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합 게시판
| Total : 5640 , total-list : 376 |
|
Latest Comment |
|
|
| - 게시물제목 :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던 50기 신합을 마무리 지으며... |
645 - 조회 |
|
- 작성자이름 : 유휘연
|
2014/09/28 - 등록 |
연주회가 끝난지 벌써 2주일이 지났네요. 학기가 시작하여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2주일밖에 안 지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또 연주회 사진, 동영상을 보거나 녹음을 듣거나하면 2주일이나 지났다는 생각도 드네요.
연주회는 2주 전에 끝났지만 아직까지 제 마음은 신합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후기를 올려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제가 신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쭉 이야기를 해 나가는게 좋을 것 같네요. 50기 신합을 준비하면서, 연습하면서 느낀 저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우선은 제가 신합 지휘자가 된 계기부터 이야기를 해보면, 사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저는 지휘자에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당시에 48기가 극도로 적기도 했고 저는 개중에 가장 열심히 하는 몇 명중에 속했기에 48기 지휘자는 누가 할 것인가 하는 얘기가 나왔을 때 꼭 제가 후보로 거론되곤 했지요. 특히 여름정합이 끝나갈 쯤부터 슬슬 선배들이 다가와서 겨울 지휘자는 어떠냐고 저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말 단호하게 싫다고, 절대로 안한다고, 지휘자 같은걸 왜 하냐고 그랬습니다. 음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굉장히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성격이었습니다. 합주단처럼 대규모의 인원을 이끌고 챙기는 것은 저에겐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었고 쓸데없이 감정소모만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다행히도(?) 진영이가 겨울 지휘자로 나서줘서 저는 짐을 떠넘겼다고 안심했었지요.
그렇게 겨울정합을 시작하고 동시에 처음으로 파트장, 그리고 팀장이 되었습니다. 팀장을 하면서 곡을 내손으로 재단하는 느낌(?)에 뿌듯함을 느끼고 파트장을 하면서 파트원들을 이끌어 같은 음악을 연주하게 연습시키고 또 그게 성공적으로 되고... 그런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하면서 지휘자를 하면 이 모든 것을 같이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겨울정합에 동기 지휘자가 성공적으로 해내는 모습, 모든 합주단원들이 지휘자에 집중하여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보며 매우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에라 아직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 지휘자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 지휘자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정합지휘자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더 실력자들을 데리고 할 수 있어서 그런 문제도 있지만 정합은 원래 알던 사람들끼리(사람도, 기타치는법도)하는 것이니 부담이 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1학기가 시작하고 슬슬 여름 지휘자가 정해져야하는 시기까지도 신합 지휘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때 사실 저는 정합이든 신합이든 지휘자라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것이기에 크게 상관은 없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신합을 하게 되면 전혀 모르는 사람 수십 명을 데리고 기타 잡는 법부터 가르쳐서 곡을 치게 해내야 하니 사람과 부대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저로서는 굉장한 부담으로 느껴졌지요.
그러다가 과제와 시험으로 정신이 없고 이래저래 우울하게 지내던 어느 날에 MP3를 듣는데 딱 캐논이 흘러나오더군요. 캐논은 제가 신합단원으로 연주한 곡이었는데 그런 우울한 상태에서 우연히 딱 그 곡을 들으니 무심코 울 뻔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합곡이어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 곡이 캐논이어서 그랬던 것인지는 잘모르겠지만 ㅋㅋㅋ) 아 내가 화현회를 안했으면 과연 지금 뭘하고 있었을까, 내 대학생활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었을까. 제가 신합이 끝날 때 느꼈던 감정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고마움. 아무생각 없었던 저에게 화현회로 통하는 문을 열어준 신합 지휘자에 대한 고마움이 가장 컸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신합 지휘를 한다면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은 모르는 어느 누군가를 화현회로 인도하고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지휘하기로 마음먹은 것, 사람 대하는 난이도가 조금 더 부담스러운게 대수냐 라는 생각도 들어 신합 지휘자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태원이형이 정합 지휘자라면 할 생각이 있다고 나서주어 지휘자 문제도 해결되었고요.
