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합주. 지휘. 지휘자 |
332 - 조회 |
|
- 작성자이름 : 김보일
|
2003/11/22 - 등록 |
밑에서 유진이가 좋은 말을 많이 했고,
많은 사람들이 다들 공감하고 있는 바이겠지만,
거기에 나의 생각을 더하여, 말을 좀 해보려고 한다.
그리 짧게 정리되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관심있는 사람은 신경써서 읽을 것이고, 관심 없는 사람은 관심 없는대로, 읽고 같이 생각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화현회 인생에 한번 이상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니까.
역시, 우리는 '고전기타 합주단'이다.
합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어쨌든 합주에는 우리의 모습과 우리의 음악과 우리의 꿈이 담겨있다.
적어도 합주를 하는 이상은 그렇다.
합주를 안한다면 몰라도 합주를 하는 이상 합주가 연주회에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연주회가 화현회의 행사 중 가장 중요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좀 과격하게 말해서, 우리는 연주회를 위해 존재한다.
우리가 모여서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 그 중에 가장 크게 보이는 모습이 합주이다.
그렇다면 지휘란 무엇일까.
(막 떠오르는 생각으로는, 배를 지휘해서 나아가는 선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충 무시하고,)
말 그대로, 연주회의 얼굴인 합주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지휘인 것이다.
합주단이라는 목재로 합주라는 작품을 만든다고 비유한다면,
물론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정해진 방법들을 많이 따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더라도 작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품이 되듯이, 지휘에 따라서 전혀 다른 합주가 된다.
여기서 지휘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화현회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과 스스로를 보여준다는 것.
지휘라는 것은, 그것을 하는 사람 개인에게 있어서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표출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자신도 놀랄 만큼..)
지휘를 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화현회의 관점과 스스로의 관점을 조화시키는 것도 처음에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화현회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과 일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과 합주단이 일체가 되어야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고, 그 때 그것이 '우리'의 모습일 테니까)
..
(지휘자에게는) 모든 것이 자유롭게 주어져 있다.
그러나 (나같이) 무지한 사람에게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다.
모든 것을 신경써서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
타협하고 또 타협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지휘라는 것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지휘자에게는 엄청난 책임감이 따른다.
동아리 전체에 대한 책임- '우리'의 연주, 합주단에 대한 책임- '우리'합주단, 스스로에 대한 책임- 음악을, 스스로를 보여줄 것.
그러나,
(류재호도 말했듯이,)
지휘라는 것은 화현회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이 말은 결코 변하지 않을 진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에게 화현회 인생에서 가장 후회가 많이 남는 시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지휘할 때였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또한, 나에게 화현회 인생에서 최고의 시절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지휘였다고 답할 것이다.
그런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말들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마음을 완전히 빼앗긴 적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앞에 내가 서 있었다는 것,
그것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짜릿한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짜릿한 시절이고, 나의 모자랐음을 그보다 더 후회할만한 때도 없을 것이다.
(지휘는 감동으로 하는 것이다)
지휘자의 요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개인적인 요건들이 중요하다.
그것들은 분명히 말을 한다.(의미가 있다)
일단,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이끌어야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지도력. - 겉모습이 어떤가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말을 어떻게 잘 하느냐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타고 나는 것이 많지만, 확신이 있다면, 카리스마는 확신(-신념)에서 우러나온다.(이말은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화력. - 합주단 하나하나를 얼마나 잘 챙겨서 끌어안고 갈 것인가. 이 말 한마디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너에게 합주단원 한 명은 수십명 중 하나이지만, 합주단원에게 지휘자는 너 한명뿐이다.'
정으로 덕으로 빛을 주면 서로가 감동할 것이다.
음악성. - 시간이 갈수록 이것이 분명히 말을 할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확신이 있을 수 없고, 이것없는 확신은 거짓말이거나 허상일 뿐이다. 한순간에 생기지는 않는 것이니, 지금 상태에서는 거의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늘리려면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정말로 많은 고민이 이 부분에서 필요하다.
대충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과는 좀 달리 지금은 지도력이나 인화력에 많이 중점이 두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신합은 인화력이 중요하고, 겨울은 지도력이 중요하고, 정합은 음악성이 중요하고 이렇게들 통상적으로 말을 한다.
하지만 다 필요한 조건이고 약간씩의 강조가 있을 뿐이다.
