논을 하고, 싸지방에 집착하던 어떤 군바리를 갈구고
어찌어찌 잠자리를 나눠서 꾸역꾸역 사람들을 밀어넣다보니 어느새 아홉시
소등후 가진 조장(급)모임. 이번엔 조장아닌 오비들이 적진 않았...구나.
산행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조원들의 상태도 확인하고. 구급법 숙지상태도 다시금 확인하고, 그리고..
모임을 끝내고 와서 다시 한번 본 재민이 발등 상태.
결국 대장과 재민이는 근처 응급실로, 나는 둘을 기다리며 잠시간 밥조방 불침번
점점 잦아들던 수근거림과 곧 울리던 우렁찬 소리. 그리고 동시에 터져버린 열여명.
돌아온 대장과 재민이. 결국 재민이는 아쉽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밥조방으로 올라온 대장과 나
미리 마련한 동우 옆자리에 잠시간 누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보이는건 앰비션의 정색한 얼굴 "형 이건 좀 아닌거같아요"
그렇게 두어번 더 동우에게 구박받고, 비몽사몽간에 옆에서 들려오는 잠꼬대를 듣다보니
어느덧 밥조의 기상시간. 최대한 부지런히, 최대한 조용히 챙길걸 챙기고 나왔는데
이럴수가 가스랑 버너가 여자애들방에 있네.. 지원아 이때 정말 고마웠어
우여곡절끝에 아침을 마무리짓고. 3년전과는 다른 영근이의 놀라운 밥짓기 스킬.. 덕분에 좀 편했다
대충 얼굴에 물만 묻히고, 공동짐(쌀 1 kg...)을 배낭안에 구겨넣고
복장을 마저 갖추고, 애들을 재촉해서 바다짐도 버스안에 밀어넣고는 백담사행 버스에 몸을 싣고.
조금은 흐린 날씨에 시원하겠다고 생각하며 도착한 백담사
그런 날 비웃듯이 도착하기 무섭게 쏟아지던 비와 막막해지는 앞길
세 대의 버스에 나눠탄 아이들이 속속 도착하고, 가방속의 판초에 레인커버들도 하나둘 꺼내고.
경내 구경과 본격적 산행 준비가 다들 끝나고 시작한 간단한 준비운동과 언제나처럼 뚜둑거리던 내 무릎팍...
몸이 더 식기전에 서둘러서 시작된 조별산행. 말수가 정말 적던 우리조 YB들
출발하기가 무섭게 슬슬 맛이 가고있는듯한 무전기에선 태원이의 알아듣기 힘든 소리만 들려오고
그렇게 걷고 걷다 무전으로 들려오는 '형 어느쪽으로 가야해요'
'야 임마 거기 서있어'를 외치곤 속도를 높여보는 와중에 들려오는 '형 그냥 오른쪽 치이이익' 그리고 제 1차 질주
다행히 제대로 고른 길과 또 계속해서 이어지는 랄랄라 랄랄라~
결국 대장을 버리고 온 대장조와, 14년만에 처음으로 듣게된 출발 지연 사유
반대쪽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가벼운 인사, 좁은 길목에서는 기다림의 여유와 우로 밀착
그러던 중 지나가던 아저씨의 한마디 '앞에 보니 학생 하나 넘어져서 팔목 다친거 같던데'
어라 그럼 혹시 아까부터 무전기가 뭔가를 수신하던게 문태원의 긴급 무전이었나 하며
쎄한 마음에 2차 질주 시작과 영문도 모른채 같이 달리게 된 메딕 진래
암만 달려가도 다친 아이는 보이지 않는데 어느새 바로 앞에 보이는 태원이네조
'야 너네조에 혹시 누구 팔 다쳤냐?!' '아니오' 그리고 잠시간 내머리속을 떠나간 어이
숨을 잠시 고르고 다시금 조원들과 합류하여 가다보니 금방 모습을 드러낸 영시암. 일명 국수주던 절
생각보다 페이스가 빠른데?라고 생각하며 무심결에 한모금 들이킨 절의 약수물 오오 그것은 그날 산행의 복선
잠시 노닥거리며 대장 조장들과 상태 점검도 하고. 결국 힘 있을때 이 페이스대로 가자는 결론이 내려지고
다시금 출발하며 지나친 오세암행 삼거리, 수렴동 대피소, 2년전 점심식사터... 읭?
그렇게 한번 놓쳐버리니 다시 잘 나오지 않던 식사터와 점점 힘이 빠져가는 아이들
밥좀먹고 가자고 무전을 넣어보지만 별 소용이 없고 (나중에 들어보니 치직 거리고 끝났다는 말도..)
어찌어찌 힘들게 가다 발견한 식사터와 계곡
언제나처럼 식욕이 거의 어벖지만 꾸역꾸역 주먹밥을 넘기고 있노라니 들려오는 부상소식과 긴급 처방
그야말로 '겁나' 졸렸던 나와는 달리 도대체 그런 힘들이 어디서들 나는지 끝나지 않는 물놀이와 조금씩 커지는 불안감
즐거웠던 한때도 끝나고 다시금 출발해야할 때. 모두들 몸과 짐을 추스려 봉정암을 향하여 고고
출발하자마자 왼쪽 무릎 오른쪽 복사뼈 근처 등 여러곳에서 느껴지는 지옥문 두들기는 소리
운동을 안하긴 안했나보다 생각하며 페이스를 조금 늦추다보니 어느덧 최후미
이제나 저제나 나타날까 긴장감을 고조시키던 깔딱고개와 생각보다 빨리 마주한 그 자태
뭔가 길이 좀 정비가 된 느낌이라 예전보단 나름 수월한 느낌의 초입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천천히 가다가 마주친 사족보행의 아름다운 아이
그리고 그 아름다운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아름다운 어휘들...