어쨌든 기나긴 사연을 통해 드디어 신합 이야기가 시작되었군요. 신합 지휘를 하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선곡부터. 마지막 연습시간에 불을 끄고 얘기했을 때도 말했지만, 저는 신합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들어보는데 다들 난이도가 매우 어려워서 신합으로는 엄두를 못 내겠더군요. 그나마 결혼행진곡이 곡도 유명하고 딱히 빠른 스케일이 있지도 않아서 잘만 편곡하면 신합으로도 할 만하지 않을까? 해서 가장 먼저 고르게 되었습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은 사실 합주가 아니라 팀으로 잠깐 고려해봤었다가 편성이 커서 포기했었는데 선곡을 하려고 이리저리 찾다보니 의외로 신합이 소화할만한 난이도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 그럼 이거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 후보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두 곡을 정하고 보니 둘 다 만만치 않은 곡들이어서 같이 하게 되면 난이도가 너무 어렵지 않나 하는 걱정도 좀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후보에는 올려놓고 다른 적절한 곡이 없나 많이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합은 곡의 완성도보다도 합주를 하는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결국 이 두 곡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둘 다 유명한 곡이니만큼 생전 처음 듣는 곡들로 하는 것보다 여러분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죠.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쯤 해서 편곡을 시작했습니다. 막상 편곡을 해보니 어려워 보이는 부분이 많아서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합니다. 기말고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룸에다가 신합단원 모집 벽보를 붙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라는 생각에 긴장하면서 붙였지요. 종강이후 면담을 시작합니다. 쉴 새 없이 들어오는 50기들과 면담을 하며 레슨을 한 번도 못 받았다는 친구들, 수많은 여행 일정들... 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신합할 때 3주나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럼에도 지휘자가 허락을 해줬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으로 굉장히 관대하게(?) 여러분의 일정들을 허락해줬습니다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일정이 안 될 것 같은 몇 명은 면담하면서 자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총 38명의 신합단원을 모집하고 파트배분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처음 마음가짐이 곡의 완성도에 집착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라는 생각이어서 파트 배분할 때 실력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아예 한 번도 기타를 쳐보지 않은 친구들이라고 할지라도 정말 면담 때 그 친구가 말한 대로, 하고 싶다는 대로 최대한 맞춰서 짰습니다. 연습 중간쯤에는 이렇게 파트 배분을 한 걸 조금 후회했었는데 후반부 가니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트장들은 신합 시작하기 전에 제가 눈도장 찍어 놓은 사람들이었는데 정말 잘 고른 것 같습니다 ㅋㅋㅋ
6월 28일. 대망의 신합 발대식입니다. 집회시간에 맞춰서 발대식을 하려고 앉아있는데 여러분들이 차례차례 어색하게 룸으로 들어옵니다. 시간이 다 되자 룸은 50기로 가득차고 이제 제가 앞으로 나설 차례가 되었습니다. 정말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습니다. 눈앞에 있는 이 많은 사람들을 앞으로 두 달 반 동안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한다니... 준비해온 말도, 곡 소개도, 너무나 빨리 끝나버리고 어색한 여러분들 사이에서 대화를 만들려고 이리저리 애써봤습니다. 이 때 세컨이 제일 분위기가 싸했던게 기억에 남는군요 ㅋㅋㅋ
어찌저찌 발대식을 무사히 끝내고 주말이 되었는데 갑자기 카톡이 날아옵니다. 죄송한데 신합 못하게 되었어요. 라고... 아직 연습 시작도 안했는데? 멘붕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한 명도 아니고 무려 3명이나 하루사이에 드랍을 했습니다. 퍼스트 2명에 세컨 한명. 세컨은 그렇다쳐도 퍼스트는 인원 균형이 무너질 판이었습니다. 이 때 갑자기 성준이한테 연락이 옵니다. 이녀석 분명이 면담하고서는 못할 것 같다 그랬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안하면 후회할 것 같다고 그럽니다. 빠지는 사람도 생겼겠다 하겠다는 사람 막을 이유가 없지요. 그렇게 성준이를 퍼스트에 투입하여 다시 균형을 맞추면서 약간 멘붕을 해소합니다. 그렇게 성준이는 훗날 에이스로 자라게 되고... ㅋㅋㅋㅋ
발대식 후 이틀 사이에 험난한 일들을 겪으며 결국 36명의 단원으로 7월 1일 첫 연습을 시작합니다. 아직은 기타를 전혀 못 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같이 연습하지 않고 선배들을 불러서 집단 레슨을 하여 기본적인 스케일은 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두 시간에 걸친 레슨 이후 여러분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서 우리 합주단 전체로 하는 첫 연습을 합니다. 반음 스케일 15. 정말 끔찍하게 느린 속도이죠 ㅋㅋㅋㅋ 사실 시작 전에는 이렇게까지 느리게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막상 시켜보니 이거도 빨라서 못 치는 친구들이 태반이더군요.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음 역반음 몇 번 하니 벌써 연습시간이 끝났더군요.
