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흐린 가을 하늘을 보니, 누구의 노래처럼 편지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우울한 노래를 들으면서 편지를 쓰면 사각사각 연필이 종이에 닿는 소리가 흐느낌으로 느껴질까요?
고등학교 시절, 여고생의 로망인 국어 선생님을 좋아했더랬습니다. 인기 절정의 선생님, 어떤 말 한 마디인들 그 시절 그 감수성에 멋있어 보이지 않았으련만...
2학년 가을, 선생님께서 운동장 한 가에 있는 플라타너스에 기대어 계신 것을 발견.. 교지 발행의 사명을 진 문예부 친구와 함께 설문조사 용지를 들고 다가갔었죠.
선생님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질문 1번은
" 세상이 끝나는 날, 공중전화에 50원이 [그랬던 시절이 있었,..; 지금은 70원..가혹해..ㅠ.ㅠ] 남아있어 당신이 단 한 통의 전화를 한다면 누구에게 하시겠습니까?" 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는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은사님-_-;'과 같은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답을 해주셨어요.
하지만 우리의 로망, 국어 선생님의 답이 그렇다면 그건 실망^^
국어 선생님의 답변은..
"그리움에게"
였습니다.
가을날 노을지는 오후, 플라타너스 곁에서 여고생에게 이 대답은, 말그대로 가슴을 울리는 한 마디.
그리움에게, 그리움에게, 그리움에게...몇 번을 그렇게 되뇌었던지...
그 선생님께서 즐겨부르셨던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계속해서 귓가를 맴돕니다. 우울한 노래, 우울해서 싫어하는 노래, 한 번 들으면 끝없이 반복되어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노래...
만약 세상에서 단 한 통의 전화를 걸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걸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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