수월하다 생각했던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가도가도 끝이 안보이는 깔딱고개
예전엔 이걸 어찌 한번에 올랐나 생각하며 천천히 한걸음씩 올라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등 뒤의 절경도 감상하며
그렇게 올라가다 마주친 다른 등산객들 '다왔어요 조금만 더 가면 되요'
그 분들이 지나가고 나니 나직히... 아니 조금은 크게 읊조리던 아름다운 아이
우여곡절끝에 정복한 깔딱고개. 긴장이 풀려서인지 정말이지 힘들고 길게만 느껴지는 봉정암까지의 200미터와 자꾸만 들려오는 미동의 읊조림
결국 도착한 봉정암. 예년보다 절대 늦지 않은, 오히려 빠른 신기한 페이스
적당히 쉬고 나눈 선발대와 본대. 나는야 본대의 선두.... 과연 잘 갈 수 있을까
매번 지옥의 난이도를 나에게 맛보게했던 봉정암 출발 20분간
괜히 애들 핑계대며 적절히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흐린 날씨로 인해 보이지 않는 풍경을 아쉬워하며 오르고 또 오르고.
하.. 2년전엔 여기서 진짜 죽을뻔했지..라고 회상하다보니 불현듯 예상보다 빨리 눈앞에 나타난 소청산장
산장 앞 탁자에 두런두런 앉에 사진도 찍고, 절경도 감상하고 있노라니 들려오는 비보
'아까 무전에서 들렸는데 선발대가 가다가 동우형 퍼져서 냅두고 먼저 갔대요'
순간 패닉을 일으킨 대장과 나. 그럼 설마 동우는 산 중턱에서 퍼진채로 본대를 기다리고 있는것인가....
충분히 쉬기도 했고.. 또 혹시 모르니 동우를 구조하러 본대 출발.. 할때 동우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던가 -_- 헷갈리네
또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쉼없이 오르다보니 도착한 소청봉.. 그래 4년전에 여기서 스덕이한테 기술걸려서 죽을뻔했지
하며 잠시간 옛 생각을 하는도중에 소청봉으로 실려오다시피 끌려오던 규범이.. 살좀빼라 이놈아
몇몇 아해들에게 하산길 소개도 하고.. 잠시 셸파놀이도 하고.. 이공계들의 드립을 들으며 이과 망했으면이라고 백번 생각하고
얼마 남지않은 중청산장을 향해 발걸음을 다시금 재촉하다 만난 방영규 the funny guy와 문과 최상병
제일 먼저 물어본 동우의 소식... 솔직히 동우 삐졌을까봐 겁나 쫄았는데 그렇진 않대서 다행...
수많은 계단을 올라, 숲속 오솔길을 지나 마주한 중청산장
2년전도 지금도 최후미로 도착했건만 거의 한시간 이상 빨리 도착한 이번 전훈의 놀라운 페이스
하지만 너무 빨리 와버린덕에-_-; 산장 안으론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밖에서 노닥노닥
그 와중에 너무나 졸렸던 나는 산장 옆 공터에서 30여분간 노숙...
어영부영하다보니 찾아온 저녁식사시간... 이었지만 아침에 먹었던 약수물의 영향인지 기면증 치료제의 영향인지 영 없는 식욕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하곤 짐을 들고 입실.. 을 했는데 2년전과는 전혀 달랐던 산장내부.. 3층이라니 후덜덜
정말 오가기 힘들었던 3층에 짐을 던져놓고 잠시 자리에 누워 취한 휴식
애들 상태를 확인하러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대장과 몇몇 조장들
내 가방에서 하나둘씩 나오던 혹시나 하고 들고온 긴급비상용품들.. (그 다음날 바로 고스란히 들어오긴 했지만)
빨랐던 페이스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먼저 곯아떨어져버린 아이들
점점 들어차는 산장 숙소와 다음날 새벽에 민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커져가는 걱정
어느덧 다가온 소등시간.. 그리고 산장 한구석에서 시작된 조장(오비?)회의
내일 날씨에 대한 걱정.. 애들 상태에 대한 걱정. 과연 내일 일출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
회의는 끝났지만 그냥 들어가긴 싫어서 이어진 예전 이야기들
2년전 이야기와 4년전 이야기. 4년전에 1학년이었던 방퍼니가이의 이야기와 그때도 오비였던 어느 늙다리의 이야기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축구이야기.. 타겟형 스트라이커와 활동적인 스트라이커에 대한 토론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지만 내일을 위해선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
조심히 3층 잠자리로 올라가니 머리맡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바람소리
걱정을 이어가다 어느덧 슬며시 찾아온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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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거저거 쓰다보니 너무나 스압이 심하게 느껴지네요.
일단 둘째날까지 쓰긴 했는데... 나머지 날들과 기타 후기는 일단 조금의 휴식 후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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