7월 3일 두 번째 연습. 땡연습을 해봅니다. 예상은 했지만 똬라라랑... 다이나믹한 소리가 납니다. 언젠간 맞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스케일 연습을 해봅니다. 이 날엔 세고비아 스케일을 처음으로 시도해보며 악보 읽는 법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악보의 첫 페이지를 나눠주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처음으로 나눠준 악보에는 포지션 번호, 줄 번호, 손가락 번호가 모두 적혀 있었지요. 일단 악보를 뽑아놓고 저를 비롯한 여러 선배들이 직접 쳐보면서 가장 적절한 운지를 찾아서 다 정리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적으려고 쳐보니 말도 안되는 운지밖에 안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줄간이동이 4줄씩 있지를 않나, 포지션을 몇 개씩 점프하는데 쉼표가 없질 않나... 어떻게든 최대한 쉽게 만들려고 노력 했는데 그래도 결국은 이상한 운지들이 남더군요. 그래서 사실 여러분들이 고생하며 잘 안된다고 하는 부분들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ㅋㅋㅋ 실제로 이상한 운지였으니깐 ㅋㅋㅋ 그래도 놀라웠던 것은 시간이 지나자 제가 운지가 이상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몇 군데를 여러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잘 치고 있어서 역시 모르고 시키면 다 잘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ㅋㅋ
어쨌든 그렇게 악보를 보게 시키고 7월 5일 토요일 처음으로 곡 연습을 시도 해봅니다. 곡 속도는 무려 60. 그래도 써드의 셋잇단이 끝나고 모든 파트가 나오는 첫 음이 나오는 순간 저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개개인의 소리는 아직 조잡했지만 그 모든 것을 합쳐서 화음을 이룬 소리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한 친구들이 꽤 있던 것 같더라고요. 물론 첫음만 좋았고 결국 그날 곡 연습 자체는 가관이었지요 ㅋㅋㅋ 그래도 여러분들은 이제 스케일만 주구장창 하지는 않는다고 조금 기뻐하더군요. 이 날은 경화의 생일이었습니다. 합주단에서 첫 생일자라 케잌을 챙겨주고 축하해주니 여러분들이 여기서는 이런 것도 해주냐라는 반응을 보여줘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7월 10일 다섯 번째 연습. 웨딩마치 3p 연습에 돌입합니다. 충격적인 박자와 리듬감으로 저에게 꽤나 좌절감을 준 연습이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제가 개인 연습을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잔소리를 많이 했지요. 악보를 안 봐오면 연습이 안 된다, 스케일 뒤처지면 개인 연습해서 보충해라 등등. 2주째 거의 스케일만 하면서 이렇게 잔소리를 해대니 여러분들도 꽤나 지쳐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7월 12일 코멘트를 받습니다. 너무 단원들을 재촉하는게 아니냐. 단원들이 힘들어 하는게 보이지 않느냐. 저는 코멘트를 들으며 충격도 받았고 스스로 다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즐겁게 신합을 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이렇게 다들 힘들어 해서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연습을 더 널널하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까지 이렇게 조급하게 단원들을 다그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심기일전하는 와중에 여러분들에게 카톡, 문자가 옵니다. 휘자님 코멘트에 상처받지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그런 소리 듣게 해서 미안하다고... 