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서음이 공부하다가.. |
462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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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황도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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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9 - 등록 |
특정감정표상법
‘클래식’이라 부르는 17세기 후반에서 19세기에 작곡된 서양음악은 기악곡이 많은 것과 달리 중세와 르네상스 음악은 종교음악과 성악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사가 없는 기악음악은 중세 이전인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천대 받거나 금지되어왔었다. 특히 기악음악은 인간을 감정적으로 치우치게 하는 위험하고 자극적이며 비이성적인 음악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사고는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 초기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종교적인 믿음과 철학적인 전통에 따라 기악음악을 천대하고 금지하던 천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후, 바로크 시대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기악음악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 바로크 음악을 ‘누오베 무지케’로 부르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시기에 기악음악이 성악과 다른 독자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바로크 시대 들어서면서 기악음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기악을 천대했던 바로 그 이유, 즉 추상성과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바로크 시대 기악음악은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기악음악의 발전은 합리론을 주장함으로 17세기 유럽 사상을 주도했던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와 상관이 있다. 서양철학의 전통을 계승한 데카르트는 이성을 인간의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규정하고 그동안 이성과 다른, 반대되는 영역으로 취급되던 감정을 이성의 하위영역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데카르트는 『마음의 정념에 관한 논고』(Traite des passions de l'ame, 1649)에서 “감정은, 이성과 달리, 자발적으로 발생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자극을 주어야지만 유발되는데 음악, 특히 가사가 없는 추상적인 선율은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감정을 작동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서술한다.
데카르트의 가설을 받아들인 당시의 음악이론가들은 성악음악은 감성의 자극 보다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먼저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기악음악 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능력이 열등하다고 주장하게 된다. 또한 6가지 ‘기본감정’(기쁨, 슬픔, 미움, 사랑, 욕망, 감탄)을 자극하는 ‘특정음형’을 들려주면 잠자고 있는 감정이 발생한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하나의 ‘특정감정’과 연관된 ‘특정음형들’을 찾아내는 작업으로 이어지면서 ‘특정감정표상법’(Doctrine of Affection)이란 이론이 힘을 얻게 된다. ‘특정음형으로 특정감정을 그린다.’는 뜻의 특정감정표상법에 따르면, ‘기쁨’의 감정을 유발시켜줄 수 있는 ‘기쁨’의 음형을 들려주면 마음속에서 ‘기쁨’이 만들어져서 듣는 사람이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특정음형 한 개를 반복해서 들려줌으로 특정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바로크적 사고는 바흐의 푸가(Fuga)나 인벤션(Invention)이 왜 한 가지 유형의 음형과 리듬, 다시 말해 단일주제(mono theme)로 이루어졌는지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동일한 음형과 리듬 패턴을 사용하여 만든 바흐의 <푸가>나 <인벤션>이 바로크 음악의 이상을 음으로 구체화한 거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감상시 조금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철학적인 주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 적용시킴으로서 결국 기악음악이 성악보다 열등하지 않은 음악, 그리고 성악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바로크 시대 기악음악은 성악과 별개로 독자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바로크 기악음악의 발달을 ‘해방’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가사에 대한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기악음악이 독자적인 역할과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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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가라는 형식에 그런 의미도 있네요 신기하다..
역시 바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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