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6 연구발표 <Make arrangements for a ARRANGEMENT-잠을 잊을 그대에게>
1. 연구발표의 목적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집회 참석을 일반 회원들로부터 끌어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발표 하기’를 위해서 급조하거나, 막연한 책임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의 전공과 클래식기타 합주단이라는 동아리, 두 단체 간의 어떤 교집합으로부터 긍정적인 시너지효과를 내고자, 그리고 학기말에서 방학 초입마다 화현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편곡 폭탄’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했다.
2. 편곡의 정의
편곡이란, ‘이미 작곡된 곡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재구성하는 행위’이다. 이 정의가 갖는 모호함을 해결하려면, 우선 ‘자신의 의도’와 ‘재구성’의 방법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설정해야 한다.
우선, 우리의 의도는 무엇일까? 화현인의 편곡행위는 ‘여섯 줄을 가진 기타’라는 악기를 위한 것이다. 이것만은 다양한 편곡양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교집합이다. 또한 ‘화현회’라는 단체의 특성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작곡된 곡을 ‘기타’에 맞추어 재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더 이상 연주할 수 없다(물론, 기타 곡을 그대로 연주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화현인의 편곡’의 의도는 기타연주를 위한 것임이 밝혀졌다. 이어, ‘재구성’의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실, 편곡의 방법은 온 세계의 음악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는 앞에서 우리의 의도를 분명히 하였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편곡은 ‘악기를 바꾼다’라는 대전제 하에 논의되는 것으로 한정하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편곡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음악은 변화한다. 우리는 악기가 바뀜으로써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원곡의 ‘변화’를 얼마만큼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음색과 음역’이라는 최소한의 범위를 설정할 것인지, 아니면 조성, 화성, 진행, 대선율 혹은 곡 전체의 구조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 최대한의 범위를 설정하여 작곡적인 변화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작곡과 편곡이라는 오묘한 음악용어 사이에 단단한 담과 같은 분수령을 그릴 수는 업겠지만, 이쯤 되면 ‘~주제에 의한 소나타’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우리 동아리 내에서 추구하는 편곡은, 편곡자의 동기가 ‘창작열’이 아닌 ‘동경해왔던 아름다운 음악을 스스로 연주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온 것인 만큼, ‘편곡으로 인한 변화’는 최소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로 이 연구발표에서의 ‘편곡’이라는 단어는, ‘귀로 체험했던 음악의 아름다움을 기타라는 악기를 이용해 재현하기 위한 욕구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원곡의 변화를 최소화하기위해 악기의 교체로부터 필연적으로 비롯되는 음역이나 음색만을 변화의 요인으로 삼는, 원곡에 대한 재구성행위’라 할 수 있다.
3. 편곡작업의 성공적인 수행
‘원곡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작곡자의 의도를 읽어내야 한다. 편곡하고자 하는 곡의 ‘1차 악보’와 ‘음악’을 통해 작곡자와 대화를 나누고, 자신이 작곡자의 입장이 되어 반드시 있어야 할 것과 편곡과정에서 걸러져야 할 것들을 분류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타라는 악기의 음역과 연주법에 맞게, 오선보 위에 재현해내는 것이 성공적인 편곡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언급한, 악기에 맞게 오선보위에 재현하는 것은 연주가라면 대부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작곡가의 의도를 읽고,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는 앞의 두 작업이다.
악기선택, 악상, 음향, 구성, 화음형태, 화성, 진행, 선율, 규모 등등 ‘곡’이라는 것 자체가 작곡자의 의도로 똘똘 뭉쳐있다. 우리는 이전의 논의에서 이 연구발표에서의 편곡을 ‘원곡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정했다. 그러므로 작곡자의 의도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며, 우리가 그의 의도를 읽어내 우리의 의도로 대체해야 할 부분은 ‘음색’과 ‘화음형태’임을 알 수 있다. 음색, 즉 ‘악기’를 알면, 작곡자가 ‘왜 그 부분에서 그 악기를 사용했는지, 왜 이런 형태로 썼는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기타에 맞는 형태로 재현하면 되는 것이다. 현악기군,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의 순서로, 간략한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현악기군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먼저 완성된 부분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오케스트라의 기본이 되며, 타 악기군들보다 기능, 규모, 표현 등 다양한 면에서 우월적 입지에 있다. 곡의 주 멜로디를 맡는 경우가 많다. 1600년에서 1750년에 이르는 Bach와 Handel의 1기 오케스트라는, 현악합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그를 통한 ‘안정’을 강조했다. 이것은 오페라와 발레, 칸타타 등을 통하여 현의 안정적인 느낌에 다양한 음색을 추가하며 발전하였다. Mozart와 Haydn시대부터 현, 목, 금의 독립적인 파트 중 하나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목관악기군은 현의 ‘하나의 소리’에 비해 각각의 개성이 강하고, 색채가 짙다. 