정말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내가 많이 흔들리는데도 날 믿어주고 따라주는구나. 이런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잘해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7월 15일 일곱 번째 연습. 그런데 이 날에는 오히려 진도가 느리다는 코멘트를 받습니다. 여러분들의 혼란스러워하는 표정들이 기억나는군요. 하지만 사실 그렇게 완전히 상반되는 코멘트들은 아니었습니다. 진도를 빠르게 하는 것과 제가 여러분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다른 문제이니까요. 어쨌든 이 날은 야심차게 준비한 애프터 날이었습니다. 여우락 공연을 보러 가는데 이건 뭐... 참 현대 음악의 오묘함을 느끼며 벙쪄서 돌아온 기억만 남네요 ㅋㅋㅋ
7월 19일 아홉 번째 연습. 엠티가는 토요일입니다. 연습시간에는 웨딩마치 첫 완주를 해냈습니다! 좀 많이 어거지로 하긴 했지만 ㅋㅋㅋ 어쨌든 완주도 했겠다, 엠티도 가겠다 다들 신났습니다. 마니또도 뽑고 미션도 받기도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건 뭐 어찌되든 상관 없었던거 같네요. 잔뜩 계곡을 기대하고 갔는데 웬걸 몇년만에 가물어서 계곡물이 다 말랐답니다. 실망스러움을 느끼지만 계곡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펜션 앞에 수도꼭지로 바가지에 물을 부어서 물놀이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뻘 짓들을 합니다 ㅋㅋㅋ 밤에는 문화부 게임과 술판이 벌어지고 주류진, 갓소연, 정승영(?)이 화려하게 데뷔합니다.
7월 22일 열 번째 연습. 역시 술의 힘인지 엠티 갔다 온 이후로 여러분들이 급속도로 친해진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과연 우리 합주단이 하나가 되어 친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는데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이날은 대망의 웨딩마치 첫 녹음을 했습니다. 녹음을 한다고 하니 다들 긴장합니다. 녹음 도중에 제가 말을 안 하니까 여러분들이 연습이라기보다 곡을 연주(?)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더군요. 장장 11분이나 걸린 완주 끝에 저도 여러분도 힘이 빠졌지만 그럼에도 드디어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지요. 완주가 끝나자 라데츠키 악보를 나눠주고 여러분은 탄식했습니다 ㅋㅋㅋ
7월 26일 열두 번째 연습. 녹음 과제를 내줬습니다. 파트별 한두명씩 6명이 한 조가 되어 총 6조로 나뉘었습니다. 파트별로 거의 자기 소리밖에 안 나는 것을 녹음하라니까 여러분들이 굉장히 당황하더군요. 또한 2차 면담을 시작했습니다. 처참한 실력들을 예상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면담을 시작했는데 막상 시켜보니까 다들 의외로 잘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항상 여러분들 전체만 대하다가 개개인과 대화를 하는 기회를 가져서 이래저래 재밌었습니다. 자기 파트원들 이름을 다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웃기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랬습니다ㅋㅋㅋ 뭐 퍼스트 세컨은 사람이 많다보니 헷갈릴 수도 있긴하지만 ㅋㅋㅋ 어쨌든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빡빡해서 하루종일 앉아서 면담만하니 저녁때 쯤 돼서는 혼이 빠지는 느낌이 나기도 했고 여러분들한테도 걱정을 좀 받았던 것 같네요 ㅋㅋ 그래도 그렇게 앉아 있으며 옆에서 조별 녹음한다고 몇 시간씩 연습하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힘이 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7월 29일 열세 번째 연습. 라데츠키를 완주합니다. 그 기념으로 라데츠키와 웨딩마치를 이어서 녹음까지 해버립니다. 진정한 첫 완주를 해내고 다들 뿌듯해 합니다.