오가는 말 중에, 그래도 지휘자의 요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의 커리어를 요구한다.(언감생심-이런 말이 떠오르는군) 그렇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뭘 하고자 하는데 정해진 자격이란 건 없다. 정말로 하고 싶어하면 말리지는 않는다'이것이 반쯤 전통이었다. 그렇게 되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말은 능력이 좀 모자라도, 하고 싶어하면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왜냐면 모자라는 능력을 열정으로 메꿔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히, 역량의 차이는 눈에 보인다. 안스러울 정도의 노력이 그것을 많이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이게 정도가 심해지면, 본인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힘들어진다. 그리고 나중엔 고통이 보람을 이겨버리는 상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휘든 팀이든 뭐든) 하고자 하는 사람은 냉정하게 자신을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으면 절대로 어떻게 되지 않는다.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고도 남는 열정이 있다면, 철저히 준비하여야 한다.
두 번째 말이 의미하는 대상은, 능력은 있다고 생각되는데, 커리어-지금껏 동아리에서 해온 바가 별로 없는 경우이다.
이런 사람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것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다. 물론 이런 사람이 맡았을 경우, 대부분 잘 한다. 진짜로 잘 한다. 자기도 즐겁고, 하는 사람들도 즐겁다.(잘하면 뭐든 즐겁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기회가 가는 것을 암묵적으로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공적 때문에, 텃세 때문에 그런 것일까?
동아리에서 한 게 많으니까 받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라는 그런 생각에서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좀 신경써서 봐주기 바란다.
지휘자란 합주를 만들어가고, 합주단을 이끌어나간다.
앞에서 합주란 것이 화현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지휘자는 언제나, '화현회를 가장 생각하고,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음악을 위해서 고민하고, 사람들을 잘 이끌어가고, 재밌게 하고, 모두 좋다.
하지만 그것이 한번의 즐거움으로, 즐거움을 위해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이번 합주만의 책임이 아니라, '앞으로의 화현회에 대한 책임'을 말이다.
합주는 화현회의 과거이고 현재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즐거움이나, 호기심이나, 욕심 때문에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의욕과 실력(이걸 간과하자는 것은 절대로 아님)에 더해 책임감(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판단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력이 많은 사람이 자격이 있다고(-지휘를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그 사람이 한 일이 많아서 그 반대급부로써가 아니라, 그 사람이 화현회를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지휘를 하면서 더 사랑을 느끼고 걱정하고 책임감을 느끼게 되기는 한다. 하지만 시작할 때의 책임감은 분명히 중요하다. 책임감과 사랑이 있는 사람은 합주를 만들어가는데 있어서의 자세가 분명히 다르다.(미래를 걱정한다 - 예를들어보면, 류재호의 카르카시, 김보일의 화성법 같은 것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 중에는, 아니 지휘자 대부분이 오래 남아서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다. 지휘하면서 애정이 생긴 것도 있지만, 먼저 애정이 큰 사람이 지휘를 했기 때문도 크다.
지휘를 하려는 사람은 자기의 능력을 냉철히 생각해볼 것이며,
그에 따를(또는 그것을 커버할) 의욕과 열정이 있는지 생각해볼 것이며,
자기의 마음 속에 얼만큼의 애정이 들어 있는지를 생각해볼 것이다.
내년도의 지휘를 정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해들은 것이라서, 그리고 단편적인 말들만 들어서인지는 모르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전해 들은 말 중 하나가
'지휘를 하지 않으면 집에 내려가겠다.'
라는 말이었다.
나는 충격적으로 들었다.
왜 '지휘를 하지 않으면 합주단원을 하겠다'
가 아닌가.
지휘를 하나의 감투 정도로, 아니면 한 번 하고 말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진정으로 화현회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적어도 '지휘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지휘를 하지 않는다고 합주를 포기한다는 말이.
...
솔로몬 왕의 이야기를 모르냐고 묻고 싶다.
왕이 아이를 둘로 나눠 가지라고 했을때,
그러자고 했던 여인과, 자기가 포기하더라도 아이를 살려야 한다고 했던 여인.
친모이건 아니건 간에, 누가 아이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
지금 너희는 다 자격이 없다.
차라리 꾸준히 합주를 열심히 해왔고, 묵묵히 합주단의 일원이 되려고 생각하고 있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더 자격이 있다.
이순신장군처럼 백의종군하려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보라.
합주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
|
|
