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42회 정기연주회에 대한 약간은 비관적인 감상 |
765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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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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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6 - 등록 |
연주회 잘 봤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짝짝짝!
뒷풀이에서 새서 실험실에 와 글을 쓰니 첫번째 감상문이 되는군요.
단지 뒤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와 생각을 해 가며 보았을 뿐이지만
아직도 가슴이 떨리는군요.....
이번 연주회는 너무 늦게 시작했습니다. 저도 무대감독을 해 봤기에 그 후로
항상 시간을 재 가면서 마음 속으로 혼자 서두르게 되는데, 이번 연주회는
불길했던 예상대로 정말 최장시간을 - 3시간 빼기 5분 -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안 그래도 길어질 것인데 시작하기 전에 그 많은 사람들을 20분씩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첫번째 intermission은 시간을 재 보지 않았지만, 두번째 intermission은
무려 25분짜리였습니다. 여기서 속이 뜨끔할 사람들 몇몇 있겠군요. (^.^)
하지만, 꼭 무대감독이나 그 보조, 또는 조율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전반적인 역량이 많은 것을 결정하긴 하지만, 빨리빨리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을 데리고 빠르게 진행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무대감독했을 때는 '1시간 30분 내로 만드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았지만, 결국은 1시간 40여분을 기록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때에 무대 뒤로 오지 않는 사람들이나 기타를 조율하기 어렵도록 만들어
놓은 사람들은 다음부터 그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정기연주회는 아는 사람들 불러서 우리끼리 하는 잔치가 아니라 화현회를
대표하는 공식행사로서의 '공연'인데 연주 외적인 준비가 소홀해서 사람들을
짜증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리고, 엠프를 쓴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바래오던 바이기도 했고 상당히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만,
엠프 쓰려면 연습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잡음을 키우면 큰 잡음일 뿐이고, 삑사리를 키우면 큰 삑사리일 뿐입니다.
본질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생생하게 드러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좋은 연주는 더 좋게, 안 좋은 연주는 더 안 좋게... -_-
갈수록 제대로 된 터치를 가진 사람이 드물어지는 판에 마이크를 쓰기 시작하면
정교하고 굵은 소리를 내려는 노력에 더 소홀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는군요.
물론, 제대로 된 터치를 구사한다면 마이크는 관객들에게 그것을 몇 배 더 좋게
들리게 해 줄 수 있죠. 앞으로도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화여대의 예율회 '95인 친구가 보러 왔습니다. 솔로까지 했던 경험많고
기타음악 좋아하는 친구인데 후배들더러 화현회 연주회 보면 느낄 점이 많을
테니까 꼭 보러 가라고 해서 예율회에서 대여섯 명이 왔더랬습니다.
중간에 대화를 나눴는데, 후배들까지 끌고 온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다고 하더군요.
'너네 왜 그래?'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겠지만,
그냥 흘러들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화현회 연주회를 여러 번
봐 왔고 기타를 많이 경험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의 감상을 아주 짧게 얘기하자면...
솔로야 나보다 몇 배는 잘 하는데 내가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고 그냥 좋았다는
정도로 하고 싶습니다. 굳이 아쉬웠던 것은 융은 항상 중간에 6번 줄을 조율하는
것으로 '훈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작 조율해야 할 1번 줄을 제때 조율하지
못 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정대가 이끄는 3중주의 '호흡'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리허설 때
한 번도 보지 않아서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중주는 전반적으로 음색이 많이 좋아진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엠프의 조율
까지 가세한 밸런스의 문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건태가 있는 3중주에서는 익수의 발전이 크게 보였고, 성수와 길복의 2중주에서는
성수의 발전과 둘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또다른 2중주는 제가 좋아하기도 하는 매우 어려운 곡을 골랐는데, 무리스럽더라도
충분한 빠르기로 연주한 것에 갈채를 보냅니다. 무대의상은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호호.
신입생 합주는 곡의 '모양'을 어느 신입생 합주단 못지 않게 잘 만들었지만
곡을 이루는 기본적인 터치의 문제가 너무 크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잘들 극복해 보시길.
정기 합주는 성실한 단원들의 노력으로 첫 리허설 이후로 꾸준히 나아졌다는
느낌입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터치에 있고, 그 외의 문제가 있었다면
- 제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 선곡과 편곡에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견 연주회에 온 사람들은 음악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청중은 항상 솔직합니다. 솔로 순서 때 관객석에 있어 본 사람들은 연주의
여백 부분에서의 놀라울 만한 정적을 기억하시는지. 자리에 앉은 지 2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말이죠. 이 사람들이 아까 그렇게 소란스럽고 어수선하던
사람들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기타를 별로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솔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그들이 앞의 순서들에서는 너무나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정확하지 않은 눈이라도 좋고 나쁜 것은 알아보는 법입니다.
좀처럼 후기라는 것을 쓰지 않는데 막상 써 보니 너무 길어져서
참을성 있게 읽을 사람들에게 미안해지네요.
다시 한 번,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연주회 후유증에 빠지지들 마시고...
좀 더 고민하고 발전하는 화현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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