7월 31일 열네 번째 연습. 드디어 제가 땡자에서 지휘자가 됩니다. 처음으로 여러분들 앞에서 지휘봉을 꺼내서 휘두릅니다. 아직은 저도 많이 어색하고 여러분도 앞을 보고 쳐야 된다는 부담감이 많습니다.
8월 2일 열다섯 번째 연습. 이 날부터 여러분들의 스케일 연습 시간을 대폭 줄였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전까지는 스케일 연습을 3시간씩하고 곡연습을 한시간 정도밖에 안했습니다. 여러분들은 고통스러워하였지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들이었죠 ㅋㅋㅋㅋ 어쨌든 이때부터 스케일을 1시간에서 2시간 사이로 줄이면서 본격적으로 곡을 다루면서 연습을 진행합니다.
이 시기에는 제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연습을 하는데 여러분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내가 하는 말들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전달이 되는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무렵쯤부터 슬슬 여러분들과 딱히 애프터 날이 아니더라도 소규모 술자리들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합주고 뭐고 다 떠난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로 더욱 친해지니 합주에서 트롤링하더라도 제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 적어지는 효과가 좀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
8월 9일 열여덟 번째 연습. 지휘로 웨딩마치 완주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완주의 기쁨도 잠시, 성훈이형의 매서운 코멘트를 받고 풀이 죽습니다. 더욱 연습하라는 압박에 더하여 여러분들에게 개인 녹음과제를 내줍니다. 여러분들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나와서 연습했습니다. 자기가 친걸 녹음해보고 마음에 안든다고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저의 후한 채점으로 대부분의 친구들은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았죠 ㅋㅋㅋ
8월 12일 열아홉 번째 연습. 라데츠키도 지휘로 어찌저찌 완주에 성공합니다. 이제 두 곡다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걸 기념해서 여러분에게 악상이 적힌 새로운 악보를 나눠줬습니다. 이제는 악상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거죠. 또한 이날은 영효의 생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으라는 영효는 멀쩡하더니 뜬금없이 나준엽쇼가 펼쳐지며 준엽이가 화려하게 데뷔하였습니다 ㅋㅋㅋㅋ
8월 14일 스무번째 연습. 이날은 처음으로 MC를 했습니다. 충격과 공포의 웨딩마치 서바이벌을 할 때 음하나 틀리면서 나오는 탄식, 차례를 넘겨받는 긴장감, 완주에 성공하고 집에 가는 환호성... 참으로 재미있었지요 ㅋㅋㅋ
그러고선 전훈을 갑니다. 여러분은 처음 가는 전훈. 겁도 많이 주고 준비도 단단히 해서 출발합니다. 생전 처음보는 선배들과 함께 지리산을 타면서 코펠로 밥도 지어보고, 판초를 쓴채 우중산행도 해보고, 지리 워터파크(...)를 경험도 해보고 다양한 추억들이 남았습니다. 바다에 가서도 사람들 던지랴 묻으랴 개이득을 취하랴(...) 난리도 아니었지요. 전훈이야 말로 화현회의 낭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사이기에 저는 여러분들이 전훈가서 즐기는 모습만 봐도 제 목적이 반 이상 달성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ㅋㅋㅋ 밤에 벌어진 술판에서 주류진은 또다시 각성하고 갓소연은 스프린터로 진화하고 어김없이 유쾌한(?) 술자리였습니다. 전훈 마지막날 밤에 신합들을 모아 놓고서 제가 지휘하는(상추같은걸 들고서?) 것에 맞춰서 여러분들이 입으로(!) 완주를 해보는 전통같은게 있었는데 제가 초기에 너무 빨리 죽는 바람에... 다시 깨어 나니 여러분들이 반 이상 죽어있고 다들 흩어져 있어서 결국 못하고 말았네요. 이건 참 아쉽습니다ㅠ
전훈을 갔다 와선 열심히 재활 훈련을 했습니다. 다들 손이 굳어서 잘 안움직인다고 불평을 하면서 연습을 합니다. 또 출석을 계산하여 연주회 자리를 정했습니다. 결석 2점에 지각 1점인데 영규가 24점이라는 폭발적인 점수로 1위를 거머쥡니다 ㅋㅋㅋㅋ
8월 23일 스물두 번째 연습. 드디어 1차 리허설입니다. 사실 말은 안했지만 이 날 연습에서 처음으로 반음스케일 속도 60을 돌파합니다. 15속도로 치던 시절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죠. 어쨌든 연습이 끝나고 리허설을 준비합니다. 다들 바짝 긴장된 상태로 들어가 연주를 합니다. 전훈의 영향이었을까요. 썩 괜찮지 못한 연주를 하고 호된 코멘트를 받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힘이 빠졌던 것 같습니다.
