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때도 말했지만, 두 손으로도 셀 수 없는 횟수의 연주회를 해 왔군요.
40주년까지 치면 열두번째... 참으로 무시무시합니다.
여섯번의 합주는 다섯번 무지각 전출, 한번 1지각 전출, 31111BG, 그리고 있어서는 안될 2연속 악장.
헨델의 수상음악, 모짜르트의 그랑 파르티타, 멘델스존의 핑갈의동굴..., 브람스의 세레나데, 생상스의 주신의 춤,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
쿼텟은 좀 많이 해 왔네요. 40주년까지 치면 여섯번인가 -_-;;;
차이콥스키아저씨와 맹탕아저씨와 오원과 팀원들과 함께했던. 괴이한 운지와 스케일이 있었던 10.5 쿼텟
집행부 학번팀이 나올뻔 하다 어느 귀인의 도움으로 지옥의 나락에 빠질번 했던,
그래도 연습 과정과 곡은 매우 좋았던 라즈모프스키+작은모음곡, 3:1(이었던가..) 쿼텟
지금 생각해도 아련하고 그립고 흐뭇했던 아이들과의 6개월의 시간들.
현을 위한 세레나데와 함께했던 즐거웠던 첫 팀장의 기억
뭔가 음악적으로 조금 레벨업 한 상태에서 즐겼던 헝가리무곡과 판당고. 내 두번째 팀장의 기억.
독주 끝나고 술먹다가 결성된, 준영이가 매우 힘들었을..
그렇지만 언제고 꼭 해보고 싶던 인베르노와 푸가를 할 수 있었던 쿼텟. (이 쿼텟 팀 이름 뭐더라.. -_-;;)
꼭 해보고 싶던 OB연주회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는 그만큼 다들 고생했던,
평균율 푸가와 현대곡인 스핀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조합의 선곡이었던, 시꺼먼 쿼텟.
듀엣도 어쩌다보니, 이번을 빼면 세번이나 했습니다.
언제나 고맙고 정말 친동생같은 민정이와 함께해서 좋았던, 아마 역대 최단지-_-; 듀엣으로 남을 코르도바+이브닝댄스.
막 복학했던 병주가 단박에 넘어와 급결성후 하게된 산젠인+파반느 듀엣.
말도안되는 이한울의 선곡에 희생당해 약 5개월동안 빌빌대었던-_-;
아직도 룸에 가면 가끔 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이탈리아모음곡 듀엣
그리고 여러가지 의미로 남아있는 독주까지.
이번 연주회는 준비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밀도있는 연습이 조금은 힘든만큼 일찍 선곡해서 일찍 연습하자는 계획은 어찌어찌하다보니 틀어지고.
가까스로 선곡을 하고 연습을 시작하긴 했지만 생각외로 너무 나지 않는 연습시간들...
워낙에 암보도 느리고 이래서 리버리 연습 초창기였던 6월말에는 정말이지 힘들었습니다.
이제와 말하는거지만 그맘때 영찬이가 못하겠다고 했으면 단칼에 듀엣이 해체되었을지도 몰랐을 정도로요.
어찌어찌 판당고가 7월 초순인가 중순인가에 선곡되고...
새삼스레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는게 느껴지기 시작하니 뭔가 그렇더라고요.
이번에 만족스런 연주를 하지 못하면, 앞선 열한번의 연주들도 조금은 빛이 바랠것 같은 느낌.
덕분에 좀 더 시간을 쥐어짜내어 연습을 하고, 자신을 몰아붙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영찬이한테는 연습중간중간 얘기한건데
어쩌다보니 두 곡 모두 영찬이가 뭔가 음이 많더라고요. 귀찮은 테크닉을 요하는 부분도 많고...
영찬이가 힘들어 할때마다 나는 쉬운거 하고 있는데... 하면서 미안해서 말도 잘 못하고 (맞나 영찬아? -_-)
또 영찬이는 영찬이 나름대로 성에 차질않아서 기분이 다운되고..
