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
| Total : 120 , total-list : 8 |
|
Latest Comment |
|
|
| - 게시물제목 : 나의 기타 이야기 (6) |
2,015 - 조회 |
|
- 작성자이름 : 장경현
|
2003/07/13 - 등록 |
* 그동안 너무 글을 안 썼죠? 그래도 화현회 들어와서의 이야기는 써야겠다는 생각에서 다시 시도해 봅니다...
-------------------------------
나는 입학하자마자 화현회에 가입하려고 결심했다. 물론 누나가 화현회에서 활동하면서 화현회 연주회도 몇 번 보고 또 우리 집에 선배들이 와서 연습하는 것도 본 결과였다. 그렇지만 속마음으로는 사실 갤럭시와 같은 서울대 밴드가 있다면 거기 가입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입학하기 전, 서울대 밴드였던 갤럭시는(음반도 내고 TV 출연도 많이 했던 밴드였다) 학생회한테 쫓겨나고 말았다.
지금처럼 집회를 해도 밴드가 나와 하드코어를 연주하고 축제기간에는 내내 밴드 공연이 있는 상황과는 전연 달랐다. 그때는 교내에서 밴드 공연을 하면 그야말로 돌 맞을 분위기였고 화현회도 부르주아 서클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공대는 그래도 과 행사 때 간단한 밴드 공연도 했던 모양이지만 특히 국문과는 달랐다. 국문인의 밤을 할 때마다 친구가 나보고 클래식기타 연주를 하라고 했었는데 매번 다시 와서 '미안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구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졸업할 때까지 반복되었으니 분위기는 말 안 해도 짐작할 것이다.
뭐 심지어, 내가 공연 때문에 기타 들고 양복 입고 과에서 어슬렁거리니까 여자후배가 넥타이를 고쳐주면서 '화현회에서는 활동하려면 돈 내야 한다면서요? 참 나쁜 서클이에요.'라고 말했으니....
3월 중순쯤이었나, 서클룸을 찾다찾다 못 찾은 나는 학생식당에서 우연히 기타 케이스를 든 사람을 발견했다. 다짜고짜 그 사람한테 다가가서 화현회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친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나를 서클룸으로 데려갔다. 그는 84학번 홍석중 선배였다.
아마 토요일이었던 것 같다. 서클룸에는 세 명이 팀 연습을 하고 있었고 난 무료하여 기타를 꺼내 퉁겨보다가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듣고 기가 꺾였다. 그리고 조금 치니까 듣던 선배가 와서 내 앞에서 그 곡을 큰 소리로 쳐 보였다. 그 사람은 85학번 홍기두 선배였다.
집회 시간에 혹 기타를 쳐보라고 하면 치려고 소르의 미뉴에트 A 장조를 연습해 왔는데 아무도 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화현회에서의 일은 말하려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동기인 87들은 다들 개성이 제각각이었고 음악에 열정이 대단한 친구들이 많았다. 국악의 거장인 황병기 선생님의 아들인 황원묵은 김금헌 선생에게 기타를 배웠고 늘 실험적이고 무거운 음악을 하고 싶어했다. 화학과 김진한은 독학으로 기타를 연주했었고 늘 어두운 분위기에 잠겨 있었다. 그의 기타 소리는 유리처럼 영롱했고 섬세했다. 기계설계학과 정상훈은 고등학교 때 밴드를 만들었던 경력이 있었는데 금속성의 메탈 보컬 실력과 함께 정확한 박자 감각, 정확한 청음 실력, 재즈와 클래식, 락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 영문과 노은정은 고등학교 때 김용대 선생한테 배워서 웬만한 남자보다 잘 쳤다. 그리고 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경영학과 박 모 군은 고등학교 기타 서클이었고 노근영 선생한테 오랫동안 배워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는 곧 탈퇴하여 경영대 기타 서클 '뮤즈'를 만들었다. 하긴 의대 김병일은 나중에 본과 가서 의대 서클 '아르페지오'를 만들었으니 서울대 단과대 기타 서클들은 화현회 87들이 두 개나 만든 셈이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듯 기타를 치고 음악을 공부했다. 몇 명은 정진덕 선생한테 기타를 배웠고 나와 원묵, 강희 등 몇 명은 한국일보 문화센터에 가서 문풍인 선생께 지도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일렉 기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1학년 1학기 무렵, 난 과 친구들 몇 명과 스터디를 하며 각자의 집에 돌아가며 가서 공부하고 놀았었다. 그때 멤버들 중 두 명은 피아노 실력이 대단했다. 내가 그때 기타로 쇼팽의 <녹턴>도 칠 수 있다고 하자 그 애들은 반신반의했고 그 계기로 타레가 편곡의 <녹턴>을 연습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그때 같이 다니던 아이들 중 한 명은 현재 방송작가가 되어 <옥탑방 고양이>를 쓰고 있다.
서클룸에서 <녹턴>을 연습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내 앞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한테 인사를 청했다. 그는 84학번 홍성각 선배였고 우리의 운명적 만남은 이렇게 처음 이루어졌다.
후배들은 모르겠지만 홍성각 선배는 천재였다. 84학번에는 유달리 기타 실력이 뛰어나고 음악의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 많았다. 거의 기타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황익호 선배, 거의 준프로로 나서서 학전소극장에서 공연도 했었던 정통파 클래식 기타리스트 강현모 선배, 기타는 늦게 시작했지만 노력과 애정으로 일가를 이룬 김성희 선배, 대단한 84학번 가운데에서도 최고라고 꼽히던 서상원 선배.... 홍성각 선배는 장학퀴즈 주장원, 10대의 나이에 남들보다 일찍 서울대에 입학한 경력에다 고등학교 때 밴드 경력 등이 있었고 선천적인 음악적 재능과 노력이 결합된 사람이었다. 거기에 폭 넓은 교양과 섬세한 감수성, 수려한 외모까지. 일렉기타를 직접 만들기까지 한 사람이다.
2학기 때, 과 친구가 기숙사 오픈하우스 축제 때 가요제를 하는데 일렉 기타 연주를 해달라고 청해왔다. 해바라기의 노래를 그 친구와 그의 룸메이트가 부르고 그 친구가 피아노를, 내가 일렉 기타를 맡기로 했다. 난 일렉 기타가 없어 상훈이의 레스폴 카피 모델을 빌려왔다.
그런데 당일, PA 세팅도 제대로 못 하고 하게 되어 무척 당황했고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는 할 수 없이 솔로 부분을 게리 무어와 잉베이 말름스틴 풍의 속주로 후렸다. 무대에서 내려올 때 관객들 틈에서 들리는 소리는, '백 투더 퓨처다, 백 투더 퓨처' 이런 소리였다....
|
|
|
 |
|
|
아하.. 그래서 뮤즈 사람들이 최근까지 노근영 선생님께 배웠던거군요..@@
요즘은 서울대입구에 있는 배철희 선생님에게서 몇명 배운다고 하더군요..
|
2004/07/08
del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