8월 26일. 스물세 번째 연습. 리허설 망하거나 말거나 우린 롯데월드를 갑니다 ㅋㅋㅋㅋ 아침연습으로 당기고 룸에서 일찍 출발하여 롯데월드를 향했습니다. 가서 별별 놀이기구를 다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특히 자이로드롭을 타고 내리자마자 폭우가 쏟아졌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와 정말 한 10초만 늦었어도 그걸 맞으면서 내려올 뻔했습니다 ㅋㅋㅋ
8월 28일 스물네 번째 연습. 이날도 엠씨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시작하여 3시쯤부터 라데츠키 서바이벌을 시작하였죠. 원래는 7시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날씨가 정말 좋아서 일찍 끝내고 버들골로 놀러가기로 합니다. 후다닥 연습을 끝내고 끝내주는 날씨 속에 버들골로 가서 냉면을 시켜먹었지요.
8월 30일 스물다섯 번째 연습. 2차 리허설 날입니다. 리허설도 한 번 해봐서 분위기도 대충 알겠다, 여러분들은 조금도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완주. 그리고 쏟아져 나온 칭찬. 우리들 얼굴에 화색이 돋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리허설에서 칭찬을 받아 본적이 없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여러분들 덕에 칭찬도 들어보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9월 2일 스물여섯 번째 연습. 드디어 개강을 했습니다. 방학 때처럼 다들 여유가 있는게 아니어서 정신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배추반 장터를 한다고 룸앞에서 다들 막걸리를 마시다가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저 또한 잡혀가서 거의 막걸리 병샷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연습을 하는데 제 입으로 공과 사를 구분해야하니 어쩌니하면서 연습만큼은 똑바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흔들리는 제 박자와 들어도 이게 맞는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귀 등등 취기가 너무 올라서 연습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지요ㅋㅋㅋ 그러면서도 마치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데 너희가 취해서 못맞춘다는 식으로 배짱을 부려서 약간 분위기를 잡으려 그랬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제 꼴을 보면 어림도 없는 짓이었던 것 같네요 ㅋㅋㅋ 어쨌든 안되는 연습은 제끼고 일찍 끝내고 준엽이 생일파티나 하러 갔습니다. 또한 지금껏 함께하던 호길이가 드랍했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3차 리허설. 줄을 안내려서 혼납니다. 참 연주 자체는 굉장히 잘했는데 줄 때문에 말아먹어서 여러모로 굉장히 아쉬웠지요. 어쨌든 추석 전에 곡을 어느정도 완성해놔서 뿌듯하게 마무리를 합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기나긴 추석 연휴. 많이들 고향에 내려갔지만 그래도 부르니 반이상은 연습에 나왔습니다. 최대한 손이 덜 굳도록 연습을 하는데 사실 그 때 모아놓고는 그냥 거의 시시덕거리며 놀았던 것 같네요 ㅋㅋㅋ 신합 첫 녹음을 다같이 들어보며 경악해보기도 하고, 라데츠키를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치면서 신나보기도하고...