이것은 주로 작곡가의 선호도에 의해 결정된다. 현악기군이 동질의 소리를 나누어, 주로 작품 전체를 쉼 없이 연주하는 반면, 목관악기군은 각각의 개성적인 소리로 작품 중의 특정효과를 위해 비축해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는 현악기의 주선율에 화성적인 배경을 부여하거나, 대위적인 중경으로 연출되는 경우도 많다. 금관악기군은 본래 사냥이나 군대의 행진과 같은 기능을 위한 야외연주용 악기였다. 악기의 표준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유동적이다. 참고로, Mahler와 Stravinsky 시대에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대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일반적 관례가 되었다. 현, 목, 금이 세 배 이상 증원되고, 4~5명의 연주자를 필요로 하는 거대한 타악기군을 보는 것도 비일비재한 일이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규모만 커진 것은 아니다. 그 쓰임에 있어서도 매우 섬세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무슨 악기가 어느 부분을 연주해야 하는지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때는, 작곡가들이 관현악 편곡에 있어서 그다지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오케스트라가 거대해져 표현의 다양성에 대한 가능성이 증대되고, 한 음 한 음, 음색, 음향에 뉘앙스까지 작곡행위에서 빠뜨림 없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됨에 따라, 그들은 관현악법에 있어서 엄청난 세심함을 발휘해야만 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비전공 편곡자이지만, 위의 변화와 악기특성을 이해함으로써 편곡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각 악기의 용도와 특성, 오케스트라의 역사성을 파악하고, 악보를 보고 음악을 들어야 한다. 그를 통해 곡의 섹션과 프레이즈를 구분하고, 주선율과 대선율을 찾아가는 것이 무턱대고 악보를 카피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자, 작곡가는 A라는 의도로 그 부분에서 A라는 악기를 사용했다. 우리는 그것을 기타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고민하면 된다.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곡의 다양한 요소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앞의 정의에 따르자면 우리가 할 일은 ‘기타’라는 악기에 맞게 음악을 재현하는 것이므로, 그 대상은 주로 ‘화음’이 되고는 한다. 튜바의 최저음부터 피콜로의 최고음, 각종 타악기의 음향을 문희준보다 좁은 11현 4옥타브에 우겨넣고, 많은 성부와 넓은 성부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화음구성을 단 4~6성부로 요약하며, 그 다양하고 천차만별인 음색들을 오로지 기타 하나로만 표현해야 한다. 악기교체로부터 비롯되는 음색의 문제는 앞에 서 다루었고, ‘Touch’의 문제는 기타를 잘 연주하지 못하는 내가 터치할 범위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지금은 화음의 구성만을 다루기로 했다. ‘조성음악’안에서의 기본 원리만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태초에 근음이 있었다. 그것을 반으로 접으니 비슷한 소리가 났다. 이에 신기함을 느낀 자가 1:2 다음으로 쉬운 2:3이라는 비율로 접었다. 5도 위의 소리가 났다. 3:4의 줄에서는 4도 위의 소리가 났다. 그들은 점점 다른 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음악의 시초일지니…
조성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4,5라는 숫자이다. 으뜸, 버금, 딸림이 될 수도 있고, 음정이 될 수도 있고, Tonic, Subdominant, Dominant가, 안정, 수식, 진행이 될 수도 있다. 조성음악에서, 이 음들은 기능적으로 곡을 지배하며 이끌어간다(중복법 설명). 전위화음의 성격은 약간 다르다. 1전위는 4도음정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열린 소리’, 2전위는 오히려 4도음정이 중심이 되는 ‘불안정한, 해결을 필요로 하는 방향성’을 내재하고 있다(중복법). 7화음의 경우는 ‘고유의 소리’와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특별한 의도가 없는 한은, Bass와 타 성부간의 간격은 먼 것이 좋다.
5. 롤랑디용의 편곡 논쟁(www.guitarmania.org의 기타음악감상실에서 롤랑디용 검색하면 나옵니다)
A: 쇼팽은 기타로 완성될 것이다 B: 기타연주로는 쇼팽의 가치를 손상시킨다
편곡이라는 것은 원곡의 ‘변화’를 전제한다. 편곡이 효과적이지 못할 때, 그 변화는 종종 ‘상실’이 되어 다가온다. 어떤 사람들은 ‘원곡의 완벽한 재현’을 원한다면, 그것은 편곡된 악기에서의 ‘무리함’을 담보로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음색’외에는 어떤 가치도 없다고 여기기도 한다. 몇몇의 선배들 역시 ‘이러한 형태의 화현회 편곡은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 또한, 그렇게 높은 단계의 편곡행위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더 높은 단계의 편곡은 어떤 것일까? 바로 ‘연주되는 악기’에 맞게, 원곡의 보편성을 최소화 하여 남겨두고, 악기의 특수성을 최대화 하여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편곡되는 악기로의 가능성이 탐지되는 좋은 선곡, 편곡하고자 하는 악기의 특성 파악, 원곡의 보편성 파악, 보편성과 특수성을 넘나드는 적절한 편곡행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치 외국어를 의역하듯이(우리의 편곡은 직역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악기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편곡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편곡의 재미가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감상 : Chopin Waltz Op.69-2 피아노, 기타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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