연습이 잘 될때는 뭐 웃고 뻘소리하고 그랬지만,
대부분은 마음에 들게 되진 않아 연습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았던것 같아 아쉽고 또 영찬이한테 미안합니다.
또. 오비가 되고 기타를 한동안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진 못하다보니 손과 몸에 부하가 많이 걸리더라고요.
예전엔 어떻게 세네시간씩 기타를 잡고 연습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한시간만 지나면 '아오 손아파! 집중력 떨어졌어! 잠만 쉬자! 에너지 충전!' 등의 이유로 쉬곤 했었는데....
그럴때마다 아... 역시 연주회는 객기였나 하면서 좌절하곤 했다지요 ㅠ
3년만에 겪어본 리허설은 언제나 익사이팅했고
'느낌'를 중요시하는 저와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영찬이는 가끔 혹은 자주 다투고 (심지어 무대리허설에서까지-_-)
하지만 그렇게 의견 도출을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던것이,
쉬쉬하면서 덮어주고 넘어가고 하는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영찬아 형이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거야 이해하지? -_-
뭐 다른 프로그램들 - 합주나 팀 - 과 같이 감동적인 마지막 연습 장면같은건 듀엣의 연습엔 없었네요.
오히려 연습 끝내고 버스정류장에 가면서도 연주 피드백과 커멘트를 하는 훈훈한 모습만이....
최종리허설과 3년만의 고사...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무대리허설의 마지막 완주중에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끝이구나.
이젠 정말 한번 남았구나.
이러저러 생각이 많이 들면서 조금은 센티해지더군요.
이제 무대에 들어갈 시간.
문화관에서 연주회를 하면 의식적으로 해오던 행동.
입장후 박수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씩 웃기.
대다수의 여러분들은 모르겠지만, 예전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막이 오르고, 조명이 켜지면...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드레날린 중독증' (맞나? -_-)
그 순간은 정말 '생'이라는걸 실감할 수 있는...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시간인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 순간과 마지막 순간을 즐기기 위해 연주회를 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은퇴공연-_-이라는걸 알고서 그러는지 아니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보내주셨던 열화와 같은 성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중간중간 보였던 어르신들의 어리둥절하신, '얘넨 뭐길래?' 싶으신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_-
중간에 조율때문에 조금 흔들렸지만, 그래도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적어도 연주 내내 '아오 이게 뭐야!!!' 하며 자신을 자책할 연주는 아닌... 즐거운 연주를 한 것 같습니다.
끝나고는 이 전의 듀엣때는 하지 않았던 악수를 하고 무대 뒤로 퇴장.
그리곤 이젠 정말 끝.
끝이라는 마음을 추스리는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추스리고 나니 뭐 그냥 그런것 같습니다.
앱터때도 술 퍼먹고 좀 감정적으로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았고
그냥 조촐하게 몇몇 사람들과 끝을 자축하는 정도가 되더군요.
앱터 소감에서도 말했듯이, 이래놓고 또 내년에 오비연주회 한다!! 이러고 있을게 선하지만,
그래도 이젠 정말 YB들과 함께하는 저의 연주회는 끝이 났습니다.
그냥 정말이지 편한 마음으로 가입했던 2002년 4월 13일 이래 근 9년 5개월동안 열번이 넘는 연주회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저 혼자 행복하자고 다른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계속 된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것을 알기에,
이렇게 맞이하게 된 끝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는 수 밖에 없네요.
이렇게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앞으로의 길을 걷는데 큰 힘과 위안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니깐 여러분도 연주회 많이 해보라고오)
여태껏 열한번, 혹은 열두번의 연주회를 함께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말이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2011년 9월 15일 새벽에, 새삼스레 은퇴를 번복할까봐 스크롤의 압박을 무릅쓰며
재희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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