그렇게 추석 연휴가 지나고 9월 11일 스물일곱 번째 마지막 연습. 사소한 것만 짚어보고 완주연습을 합니다. 마지막 녹음. 그리고 소등. 두 달 반 동안 연습하며 여러분들은 이제 어둠속에서도 완주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 끈 상태로 하는 이야기들... 여러분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신합을 아껴주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9월 13일 연주회. 아침부터 기타 나르느라 바쁘고 리허설 전에 머리하랴 화장하려 정신이 없습니다. 다들 예쁘게 멋있게 단장하고 리허설을 합니다. 사진 사진. 남는 시간에는 편지를 쓰느라 바쁩니다. 그렇게 시간이 되고 연주회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완주, 연주회에서 성공적인 연주를 끝마쳤습니다.
연주회에서 우리가 곡을 연주한 시간은 12분 남짓. 그 12분을 위하여 우리는 두 달 반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연습시간으로 따지면 27번의 연습과 2번의 MC 116시간입니다. 거기에 파트연습시간, 추석연휴, 개인 연습 시간 등을 생각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겠지요. 하지만 연주회의 12분에는 우리가 그 긴 시간동안 함께한 추억이 담겨있습니다. 신합을 시작하기 전만해도 서로 전혀 모르던 우리들이 인생이 벗이 되었고 기타한번 잡아보지 못했던 여러분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자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합을 시작하면서 제 목표는 여러분들 모두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화현회를 열심히 할 친구든 신합만 하고 떠날 친구든 2014년 여름의 신합을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한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합니다. 여러분들이 서로서로 친해지며 즐겁게 이 여름을 보냈고 역대급 잘하는 신합이라는 칭찬도 들으며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꿈같은 추억을 만들어주겠다고 노력하다보니 정작 제가 신합의 꿈에 풍덩 빠진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연주회는 끝났고 신합도 끝났다고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 글을 쓰다보니 이제야 현실감이 드네요. 이제 저는 ‘전 신합 지휘자’이고 여러분도 ‘전 신합 단원’들이 되었습니다. 다시 여러분들 앞에 지휘자로 서지 못한다는게 너무나도 아쉽군요.
저는 초반에만 해도 여러분들 모두를 대하는게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사람 대하는걸 잘 못해 지휘자를 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은 사라지고 언젠가부터 여러분들이 너무 좋아서 계속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생각에 내가 도전적으로 이걸 시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함께 해준 여러분들이 너무나 고맙네요.
이렇게 후기를 올림으로써 정말 신합이 끝났다는게 실감이 나네요. 시간이 흐르면 이 신합의 기억 또한 흐려지고 영상과 단편적인 추억만 남겠죠. 아직까지는 저를 휘자님으로 불러주는 친구들이 많지만 또다른 지휘자를 만나게 되면 그것도 이제 끝이겠지요. 그래도 제가 여러분들의 영원한 신합 휘자로, 첫 합주를 함께한 지휘자로 계속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2014년 여름, 함께 멋진 꿈을 꾼 성보, (이)소정이, 승영이, 진섭이, 승현이, 한솔이, 영효, (백)지원이, 경화, 영익이, 태현이, 성준이, 은경이, 한세, (김)소정이, 세진이, 수정이, 상준이, 재현이, (도)지원이, 우석이, 순우, 유진이, 상원이형, 기범이, (홍)지선이, 지혜, 자윤이, 선재, 성열이, (한)지선이, 현화, 소연이, 영규, 준엽이, 고맙습니다!
|
|
|
 |
|
|
오빠 정말 수고 많았어!! ㅎㅎ
|
2014/09/28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휘연오빠 개귘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짱재밌었어여짱짱맨
|
2014/09/29
|
|
|
휭~~~~~~~~~~~~~~~~ <3
|
2014/09/29
|
|
|
휭여 클라스~ 50기를 최고의 신합으로 만들어줘서, 훌륭한 여름방학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
2014/09/29
|
|
|
성준이가 저런 사연이 있었구나 ㅋㅋㅋㅋㅋ
|
2014/10/10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